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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Mar 13. 2022

자가격리~마지막이다.

격리생활 일기

(격리 3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두 가지 일을 하였다.

첫 번째는 텔레비전을 틀어서 대통령 당선을 확인하는 일인데, 안방의 리모컨이 고장이 난 상태라서 켜로 일어나기가 싫어서 휴대폰 검색을 하였다. 대동령 당선 발표 이런 나의 귀중한 한 표가 ~ 실망함을 뒤로하고 아이들 단체 톡 방에 큰딸 음성, 양성 결과를 물어보았는데, 자는지 말이 없다. 한 참 후까지 기다리다가 일어나서 딸의 방문을 두드려서 결과를 물어보니 “나 양성이야”, “어서 병원에 전화해서 진료 후 코로나 약 보내주라고 해” 우리 집에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바글바글 한 것 같다.     


집에 있는 알코올을 가지고, 마른 수건으로 탁자 등 여기저기 뿌려서 닫고 환기를 시켰다. 괭이가 제발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 괭이가 엄청 힘든 모양이다. 새벽에는 요즘 몸이 무거워서 잘 안 하던 점프를 해서 문고리를 열었다. 울다 울다 안 열어 주니 점프를 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다. 어찌나 맘이 짠한지 나가서 비닐장갑을 끼고 괭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으로 맘을 달래주고 왔다. 우리 집 격리 날짜가 더 늘어나서 괭이를 만질 수 있는 날도 더 지원시켰다. 격리 후에도 삼일 정도 지난 다음에 만지라고 하니 막둥이가 젤 힘들어한다.         


(격리 4일)     

 지금은 울면서 글을 쓰고 있다.

5일째 쓰기 시작해서 오늘 감정으로 울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격리 4일째가 되니 몸이 무뎌지는 것 같다.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목이 논바닥이 쫙 아악 쫙~ 갈라지는 기분이다. 물로 목을 축여야 살 수 있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격리 기간 동안 지인들께서 보내주신 배달앱 쿠폰으로 잘 먹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지내고 있다. 오늘 책은 거장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를 읽기 시작하였다. 줌 독서 모임에서 읽고 토론을 할 때 다 읽지 못했는데, 이번 휴가에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두껍고 숨이 찰 정도로 길어서 읽기 힘들었지만, 내용은 어찌나 알차고 그런 내용을 전개할 수 있는지? 정말 거장은 거장이었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책을 들고 다니다가 지치면 휴대전화 게임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를 하는 하루를 보냈다.      


새로운 점을 발견했다. 매일 나가서 바람 쐬고 구경 다니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방콕 생활을 의예로 잘하고 있었다.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포기를 해서 그렇게 진득하게 책을 읽고 뒹굴면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하는 걸까?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나 또한 이러니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래도 계속 함께 있으니 아이들 휴대전화를 오래 하고 있는 것이 눈에 가시처럼 보인다. 그래도 난 아이들이 보니 신경 쓰여서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를 하고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은연중에 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 이 시간이 계속된다면 폭파할 것 같다. 워 워           


(격리 5일)     

 토요일 아침

격리 기간이 아니면 아침에 눈을 뜨고 월명산 산책을 가서 돌고 있을 시간에 눈을 늦게 떴다. 9시가 넘도록 잠을 자다니 하면서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에 오늘 읽을 책을 옆에 내려놓고 잤기 때문에 책을 펼쳐 들을까 하고 있었다. 딸의 책이라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나는 책을 깨끗하게 읽는 편이 아니라서 이리저리 굴리면서 읽는데, 큰딸은 책을 더럽히는 것을 못 견뎌한다. 막 화를 내는 스타일이다. 조심스럽게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꺼내 들었다. 어제 읽은 ‘철도원 삼대’, 오늘 읽을 ‘일간 이슬아 수필집’처럼 600페이지가 넘는 책은 이렇게 격리 중에 읽기 딱 좋은 페이지이다.     


직장 상사가 아침에 또 배달 음식 쿠폰을 보냈는데, 한 참 카톡을 주고받고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도 톡으로 나누고 앱으로 주문을 하려 하는데, 어떻게 할 줄 몰라서 헤매다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밥은 미리 해놨기 때문에 맛있는 로제 찜닭을 시켜서 밥을 맛있게 오랜만에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서 먹었다. 일회용 그릇에 계속 자기 먹을 만큼 덜어서 고양이 때문에 방으로 들어가서 먹었는데, 오늘은 기분 좋게 모여서 먹고 사단이 난 것이다.     


