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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Apr 01. 2021

순댓국 무림 고수의 진정한 손맛을 느끼고 왔습니다.

7년 전 영종도로 발령을 받았다. 주로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지만 가끔 직원들과 외식을 한다.

오늘 점심은 순댓국으로 정했다. 일터에서 차로 이동하면 15분 정도의 거리다. 한번 맛을 본 직원들끼리 입소문이 난 집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일행이 식당에
들어서자 얼마 전 부임을 해오신 국장님이 계셨다. 다른 직원들과 식사를 먼저 마치신 국장님은 흘깃 우리 쪽을 보시더니 계산을 미리 해주셨다.

푸짐한 순댓국이 나왔다. 주방 안을 살짝 엿보니 접시에 밑반찬을 담는 식당
주인의 모습이 마치 인심 좋은 시골 아낙네의 손길을 닮았구나 생각했다.

' 이래서 맛이 있다고들 하는구나 '

꾸미지 않는 담백한 순댓국의 맛이 좋았다. 새콤한 도라지 무침이 반찬으로 나왔다. 적당히 익은 파김치는 입안에 도는 감칠맛이 훌룡했다. 며칠 동안은 그 맛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중국 무술 영화를 보면 ' 무림의 고수 ' 들이 나온다. 평범한 무술인 듯 하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무림의 음식 고수들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가게의 외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XX 순댓국이라는 이름의 간판에 ㄴ자 받침이 떨어져 있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신경을 안쓴다. 그릇이나 집기 등은 다소 투박할 수 있으나 집에서 어머니가 흔히 썼던 가재도구의 느낌을 준다.

둘째 음식 본질의 맛에 집중한다. 신선한 재료는 기본이다. 제철에 나오는 밑반찬이 오히려 메인 요리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맛있다.

셋째 배불리 먹고도 남을 정도의 넉넉함을 준다. 여러 번 숟가락을 떠도 양이 쉽게 줄지 않는다.

오늘 점심은 순댓국 무림 고수의 손맛을 봤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곳이기에
이 글에서 위치를 밝히지 않는다.


1924년 <조선무 쌍신식 요리 제법>의 기록에 의하면 돼지 삶은 물에 내장을 넣은 후 우거지와 함께 끓인 국이 나온다. 이 국이 순댓국의 시초라 보면 된다.

오늘날처럼 순대가 들어간 순댓국은 1946년 손정규의 <우리 음식>에서 돈장탕 (豚腸湯)이라 불렀다고 한다.

순대를 떠올리면 뭐니 뭐니 해도 천안 병천순대다. 유관순 열사가 3.1. 운동 때 사람들을 모집하고 태극기를 두 손 높이 올렸던 ' 아우내 장터 ' 가 있던 이근처에 1960년대 돼지 가공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부산물의 풍부한 공급으로 순대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돼지 창자에 당면을 넣는 서울식과는 달리 천안 병천순대는 돼지 내장과 간을 넣어 한결 더 맛이 좋다.

천안에 청화집이라는 유명한 순댓국 집이 있다. 허영만의 식객이라는 작품에도 나온 곳이다.

영종도는 먹거리와 맛집이 꽤 있다. 대표적인 음식점이라 하면 황해 칼국수집이다. 푸짐한 해물의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지금은 1호에 이어 2호 식당도 영업 중이다.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마시란 해변 카페가 있다. 휴일에 가족과 함께 오면 일몰 시간을 맞춰 인생 컷,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다.

점심시간에 가면 갓 구워 나온 빵으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스타파이브도 있고 가까운 곳에 해송 쌈밥집있다. 여기는 각종 신선한 채소를 고기와 함께 쌈을 먹을 수 있다.

대표 도시인 운서동의 카페 거리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집밥 구어 생선 의 생선구이와 고등어 김치찜은 언제 먹어도 일품이다.

단일 품목으로 식당을 하는 곳도 있다. 비빔밥 전문점이다. 흔한 제육과 콩나물을 넣은 비빔밥이지만 착한 가격 대비 양과 훌륭한 맛 때문에 인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부서 내 회식이 있을 때는 갈비 전문 훈장골을 이용한다. 전국적인 체인점이다. 내가 사는 곳에도 있다. 고기의 맛이 일정하다. 잘 숙성된 양념 갈비를 숯불에 올리면 ' 치지쥑~  ' 올라오는 굽는 냄새가 미각을 자극한다.

식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먹는다. 먹는다는 행위 즉 식(食)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삶의 만족을 준다.

' 맛집 '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한 끼에 담긴 주인장의 인생 손맛을 함께 하고픈 마음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순댓국에 말아서 숟가락으로 한술 뜬다. 파김치를 둘둘 말아 살짝 올린다. 빨간 깍두기도 한점도 좋다.

입안에 침이 고인다. 꿀떡~  목 넘김이 좋다. 맛있다. 배부르고 든든하다. 이 집을 소개해준 마주 앉은 동료에게 ' 엄치척 '을 올린다.

이글의 이미지는 저작권 없는 Pixabay 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참조 했습니다.

https://ko.m.wikipedia.org/wiki/%EC%88%9C%EB%8C%80%EA%B5%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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