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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y 18. 2023

라면의 정석

" 혹시 라면 봉지 뒤에 있는 조리법 그대로 따라 해 보신 분 있나요? "




그동안 어마어마한 라면을 먹었으나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해볼까.. 1인분 기준이다.  550ml를 끓인다. 면과 수프, 건더기를 넣는다. 시간은 정확히 4분이다 ' 띠리링 ' 타이머가 울리면 가스불을 끈다. 두근두근... 다른 재료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제조 라면 그대로다. 국물부터 한입 먹어본다. 후루룩~ 라면을 씹는다.


오!  맛있다. 입안을 맴도는 감칠맛. 간이 딱 맞다. 바로 이거야. 왜 진작에 라면 회사에서 하라는 데로 따라 하지 않았지? 제조사는 라면을 출시할 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하루종일 라면만 먹는 직원이 생활의 달인에 나온 적이 있다. 라면 종류만 수십 개에 이르는데 그들은 귀신 같이 눈을 감고도 어떤 라면인지를 맞춘다. 연구원들은 소비자의 입맛에 가장 최적화된 방법을 정밀하게 테스트한다.


라면의 정석은 물의 양과 스프와 건더기의 투입 타이밍과 알맞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거다. 이대로 해봤더니 기가 막힌 맛이 나온다. 그동안 끓이던 라면은 대충 어림잡아 물 조절을 했는데 그래서 일정한 맛이 나오지 않은 거다. 라면 회사가 알려준 방법이 정석이다.

정석이란 일정하게 정해진 방식을 말한다.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수학의 정석이란 참고서가 떠오른다. 1966년 처음 발행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성경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 한다.  제목 그대로 수학과 정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우리 삶도 수학처럼 정석으로 가면 좋으련만 세상 이치가 꼭 바른 길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최근 SG 증권 주가 조작에 연예인이 연루되어 수사 중이다. 주식 투자에도 정석이 있다.  가격에 사서 오르면 파는 것. 그러나 주식의 정석은 바로 눈앞에서 오르고 내리는 화면을 보고 있다가 쉽게 무너진다.

 

욕심이 앞서서 주가조작 서슴없이 가담하고도 오히려 피해자라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SG증권 사태의 핵심은 내가 당신 대신 투자를 해서 돈을 불려줄 테니 수익이 나면 50%의 수수료를 달라는 거다. 그것도 여러 가지 기상천외한 자금세탁을 통해서 말이다. 사기꾼들은 주식을 사고팔면서 마치 총알처럼 투자자를 이용했다. 투자자들의 문제는 자신명의의 스마트폰을 개통해서 신분증과 함께 그들에게 일임 했다는 거다.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맡겼다.


정석의 반대말은 야매다. 야매는 주로 뒷거래를 말한다. 이를 씌울 때 치과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야매로 하는 경우가 예전에는 흔했다. 합법을 가장한 성형수술도 따지고 보면 야매가 아닌가. 부작용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 마저 정석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정석대로 해야만 올바른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정석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정석을 너무 따지다 보면 융통성 부족으로 갈 수 있다. 요리 레시피는 재료의 계량을 정석으로 해야만 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 재료를 바꾸고 용량을 조절해서 응용할 수도 있다.


라면 끓이기도 마찬가지다. 제조사가 친절하게 알려준 봉지 뒷부분대로 끓여도 맛있지만 끓이는 시간은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르다.

아내는 푹 익힌 걸, 나는 꼬들꼬들한 식감의 라면을 좋아한다.  물과 프의 양 또한 2~3인분 기준으로 끓이면 조절이 필요하다. 제조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리법도 있지만 라면은 솔직히 대충 눈대중으로 물조절 해도 맛있다.


정석은 라면 끓이기 처럼 상황에 따라 지킬수도 있고 유도리 있게 넘어갈 도 있다. 유튜브에서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나온다. 침을 꿀꺽 삼킨다. 오늘 저녁은 라면 어때? 카톡을 보내니 아내는 대 환영 이모티콘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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