텔레비전 보다가 예쁜 연예인이 나와서 내 스타일이 아니고, 호박씨, 내숭 떠는 사람같이 생겼다는 나의 말에 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라고 하면서 욕하지 말라고 하기 시작하면서 별것도 아닌 걸로 아이들과 언쟁이 놓아졌다. 엄마는 늘 자기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욕한다고 해서 엄마 좋아하는 연예인 욕하면 좋냐는 둥. 별것도 아닌 것이 서로 감정이 실리고 엄마는 늘 그런 식이다는 둥, 미안하다고도 안 는다는 둥, 늘 내가 먼저 달래는 사람은 나지 않느냐고 하면서 오만 감정이 다 나와서 엄마하고는 말하지 않는다는 둥. 큰 것들 둘이 한꺼번에 덤벼드니 나도 속이 상해서 언성이 높아져서 대화 아닌 싸움이 되었다.    

  

가래로 힘들었다 목소리가 쉰소리가 날 정도로 목소리가 크게 소리 지르면서 싸우게 되었다. 별거 아닌데, 아이들 둘이서 날 공격하는 게 너무 속상하고 서운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속상하고 서운하겠지만, 말발은 아이들 못 따라가는 나, 난 논리적이지 못하다. 화가 나거나 억울하면 우선 머릿속이 하얘지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 늘 논리적이지 못한 사람은 진다.     


결론은 엄마하고 아들하고 이야기 않는다는 걸로 끝났다.

돌아서 앉아 있는데, 어찌나 서운하고 서럽던지 너희들은 엄마가 헌신적으로 잘한 것은 생각 하나도 않고 늘 이런 사소하고 서운한 것만 말하더라....


눈물이 핑 돌아서 거실에 펼쳐 들었던, 책을 들고 방으로 와서 막둥이가 있어서 화장실에 가서 소리 죽여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내가 울고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자기들이 승리한 것처럼 승리에 기쁨을 누리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히히 덕 거리는 소리가 난다. 꼴 보기 싫다. 내가 혼자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치하게 니들 고생해 봐라 엄마 귀한 줄 모르면 직접 없으면서 느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늘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는데, 안 했다고 한다. 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내 생각만 하니 자기 잘못은 서로 모를 것이다. 너무 속상하다. 엄마가 속상해서 들어왔는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드는 것이 나의 표현은 늘 먹는 걸로 표현해 줬는데, 아이들은 늘 상하는 엄마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오늘 저녁부터 니들이 알아서 해봐. 엄마하고 이야기 안 한다고 했으니...     


격리 생활이 오래되니 이런 사소한 걸로도 큰 싸움이 되고 묵은 감정들이 다 나와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준다.

집에 너무 은둔생활을 오래 하는 사람들이 남을 이해 못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 보고 뭐라 한다는 것처럼 우리 가족도 점점 이상해지는 걸까? 아님 내가 너무 감정이 끌어 올라서 오버하는 것일까?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오래 남아있다.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불편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웃고 떠드는 것이 괜찮은 것 같다. 엄마는 저러다 말겠지. 곧 풀어지겠지.      

아니거든. 이번에는 정말 서운하다. 어디 큰소리로 둘이 쌍으로 고래고래 대들어,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저녁에 보기 싫어서 배달앱으로 구운 닭을 시켜먹는데, 보기 싫고 미워서 안방에서 막둥이랑 나만 먹으려고 하다가 유치하고 불편한 마음에 따로 덜어서 막둥이한테 나와서 먹으라고 말하라고 시켰더니, 나와서 아무렇지 않게 시끄럽게 먹는 소리가 난다.

아고 괜히 먹으라고 했네.

아이들은 자기들 잘못은 없다고 생각할까? 뭐든 편한 엄마만 잘못인가?

누가 엄마 흉을 보면 저렇게 역성을 들어줄까? 뭘 기대 하남?     



 (격리 6일)     

오늘 자정 12시가 되면 자가격리가 풀린다.

별로 힘든 것은 없었지만, 6일이 금방 지나갔다.

정말 잘 지키고 밖에 나가지 않고 지냈다. 그것은 집에 먹을 것이 있었고, 배달앱 들이 선물이 들어와서 버틸 수 있었고, 이번 기회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딱 두 번 나갔다 왔다. 다들 자는 새벽 1시 넘어서 쓰레기 버리려고 계단으로 걸어가서 버리

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왔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600페이지가 되는 책은 이슬아 일간지는 오늘도 읽고 있다. 읽다 말다. 게임을 하다가 누워있다가를 반복하였다. 첫날에는 넷플릭스 영화를 두 편 보았는데, 계속 영화를 볼 것 같았는데, 한 번 손에 쥔 책이 안 끝나니 영화에 흥미가 없었던지, 안 보았다.


딸을 통해서 알게 된 넷플릭스 새로움이었는데, 집에 잘 안 있는 스타일이라서 잘 보지 않았다. 이번에 많이 보려고 했는데, 그게 습관이 안 되는 것 같다.     


