역시 잼은 사서 먹는 것이다.
한 해 두 해 모아져 있던 블루베리가 늘 냉동실을 차지하고 있어서 골치 꺼리었다. 막내 이모가 블루베리를 휴가 갈 때마다 챙겨주었는데, 처음에는 생과일로 먹다가 먹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늘 냉동실에 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것을 버릴까? 말까?를 늘 고민하였다.
늘 잼을 만들어야겠다. 아이들 우유에 갈아 줘야겠다를 생각하면서도 한 두 번 갈아먹는 게 다였다. 주말 산책을 하고 돌아온 나는 냉동실 밖으로 블루베리를 탈출시킬 수 있었다. 꺼내놓은 블루베리 양이 어마어마했다. 냉동실을 채우고 있었으니 항상 냉동실이 좁았던 것이다. 꺼내 놓은 블루베리를 보면서도 선뜻 잼 만들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주말 피곤함이 밀려왔기 때문에 밥을 해 먹고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저 블루베리를 다시 냉동실에 넣어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로 하기 싫었다.
미적미적하다가 블루베리 잼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가스렌즈 앞에 서서 하기는 싫고 거실에다 휴대용 가스버너를 가져다 놓고 큰 냄비에 블루베리를 넣고 다용도 서랍 속에 꽁꽁 들어있던 도깨비방망이가 나올 수 있었다. 냉동실 속의 블루베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도깨비방망이도 오랜만에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다.
도깨비방망이로 블루베리를 갈아주고 적당한 양의 설탕을 넣고 폭폭 끓이기 시작하였다. 유튜브에서 레몬즙을 넣으라고 했는데, 우리 집에는 레몬이 없었다. 우리 집에는 귤이 있어서 귤즙이라도 갈아 넣어봤더니 은근 상큼했다. 맛의 한 수였다.
유튜브에서는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시간이 시간 반이면 된다고 했는데, 예전에 딸기잼 만들 때 보다 양이 많아서 그랬는지 시간이 가도 가도 잼을 저어도 저어도 잼이 되지 않았다. 바닥에 잼이 눌어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계속 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겨워지고 내가 이 시간에 뭐 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시간이 지나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멈추었다. 몇 시간씩 저으면서 내가 이 시간에 책을 볼 껄 글을 쓸 걸 하는 생각이 계속되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잼 젓는 것을 멈추고 잼이 서서히 식기를 기다렸다.
블루베리 잼이 식는 동안 아픈 허리를 잠시 누워서 폈다.
자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잼은 사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읽을 책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오늘 쓸 글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아까웠던 것이다. 잼을 만들지 않았다면 내가 책을 읽었을까? 글을 썼을까?
유리병 소독해서 물기를 없앤 후 블루베리 잼을 넣었다. 블루베리 잼이 유리병 속에 담기면서 아까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마음이 흐뭇해지고 있었다.
한 병은 누구를 주고 한 병은 누구를 주고 한 병은 누구를 줘야지 하는 생각과 우리 아이들이 빵에 잼을 발라 먹을 생각을 하니 4시간의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았다.
아이들도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면서도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해 주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것은 다 맛있다고 해 주기 때문에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였다.
잼을 선물해준 분들에게 맛있다는 칭찬을 듣고 식빵과 함께 사서 준 분에게는 정말 감동적이다고 맛있다고 해서 잼 만들었던 4시간의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았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잼은 건강에 좋지만, 그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잼은 이제 사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