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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07. 2022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 딸에게 화를 냈다.

나쁜 엄마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 초등학생 딸에게 화를 냈다.     


 부산하게 아침에 준비하고 있는데, 초등학생 딸이 “엄마 나 목 아파”, “너 코로나 아냐?” 먼저 코로나 의심부터 하는 게 요즘 코로나 시국이다.     

알약을 못 먹는 딸을 위해서 미리 준비한 물약으로 된 종합감기약을 먹이고 학교에 가고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 학생들이 계속 나온다는 소식을 전하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     



개학하면서부터 걱정이 시작되었다.

방학에는 집안에만 있으니 별걱정이 없고 밖에 나가는 나만 조심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도 안 한 상태이고 확진자가 계속 20만 명대로 나오고 청정지역이라고 자부했던 군산도 하루에 200명대에서 시작하더니 400명, 500명, 800명, 900명대가 되어서 내려가지를 않고 있으니 학교 보내는 엄마들의 걱정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우리 집은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직장에서 늘 마스크 착용 방역하고 집에 와서도 아이들에게 늘 손 씻기 강조를 외치고, 학교 갈 때도 마스크 코끝까지 올려서 쓰고 손은 수시로 씻으라고 강조했지만, 자가 진단키트 한 결과 희미한 한 줄이 더 생겼다. 첫날은 나오지 않더니 두 번째 희미하게 나와서 부정하고 싶은 우리 가족은 다시 자가 진단키트를 해 보았지만, 희미한 까만 줄이 나왔다.

순간 그동안 방역수칙 지키고 조심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무엇인가 욱하는 게 치밀어 올라 딸에게 화를 내고 “조심하라 했잖아” 하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렸어.”

“늘 조심하라고 손 잘 씻자고 마스크 잘 쓰라고, 코로나 백신 접종하자고 했잖아”     

아픈 딸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직장에 민폐가 될까 봐 먼저 그 걱정이 앞서게 되어서 딸에게 화를 냈던 것 같다.

내 마음부터 먼저 쓸어내리고 나서 딸에게 괜찮으냐고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게 되었다. 서운했을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직장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가족의 구성에서 만들어진 일로 직장에 민폐가 되는 것을 다들 싫고 원치 않을 것이다.     



딸과 함께 보건소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가서 두 시간을 기다리고 콧구멍과 목구멍이 만나는 통증으로 검사를 마치고 돌아와서 안방으로 감금된 딸에게 쟁반에 초라한 밥상을 넣어주면서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처음 양성이 나왔을 때 따뜻하게 말해줄 것을 먼저 다독여 줄 것을 직장이 무엇인지 딸의 마음을 아프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증상이 있는 딸과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받은 우리 가족들은 내일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학교도 직장도 못 가고 기다리고 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만 생각하면 조금 아프고 견디면 되지만, 나로 인해 한 사람 두 사람 번져가고 피해가 된다면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더 불편하고 아플 것이다.

나와 만났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서로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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