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실제로 딱 두 번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서울 후암동 병무청이었다. 그는 내 앞에서 입대 전 신체검사를 함께 받았다. TV에서만 보다가 가까이에서 보니 신기했다. 나와 동갑이었다니..
두 번째는 군대를 제대 후 영등포역 앞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 이후로 요즘 종편 방송에서 금동이를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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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일기는 1980.10.21~2002.12.29까지 22년 동안 MBC에서 방영된 최장수 드라마다. 넷플릭스 드라마처럼 매회 다른 에피소드가 나온다.
경기도 양촌 농촌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인간미 있게 잘 담아냈다. 고두심은 김 회장님 댁 맏며느리 역할로 나왔다. 어제 방송 내용은 허리가 아파 몸져누운 큰 며느리가 집안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내용이었다. 둘째 며느리는 때마침 친정에 가서 자리를 비웠고 집안일을 시어머니가 대신했다. 큰 아들 (김용건)은 어머니 (김혜자)와 아내의 중간에서 갈등했다.
아버지 (최불암)는 속이 상해서 마당에 나와 있는 아들에게 그랬다. 자신도 똑같이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두 개의 물이 있다면 한쪽에만 발을 담그지 말고 공평하게 한 발씩 담아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공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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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항상 여운을 남긴다. 시청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거다. 막이 올라가며 나오는 대표 연주곡과 함께 그날의 드라마 사연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준다.
전원일기의 OST는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되었고 작곡한 사람은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곡을 연주한 김원용 씨는 국내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다. 그를 보고 어느 무속인이 전생에 궁중 악사였다고 한다. 사주팔자에 '소리'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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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과 함께 빨래를 개다가 나눈 대화다.
''아빠! 전원일기에서 복길 엄마하고 수남 엄마가 싸웠어요. ''
'' 어~ 그래? 왜 그랬데? ''
'' 복길 엄마가 이웃집에 품을 팔아 돈을 버는데 수남 엄마가 돈을 줄 테니 자기 집안일도 해달라고 했어요. 남도 해주는데 자기는 왜 안되냐고 하면서요. 복길 엄마는 화를 내며 서운해했고 수남 엄마는 이해를 못했어요. 나중에는 큰 며느리 (고두심)에게 수남 엄마(박순천)가 혼나고 복길 엄마한테 사과하던데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만약에 말이야. 가영이가 복길 엄마라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 한번 해볼래? 나와 모르거나 가깝지 않은 사람의 일을 하고 돈을 받으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아는 사람의 집안일을 해주고 돈을 받기가 어색하지. 더군다나 수남 엄마가 했던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남도 해주는데 돈을 줄 테니 내 것도 해달라는 건 복길 엄마를 무시하는 거 아닐까.."
''복길 엄마는 돈을 잘 쓰지 않는 구두쇠라며 이웃집 아줌마들이 밥 한번 안 산다고 뭐라 했어요."
"음.. 하긴 복길 엄마가 그런 면이 있지.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건 잘못된 건 아니지만 너무 그러면 못쓰지. 뭐든지 정도가 있는 거야. "
드라마의 내용속에 있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갈등을 딸과 함께 '두런두런' 대화를 했다. 복길, 수남 엄마에게 배울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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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 중 일용 엄니 (김수미)가 있다. 32살부터 할머니 역할을 했다. 아들 역할인 일용이(박은수)는 실제 김수미 배우보다 3살 적었다고 한다.
양희경, 김해숙, 김찬우, 견미리, 김영란, 박원숙등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배우들이 전원일기에 출연했다.
최근 응삼이 역할을 했던 배우 박윤배 님이 73세의 나이, 폐섬유증으로 투병을 하다가 12월 18일 별세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는 인정 많던 응삼이 역할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젊은 시절 흑백 사진 속의 그는 원조 미남으로도 불렸다.
응삼이의 캐릭터는 강원도에 사는 친구를 모델로 삼은 거라 한다. 조연이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백 TV 시절부터 방송되었던 전원일기를 만든 연출진들과 작가들은 참 대단하다. 어쩜 그리 우리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렸는지 말이다.
오래 기억되고 감동이 있는 드라마는 일상을 꾸밈없이 표현한다. 나는 잔잔한 여운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들이 좋다. 잠자기 전에 훈훈한 드라마 한 편 전원일기를 보면 추운 겨울, 이불속으로 시골의 향기가 구수하게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