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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Feb 18. 2024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위계질서는 필요하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교보문고를 가는 길이었다. 누가 온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1층 현관 앞 임시 무대로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유명인이 오는 모양이구나 '

둘째와 함께 책을 고르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깜짝 놀랐다.

' 아까 그 사람이 왔구나 '

교보문고에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향했다.

' 도대체 누가 왔길래 이렇게 소란스럽지.. '

작은 무대 위에 그가 있었다. 그는 축구선수 이강인이었다. 이제야 아까 무심코 지나쳤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환영합니다~ 이강인 선수 '

대중매체에서만 보던 그를 바로 앞에서 보니 신기했다. 의도하지 않았고 우연히 만나게 된 건 영광이라 느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사회자가 주말에 무얼 하며 지내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갖고 있어요. 제 가장 큰 행복 중의 하나죠. ''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가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형식적인 답변이었다 할지라도 우선순위를 가족으로 하고 있는 모습에 호감이 갔다. 이강인의 창의적인 축구를 보면 늘 감탄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게 웬 말인가..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강인과 손흥민의 불화 소식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갈등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평소 보이는 두 사람의 이미지와는 달리 뭔가 안 좋은 감정들이 쌓여오고 있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일단 정황상 선수들 간에 위계질서가 무너진 모습이 안타까웠다. 국가대표란 막중한 사명감을 잊은 선후배 선수들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여론도 한 선수의 잘못으로만 치우치고 있었다.

사회 어떤 분야든 위계질서가 있다. 조직의 기본 질서이자 틀이다. 지나친 위계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오지만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능률 적인 면에서 필요하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여러 명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구기종목은 지켜야 할 기본 정서다. 위계질서의 사전적 의미는 관등(官等)이나 직책의 상하 관계에서 마땅히 있어야 하는 차례와 순서다.

위계질서는 조직의 효율성과 안정을 위해서 중요하다. 그러나 차별과 불평등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회 구성원의 불만이 쌓일 수도 있다. 이는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

이번 축구대표 팀 선수들 갈등은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자율성과 평등이 중요시되다 보니 위계질서라는 틀과 충돌이 일어난 듯하다.
세대간 자라온 환경의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11명이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스포츠인 축구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위계질서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는  위계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때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로 그려진다.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겠지만 국가대표를 이끄는 주장의 입장에서 손흥민은 잘 풀리지 않는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좀 더 정신적으로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탁구를 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팀 내 침체된 분위기도 있으니 소란스럽지 않게 했다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그동안 서로 간 좋지 않았던 감정들이 쌓였다가 예민한 시기에 폭발했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돌아가는 여론은 한쪽 방향으로 너무 치우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이렇듯 마녀 사냥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많다. 이는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옳고 그름을 극단적으로 따지다 보면 결국 분열을 초래한다.

선후배 간의 위계에 대한 기본 질서를 따르되 불편한 감정들을 해소하며 자유로운 소통을 해야 한다. 내부 규율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 위계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지 않을까.. 서로 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위계질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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