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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12. 2022

고양이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길~

코로나 격리 생활기~

  고양이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길 기도 하면서

코로나 격리 생활기~     



초등학생 딸의 목 아픔과 코막힘 등이 시작하였다.

학교에서 자가 진단키트를 2개씩 나눠주었다. 선생님이 꼭 검사 안 해도 된다고 권고사항이라고 하면서 안 하려는 딸. 

“엄마 권고사항은 꼭 하라는 소리가 아니라고 했어”,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하는 거야”

토요일 날 자가 진단키트를 해 보았지만, 음성이 나왔다. 당당하게 코로나 아니라고 말하던 초등 딸. 일요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나가면서 아들에게 너도 하고 동생도 자가 진단 후 엄마한테 사진으로 보내라고 하고 나가서 약속 장소에 앉자마자 사진이 왔다.     


“엄마 검은색 줄이 희미하게 있어”

“빨간색으로 나와야지. 설명서 사진 찍어서 보내봐”


검은색이 희미하게라도 나오면 양성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자가 진단을 해 보라하고 전화기만 보고 있었다. 큰딸이 연락이 왔다. 양성이 맞다고, 초등 딸은 방으로 혼자 격리가 되고, 그 길로 난 집으로 와서 온 가족이 자가 진단을 해 보았다. 

다 음성이 나왔다. 직장에 연락을 하고 내일 출근을 늦게 간다고 전하였다.     

다음 날 초등 딸과 나는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딸만 하려고 했는데, 같이 해보는 게 좋다고 해서 검사 진행 후 직장에 연락 집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학교에 있던 아들도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선생님과 통화 후 바로 보건소로 와서 두 시간여를 기다려서 검사를 받고 왔다. 대학생 딸은 학교에서 끝나고 바로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고 왔다. 집에서 그날 저녁은 초등 딸만 방에 있고 난 거실 아들과 딸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생활을 하였다.          



(격리 1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였다. 어제 검사받느냐고 직장에 못 나갔기 때문에 서둘러서 준비를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들을 깨워서 밥 먹이고 교복까지 입고 보건소에서 오는 문자를 기다렸다.     

 

큰딸이 먼저 방에서 나오면서 음성이라고 한다. 아직 오지 않는 문자를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8시 16분쯤 올 거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 딸은 양성이라고 왔다. 그럴 줄 알았기 때문에 우린 놀라지 않았다. 자가 진단키트에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으면 확실하게 양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들은 늘 문자가 늦게 오기 때문에 기다리고 내 휴대전화에서 띵 하고 문자가 왔다. 자연스럽게 아무 증상이 없는 나는 당연히 음성이라고 생각하고 휴대전화를 살짝 보았는데. 양성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 놀래서 “엄마 양성이래” 하면서 열어 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000님 양성입니다. 몇 월 며칠 24시까지 자가 격리해야 함이 나와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나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서 다시 확인하였다. 증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확실히 나는 양성이었다. 아들은 결과가 미결로 나와서 다시 보건소에 나와서 재검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아들은 보건소 바로 가서 재검을 하고 오고 난 딸과 아들의 선생님과 통화하고 회사에 통화하고 정신이 몽롱하였다.     


부족하지만, 난 직장에서 완벽하고 싶었다. 이런 일로 일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자가 진단 결과 양성이 나왔을 때 초등 딸에게 화를 냈기 때문에 더 이상 화를 내면 서로 상처가 될 것 같아서 나 스스로 다독이고 있었다.  

    

큰딸은 나와 초등 딸을 안방으로 감금시켰다.

초등 딸뿐 아니라 우리 집 가족들은 우리 집주인 괭이 뽀미가 코로나에 걸릴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는 고통을 참고 종합감기약 먹으면 되지만, 고양이가 아프면 격리 중에 누가 병원을 데려갈 수 있겠는가?

예전에 우리 집에 고양이 세 마리를 합사 시킬 때 합사 방법이 올바르지 못해서 우리 뽀미가 밥 먹는 것을 거부하고 금식을 했기 때문에 황달이 왔다. 고양이는 삼일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간에 손상이 와서 황달로 와서 사망까지 간다고 해서 우리 집에 미안하지만, 데려온 고양이들을 다시 캣맘에게 돌려보내고 터줏대감 뽀미를 살려야 했다. 한 군데 병원에서는 죽는다고 주사도 놓아주지 않았다. 정성을 다해주는 병원 원장님을 만나서 거금을 주고 검사하고 주사 맞고 약 먹이고 하면서 온 가족이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서 힘써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고양이가 구르밍을 하기 시작하면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혓바닥으로 털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어렵게 거금을 주고 살린 고양이 의료보험이 없어서 사람의 10배는 되는 금액인 것 같다. 우리 형편에 큰돈이었다. 그 고양이가 다시 아프게 된다면 큰일이 나는 것이다.     


큰딸은 방에서 못 나오게 해 놓고 밥을 안 준다.

톡으로 만두라도 구워주라고 하니 달랑 4개씩 구워주고 함흥차사 한다.

내가 ‘올드보이 최민식이냐’ 밥을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아는 지인 작가님이 통닭 쿠폰을 보내주셔서 그걸로 허기를 채우면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뒹굴뒹굴하고 있다.      


