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기 맛집 이잖아. 거기 갈까?

생선구이 집

by 임세규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음식에 담기면 훈훈한 정으로 되돌아온다.

우리 동네에 생선 구이집이 있다. 상호 이름이 정겹다. 집밥 구어 생선구이 집이다. 내부는 나무로 된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홀은 아담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생선구이 종류도 다양하다. 주문한 음식은 갈치구이와 묵은지 고등어조림이다.

반찬으로 샐러드, 마늘 쫑, 간장 조림, 무생채, 버섯볶음, 코다리 조림, 김치볶음, 감자조림이 나온다. 언뜻 보기에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반찬 하나하나의 맛이 감동이다. 마치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듯한 정성이 입안에 맴돈다.

돌솥으로 나온 밥은 넉넉하다. '꼬들꼬들' 입맛에 딱 맞다. 물을 부어 누룽지 밥을 만든다. 금상첨화다.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는 것처럼 반찬부터 메인 요리인 생선구이까지 맛이 일품이다. MSG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졸인듯한 묵은지 고등어조림의 국물은 숟가락을 놓지 않게 자꾸만 유혹한다.


------♡------♤-------♧----

직원은 단 3명뿐이다. 부부인듯한 사장님 내외와 인상이 좋으신 할머니가 한분 계신다. 음식을 가져온 사장님께 살짝 물어보니 장모님이라 한다.

''반찬이 너무 맛있어요. 저희가 좀 사 가지고 가면 안 될까요?'' 아내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다가 사장님께 묻는다. ''그건 안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반찬을 팔면 불법이에요. '' 맛있게 드셨다니 고맙습니다.''

당황스럽고 멋쩍은 듯한 사장님 표정에서 진솔함이 묻어 나오는 듯하다.''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사장님의 기분 좋은 배웅을 뒤로 한채 자동차에 오른다. 차키를 돌려 시동을 켠다. 다급하게 가게 안에서 달려 나오는 그가 보인다.

''잠깐만요. 손님.'' 뭘 놓고 왔나 보다. 창문을 열어보니 사장님 손에 까만 비닐봉지가 들려 있다.'' 오늘이 토요일이고 저희 가게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아요. 잔반찬은 새로 만들거든요. 반찬을 조금 넣었어요. 집에 가서 드셔요. 장모님이 직접 만드신 밑반찬이에요."

'사장님은 조금 전 아내가 아쉬워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 비닐봉지에 넉넉히 들어 있는 반찬을 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낀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을 배려해 주신 그분은 따뜻한 마음을 지니신 분이다. 물 말아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김장 김치 한 조각을 올려 한술 먹어도 집밥이 맛있는 이유는 무얼까. 어머니의 밥상은 '사랑' 그보다 더 큰 무엇이 있을게다. 생선 구이 집의 장모님이 만드신 작은 정성 하나하나가 손님의 입안에 '어머니의 손맛을 불러온다.'

------♡------♤-------♧----

자신의 이름으로 간판 상호까지 만든 제법 유명한 강릉의 어느 식당이다.

도라지 무침이 유난히 맛이 있어 한번 더 주문을 하니 좀 전보다 수북이 담겨서 나온다. '역시 맛집은 틀리구나.'

오산이다. 우연히 식당 주방의 작은 창문으로 보게 된 장면이다. 손님이 먹다 남긴 도라지 무침을 흰색 플라스틱 통에 고이 모셔 다시 담는 것이 아닌가. 반찬 재활용 현장을 목격한 거다. 양심을 저버린 꼼수다.

차라리 먹을 만큼의 적당한 양을 내주면 될 것을 인심이 좋은 듯 속임수를 쓴다. 주인장에게 조금 전 상황을 따져 물으니 '그런 적 없다' 한다. 분명 당황스러운 낯빛이 역력한데도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억울하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시인을 하면 좋으련만, 언성이 높아지고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아내가 '무슨 일이냐'며 식사를 하다가 황급히 뛰어나온다.

궁지에 몰린 주인장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다시 나오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180도 변한 얼굴로 사과를 한다. " 제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주방 아줌마가 그렇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주인장의 허락 없이 아주머니가 자발적으로 했다는 말인가. 양심을 저버린 것도 모자라 거짓말로 일관한다.

------♡------♤-------♧----

정부는 2009년부터 남은 음식의 재활용을 방지하기 위해 남은 반찬을 손님 상에 다시 올리다가 적발될 경우 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영업정지등의 형사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주인장의 사진이 붙어있는 벽면의 홍보용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선한 미소 속에 숨겨진 위선이 보인다.

장사를 오로지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목적으로 진심이 담기지 않은, 거짓으로 포장된 음식을 판다면 과연 손님들이 알아채지 못할까. 맛의 가치와 정성이 담긴 음식은 그 집을 다시 찾게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단골이 된다.

------♡------♤-------♧----

해마다 이맘때쯤 아내는 지인의 농장에 포도를 주문한다. "여보. 올해는 한 박스 더 주문할까?" 향긋한 내음의 포도 한 상자를 들고 생선 구이집으로 간다.

"지난번 주신 반찬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은 손님에게 감동을 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거기 갈까? " "어디?'' "집밥 구어 생선구이집.."
''좋지. 그 집 맛있잖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원일기, 금동이를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