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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Dec 12. 2023

결혼과 육아,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세상에 이게 웬말인가 ? ' 개근거지 '라니


- 결혼과 집-


서른 살의 결혼은 또래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사회 분위기였다. 주위 친구들은 26살을 전후로 결혼했고 전세에서 출발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방 하나라도 둘이 함께 밤을 보낼 수 있음에 좋았다. 작은 전셋집, 작은 자동차, 적은 월급에도 만족하며 살았다. 때론 직장 생활이 힘들어도 아내와 아이들이 주는 행복한 느낌은 다음 날을 새로움으로 꽉 채우는 힘이 되었다.


서른아홉에 집을 마련했다. 당시 가진 돈은 4500 만원이었다. 주택 금융공사를 이용해 1억을 생애 최초로 빌렸다. 서울에서 살다가  경기도 시흥시로 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 딸, 이제 막 돌이 지난 둘째 딸이 다닐 학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지하철 역, 공원, 마트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결혼을 한 지 9년 만에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생겼다.


둘째 딸이 6살이 되던 해에 방 2개짜리에서 방 3개짜리 아파트로 옮겼다. 1억 4천만 원 대출을 받았다. 이 금액은 주택금융공사의 체증식 상환으로 빌렸다. 고정금리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원금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내 월급에서 주택 상환 비용이 부담가지 않을 정도로 설계했다. 정년 후 퇴직금으로 남은 금액을 모두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 육아 -


큰딸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외벌이로 살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후 정규직이 되었지만 고정된 월급에 생활은 늘 빠듯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한 해 두 해 커나갈수록 우리 집 경제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맞벌이가 시작되었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양가 부모님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고 학원에 가야 했다. 집에서 반겨줄 엄마가 없었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 큰아이는 대학생이 되고 작은아이는 중학교 2학년인 지금도 이 패턴은 진행 중이다. 아내는 주말에 쉬는 직업이 아니다. 토요일, 일요일은 집안일, 아이들 케어까지 온전히 내 몫이다. 벌써 10년째 이렇게 생활한다.


- 노후 -


결혼 후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었지만 아내는 먼 훗날을 위해 국민연금 임의 납부를 꾸준히 해왔다. 다행히 20대 초반부터 부어온 아내의 국민 연금 수령액은 꽤 쏠쏠하다. 내 연금과 합치면 월 350 이상은 나올듯하다. 여기에 주택연금도 생각 중이다. 퇴직 전까지 모든 빚을 청산하려 한다. 돌아보니 삶에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많이 있지만 계획은 그렇다. 제법 똘똘한 실손 보험을 둘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 부부가 60세 이후 빚 없고, 집 있고, 대략 15년 정도 탈 차 한 대 있고 연금 350 정도면 괜찮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두 딸아이의 결혼 비용이다. 이 문제는 선영이와 가영이에게 언젠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아빠와 엄마는 너희들 대학 등록금까지 뒷바라지해줄 거란다. 결혼 비용은 너희들이 돈을 모아야 한단다. '


어쩔 수 없다. 조금은 도와줄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노후 여유 자금을 모두 줄 수 없다. (아마도 일부는 유산으로 남겨줄 듯) 나이 든 부모가 자식들에게 의지 하지 않고 건강히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72년생인 나와 71년생인 아내가 결혼 후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의 요약이다.




요즘 심각한 사회 문제가 있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소멸될 위기의식까지 든다는 저출산 문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저출산 이전에 청년세대들의 결혼을 먼저 보자. 여성 가족부가 발표한 '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에 의하면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은 33.7세, 여성은 31.3세라고 한다. 예전에 비해 이렇게 많이 늦어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건 경제적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집값 상승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도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결혼을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결혼을 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금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결혼은 개인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결정이며, 그에 대한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에는 결혼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결혼을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험에 의한 섣부른 충고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를 싫어 하지만 굳이 ' 라때는 말이야 ' 로 한마디 하자면 우리 때는 결혼에 대한 인식을 나이가 차면 반드시 해야 할 의무처럼 생각했다. 아파트는 언감생심 일반 주택에서 신혼살림을 차려도 괜찮았다. 글쎄.. 다양한 삶이 있으므로 일반화를 시킬 수 없지만 보통의 가정에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 결혼을 하기 전 충분한 준비가 어디까지 인가 말이다. 쉽게 말해 남자를 기준으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결혼을 포기해버린다고 한다. 좋은 아파트와 좋은 차 좋은 직업등이 결혼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다. 대중 매체와 SNS는 보여주는 삶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올려 버렸다.


뭔가가 잘못 됐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뀐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복지부에서 청년세대 무자녀 부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들었다. '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어요 '라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서로를 비교하고 심지어 SNS 자기소개에 자기가 사는 아파트 브랜드 명을 올리는 풍조다.


결혼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못하고 출산은 무한경쟁에 자신이 없어서 못한다 라는 분위기가 요즘 사회다. 공감은 하지만 무엇이 이렇게 까지 만들었는지 속 시원한 답이 없다.


결혼과 육아,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결혼과 출산을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선택의 문제이지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의 근본적인 문제는  남과의 비교가 아닌가 생각한다.


'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 봐 무리해서라도 외제 차로 바꾼다 '


이런 사회가 정상은 아니다. 자기 수준에 맞는 경제적 요건이 되고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으며 나와 잘 맞는 배우자와 함께 한다면 결혼과 육아 모두 잘할 수 있다. 앞서 필자가 살아왔던 인생의 과정처럼 말이다.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있었지만 그건 부부가 함께 해 내야 할 삶의 한 부분이다. 풋풋한 우리 신혼을 담은 모습과 아이들이 성장해 가며 남긴 가족이란 포근함의 기억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소중한 가치다. 남들이 사는 모습을 부러워하기보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할 때다.


둘째 아이 기말고사 시험이 이번주에 끝난다. 주말에 딸들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마트에 들러 저녁에 식구들이 함께 먹을 샤브샤브 요리 재료를 살 요량이다.


방금 가영이에게 전화가 왔다. 시험을 잘 봤단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평범한 삶의 모습들이 시시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지극히 평범하게 살지만 결혼 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을 최우선 가치로 살아 가련다.



* MBN 뉴스기사, 평택자치 신문 기사를 일부 참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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