더러운 화장대와 그 아래 물건들 치우는 시간을 한참 가졌다.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방치한 곳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다독여 본다.

먼저 자가격리를 경험한 친구가 그랬다. 힘들 거라고 “안 나가는 것하고 못 나가는 것하고 틀려” 나같이 밖에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방콕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옆에서 휴대전화하고 태블릿으로 게임하고 그림만 그리는 딸을 계속 보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해서 난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글 쓰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말만 따박 따박 따지고 잘 따라 하지는 않는다.     


방에서 아무것도 않고 책 보고 영화만 보고 잠만 자도 허기는 왜 이렇게 지는지 단체 톡방에 큰딸에게 계란이라도 삶아주라고 하니, 큰딸은 자는지 대답이 없고 아들이 일어나서 계란을 삶아서 가지고 온다. 너무 안 익어서 다시 익혀 와주는 아들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밖에서 문 열고 닫는 소리가 나고 무엇인가를 들고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엄마 나와서 보라는 소리에 마스크를 쓰고 나가 보았는데, 일회용 용품과 물 반찬 등이 두 박스였다. 애들 아빠가 막둥이가 코로나 걸렸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더만, 나까지 걸렸다고 하니 아이들 굶을까 봐 반찬에 생수에 일회용품을 한번 쓰고 버리라고 많이도 사다 줬다고 주방에 쌓여있다. 정말 미쳤군. 많아도 너무 많은 일회용품 환경을 어쩌려고.

덕분에 저녁은 큰딸이 애들 아빠가 사다 준 반찬으로 잘 차려줘서 독상을 받았다.     

코로나 증상이 나에게는 크게 없었지만, 잠이 자꾸 쏟아져서 일찍 잠이 들고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다.

내일 아침에 아들의 보건소 문자가 걱정이 된다.        


       

(격리 2일)     


 깨워 있을 때는 아픈 곳이 별로 없는 것 같고 콧물만 나오는데, 잠만 자려하면 온 팔다리가 다 아프고 목이 아프기도 하고 저녁에 일찍 자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아들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 날이다. 사전투표를 미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누워있었다. 나의 소중한 한 표 난 정치에 대해서 일도 모르지만, 나의 한 표가 큰 힘이 되길 바란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에게 단체 톡 방에 보냈다. “아들 문자 왔어?”, “양성”

헉 이런 일이 정신이 없어진다. 나는 안 걸릴 줄 알았던 것도 나의 오산이었고, 오미크론 전파에 대해서 전염이 안 되길 바라는 나의 생각도 오산이었다. 전파의 속도는 정말 빠르다. 다급하게 큰딸을 깨우고 난 마스크를 쓰고 주방에 나가보니 세상 그렇게도 어질러놓았을까 설거지를 하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큰딸을 깨우는데, 아파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혼자만 음성이 나온 큰딸은 제일 많이 아프다.

재촉하여 보건소로 보내서 재검을 받고 오게 하였다.


그리고 또 나는 아이들과 비닐장갑을 끼고 밥을 주고 먹고, 장갑을 끼고 고양이 빗으로 등을 긁어준다. 

고양이 뽀미가 힘들어한다. 갑자기 온 식구가 자기를 멀리하고 방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니 어리 둥절 할 것이다. 빗으로 긁어주니 행복해하는 몸짓이다. 예뻐서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가 없다.

간식도 비닐장갑을 끼고 먹였다. 비닐장갑을 거부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책 한 권을 뒹굴뒹굴 읽으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애들 아빠는 평상시에도 애들 챙기지도 않고 양육비도 제대로 주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없던 부성이 끔찍하게 생겼는지 아이들 전화가 불나 게 온다. 먹을 거와 일회용품 잔뜩 사다 주고 또 과일을 잔뜩 사다가 문밖에 걸어놓고 가더니, 아이들 통닭 시켜준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엄마가 통닭 선물 받았다고 떡볶이로 주문해 달라고 해서 아이들과 저녁을 해결하였다. 같이 모여서 먹고 싶었지만, 큰딸이 아직 결과도 안 나온 상태이고, 막둥이 딸과 아들이 고양이 뽀미가 거실에 있어서 안 된다고 각자의 방에 먹을 만큼 덜어서 들어가서 청승맞게 음식을 먹는다. 난 언제나 음식은 입으로 먹어 맛으로 확인하지만, 눈으로 먼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이들과 주말에 먹을 때는 큰 접시에 세팅을 잘해서 먹는 편인데, 이것은 일회용 접시에 개밥도 아니고 덜어서 초라하게 먹는 모습이 왠지 처량하다. 그래도 이것도 어디냐, 애들 아빠가 챙겨주고, 애들 외삼촌이 애들 먹이라고 돈 부쳐 주고 나의 지인들이 통닭 세트를 두 명이나 보내주고, 배달앱 상품권도 보내주고 한 3일은 든든하게 보낼 수 있다. 보통 때보다 더 잘 먹는 것 같다.      

고마운 나의 가족과 지인들이다. 지인들이 날 챙겨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나도 꼭 보답할 길이 있어야 할 텐데~     


책을 보면서 보지 않는 텔레비전을 계속 틀어놓고 있다. 대통령 개표현황이 왔다 갔다리 한다. 누가 될 것인가?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영양력을 주었을까?     

책 한 권을 마무리하고 나는 피곤함에 스스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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