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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백이 Apr 02. 2022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듣는 것 밖에 없다.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하면서 경로당이나 늘 푸른 학교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만나는 일은 두렵지 않았다. 장애우들을 만나는 일도 두렵지 않았다. 두려움 없이 접근하는 나와 달리 그분들이 나를 멀리하였다.

사실 나도 어르신들과 처음에 가까워지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색하지 않은 척한다.  


        

군산 나운 종합사회복지관은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사업을 군산시에서 위탁을 받아 유일하게 군산에서 응급서비스를 하고 있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독거어르신들과 중증 장애인의 댁내에 소방서에 연결되는 전화와 화재경보기 등을 설치하여 댁내에서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경우 119 소방서에 직통으로 연결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이다.



응급요원 한 사람당 대상자가 많아서 두 달에 한 번 방문으로 장비를 정비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전화로 안전 확인과 상담한다. 응급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매일 3번 이상 모니터링을 하면서 장비 이상과 활동 미감지가 있을 경우에서 수시로 안전 확인을 한다.          

세대 방문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도 확인하고 장비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외근 시간을 보낸다. 외각까지 한 바퀴 코스를 정해서 세대를 방문하고 오면 몸이 지치고 피로하고 들어와서 시스템 입력과 많은 서류 등이 있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방문 시 어르신들이 반겨주시면 피로가 스르륵 풀린다.          


한 사람당 관리하는 대상자 수가 많으니, 가끔은 형식적일 때도 있다. 

어르신들도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고 곁에 붙여주지도 않으실 때도 있다. 왜 이렇게 짜증을 내시고 화를 내시는지 모를 때도 있지만, 2년이 지나고 나니 어르신들의 마음에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분들도 처음에 반겨주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다.

하루에 5집에서 10집까지 방문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장비가 이상이 있으면 배터리도 교체해야 하고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전동드릴로 철거를 하고 설치를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가 없다. 내 몸이 지치고 힘들면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분들은 그게 싫은 것이다. 얼굴만 빼꼼히 보여주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안전 확인한다고 안부 전한다고 얼굴만 비치고 가는 그 사람들에게 정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초보였을 때는 세대 방문하여서 배터리 교체하고 장비 테스트하고 나오기 바빴는데, 이제는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어르신들과 친분도 있고 어르신들이 짧게 왔다가도 서로 소통이 되고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서 서운해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줘야 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사람 구경이 어렵다. 가족이 있어도 멀리 떨어져서 살고 가족이 없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외로움이나 아픔과 서운함을 나를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하신다.     


     

한평생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1막을 듣고 다음에는 2막을 들어야 할 정도로 이야기꽃은 끝이 없다.

내가 그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짧은 시간을 쪼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밖에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르신의 건강 상태도 알 수 있고, 어르신들의 가족사도 알 수 있다. 어르신들의 가장 큰 병은 외로움이었다.

난 병을 치료해주는 의사는 아니다. 다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혹 도움이 되는 일이 있나 찾아볼 수는 있다.

오늘도 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는다.          

                                               

                                                                                                                 질주하는 키보드 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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