엘(L)은 지금 엄청난 오해를 하고 연락이 없다.

나의 문자 실수 때문에 코로나 양성 나온 결과를 일요일 만난 친구에게 먼저 보낸다고 한 것이 엘에게 보낸 것이다. 그걸로 오해를 한다. 자기가 먼저 알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한 것이 만나서 개지랄을 떨었기 때문이란다. 우습다.

변명도 귀찮다. 엘 이야기는 따로 쓰기로 하고~ 연락 안 하려면 말아라 아플 때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고 오래 가슴에 남는 사람인데,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앙금과 상처를 주고 마는구나. 나도 서운하다고 뭐~


이래저래 격리 기간 동안 속이 말이 아니다. 마음속에 오래 자리 잡을 것 같다.     

내 손에서 휴대전화는 떠나지 않고 너무 오래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책으로 눈이 가서 읽고 이제는 돋보기안경을 안 쓰면 초점이 안 맞춰져서 오래 볼 수가 없다.


노안이 너무 빨리 와서 집중하기가 힘들다. 가끔 눈을 쉬어줘야 하는데, 책 아니면 휴대폰 브런치 글을 계속 읽었다. 브런치 글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숨어 있기도 하다. 나의 일기 수준이 아닌 그들만의 글 속에서 나는 오늘도 하나라도 배운다. 물론 어려운 글도 있다. 살짝살짝 넘겨 가면서 읽지만, 한 줄이라도 무식한 나에게 와닿는 글이 있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

나의 모습의 초췌하고 깨 재재 하고 흰머리가 나서 볼 수가 없었다. 노안과 함께 새치도 빨리 온 편이라서 남들에게 안 보여주기 위해서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이다. 키가 작기 때문에 정수리가 희끗희끗하면 보기 싫다. 홈쇼핑이 나오는 엘의 집에서 방송을 보고 산 염색약을 머리에 바른다. 이번 것만 쓰면 마지막이다. 앞으로는 미용실 가서 해야지 트리트먼트가 들어있는 약으로 사서 염색도 잘 안 들고 빨리 빠지고 혼자 하기 힘들다. 이것만 끝나면 미용실 가서 염색하는 거야 생각하고 실내 자전거에 앉아서 휴대전화 게임을 하면서 염색이 되기만 기다린다.     


오늘은 나를 가꾸고 정리하는 날이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못 마셨던 홈술을 한잔 시원하게 쏘맥으로 해야겠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내 목구멍 속의 가래들이 쑥 내려가길 바라면서 한잔 시원하게 해야겠다. 격리 기간에도 난 크게 아프지 않아서 맥주라도 한잔하려 하면 큰딸이 안 된다고 말려서 참았는데, 오늘은 끝나는 날이니 꼭 먹고 답답한 내 속을 달래야겠다.     


술을 즐긴 게 2년 정도 된 것 같다.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것 같다. 아무 일 없어도 먹어야 하고 꼭 한잔해야 할 것 같아서 냉장고 문을 연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그 녀석 집에서 많이 마신다. 홈술.

가끔 배달 음식을 시키기도 하지만, 주로 만들어서 먹는다. 밥술로 난 반찬이 집어먹을 게 많아야 좋아서 여러 가지를 만들어서 먹는다. 다음 글에는 홈술에 대해서 몇 편 써야겠다. 먹기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 기쁨이 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으면서 참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젊은 사람이다. 영혼도 자유롭고 섹스도 자유롭고 책에서는 언제나 자유롭지 않았다고 나온다. 월세를 구하기 위해서 시간을 쫓기고 글을 썼다고 나온다. 우리 같이 나이 먹은 사람이 볼 때는 참 불편한 점이 있을 만큼 자유로운 사람이다. 복희라는 엄마는 대단하고 웅이라는 아빠도 대단하다. 난 자녀의 자유로움을 인정하고 믿어줄 수 있을까? 소통할 수 있을까? 못할 것이다. 이런 사소한 걸로 싸우고 말 안 하고 있는 나는 쪼잔하다. 난 어렵게 자란 옛날 사람이다. 난 그 나이 때 아등바등 살면서 돈 벌어서 공부하고 먹고살고 할 때 왜 억척스럽기만 했고, 꼭 바르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섹스도 좀 자유로울 걸. 왜 꼭 한 번 잔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이혼을 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을까? 좀 더 젊은 나이에 했다면 뭔가 달라져 있었을까?      


격리 기간 동안 써야 할 글 들은 머릿속에 많이 생겼다.

그게 써져야 글이 되겠지만, 고양이, 술, 연인, 가족, 직장 많이 생각나긴 하는데, 제발 하나라도 써지길 바라면서 나의 자가격리 마지막 날을 축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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