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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Feb 28. 2024

사고는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고야 ~


아내와 저녁 7시 30분이면 늘 지하철 역 앞에서 만난다. 함께 하는 퇴근길은 즐겁다. 변함없이 아내의 운전을 내가 이어받아 출발한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이다. 우리 동네에는 어중간한 사거리가 있다. 큰 사거리 바로 전에 신호가 없는 작은 사거리가 하나 더 있다. 좌회전과 우회전이 가능하다.

평소처럼 큰 사거리 직진 신호를 받아 가는 중이었다. 작은 사거리 앞에서 내차 앞에 가던 카니발 한대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더니 좌측 차선에 멈췄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느낌이 싸~ 했다. 뭔가 직감이 들었다.

속도를 줄이고 살짝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니나 다를까.. 좌회전을 기다리던 카니발 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쌩~ 하니 달려 나왔다. 다행히 부딪치지는 않았다. 상황을 유추해 보건대 다음과 같다. 갑자기 튀어나온 오토바이는 카니발에 가린 우리 차를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 차는 큰 사거리 직진신호에 정상적인 주행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일 속도를 줄이지 않았더라면 100% 충돌할 수 있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가 났다는 가정으로 내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이 있다. 정상적인 직진 신호에 30km 정도의 서행이었지만 갑자기  빠른 속도로 튀어나온 오토바이를 피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오토바이가 우리 차를 들이받았다는 상황이 맞을 거다.

" 휴우 ~ 안 좋은 직감은 역시 맞아떨어졌어. 어떤 경우든 우리 차가 녹색 신호라 할지라도 커다란 차가 좌우 시야를 가리고 있을 때는 무조건 천천히 가야 해. "

" 오! 정말 그러네. 큰 일 날 뻔했어 "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사고 처리를 하게 되면 내 과실도 있다. 뭐랄까. 전방주시 의무 위반정도. 교통사고에 따라 과실 비율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서로가 불편하게 된다.

예전에 오토바이를 8년 탔다. 그래서 운전자의 심리를 잘 안다. 오토바이를 직업으로 삼는 들은 시간에 쫓긴다. 나 역시 작은 사고가 여러 번 났었고 위험한 순간을 수도 없이 겪었다. 사거리 진입은 오토바이 역시 시야 확보를 충분히 한 후 진입 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방어 운전이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자동 반사가 될 정도로 말이다. 순간적인 판단이 앞서야 되겠지만 기본적인 교통질서만  지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건널목 신호등 1초를 남겨 놓고 뛰어 오는 남학생을 본 적이 있다. 직진 신호를 기다리던 내 옆차는 예측 출발을 했고 더군다나 급 가속 엔진 소리가 들렸다. 아이와 그 차는 마치 영화를 찍는 것처럼 보였다. 옆차의 앞 범퍼에 강하게 치인 아이는 하늘로 잠시 부웅~ 뜨더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남학생은 벌떡 일어서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예측 출발과 급 가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단 1초만 좌우를 살피고 녹색 신호에 출발했더라면...

자동차에 치여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단 2가지만 기억해도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첫 번째, 좌우 시야 확보가 잘 안 되는 구간을 통과할 때는 의식하며 최대한 서행한다. 두 번째, 건널목 앞에서 신호 대기 할 경우 파란 불이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출발하지 말고 1초만이라도 좌우를 살피고 천천히 주행할 것.

방어운전은 당연히 지켜야 할 교통 법규를 넘어 개연성이 충분한 도로 위의 사고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운전자 서로서로 주의를 한다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의식적인 운전 태도 역시 실천해야 한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완전히 방어운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예방하는 습관은 꼭 가져야 한다.

요즘 한블리를 즐겨본다. 아내는 사고 장면 보는 게 뭐 그리 좋은 거라며 핀잔을 주곤 한다. 도로 위는 정말 황당무계한 사건들도 많이 일어난다. 고속도로 1차선에서 급정지, 역방향 주차 후 후진 주행을 급하게 해서 여고생을 중상 입힌 사건,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살인적인 행위, 명백한 잘못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무너뜨린 후 사과 한마디 없이 ' 교도소에서 징역 살고 나오면 그만 '이라는 사건 등등.
도대체 왜들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운전자 보험을 들었다. 만원 조금 넘는 비용이다. 살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가끔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성격 급한 분들은 ' 새색시 운전 같다며 ' 놀리곤 한다. 그렇다고 마냥 천천히 가는 건 아니다.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운전함이 내 운전 습관이다. 아내와 딸아이들은 항상 내게 말한다.

' 아빠가 운전할 때 제일 편안해 '


운전하는 모습속에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 라는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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