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한 이후로 옥상 위의 빨래를 잊고 살았습니다. 3층 다세대 주택에 살았던 시절, 비라도 올라치면 밖에 있던 어머니는 소리치셨지요.
' 비 온다 ~ 빨래 걷어라 '
그러면 TV를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 옥상으로 올라가서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널은 빨래를 언른 걷었습니다.
이런 경험 어릴 적 한 번쯤은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요? 박은주 시인의 시 ' 옥상이 없는 집에 사는 여자들에게 '를 읽으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옥상에 널은 빨래를 묘사하며 시인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나... 도시 속의 아날로그 감성은 따뜻한 인간미를 연결시켜줍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빨래의 모습을 통해 느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느껴봅니다.
돈만 있으면 정말 편리한 세상이지요. 저희 집도 빨래 건조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탁이 다 된 빨래를 널을 때의 수고로움과 거실을 일부 차지 하던 빨래 건조대가 없으니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세탁방이 있어서 건조까지 다 되어 나오기도 합니다. 예전에 비해 옥상에 빨래를 너는 분들이 많이 줄었겠지요.
이 시의 마지막 행,
' 브래지어를 널 때 그 쑥스러운 마음 물기가 배어 있는 팬티를 널 때 그 부끄러운 마음 그 야한 설렘을 아니 '
에서 발칙한 상상을 해보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웃음을 짓게 만드네요.
옥상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은 참새를 잡았던 추억입니다. 요즘 참새 참 보기 힘듭니다. 그 많던 참새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 까요.
옹기종기 모여 있던 참새들, 그중 하나 잡는다고 소쿠리에 실을 매단 나뭇가지를 걸쳐놓고 바닥에 쌀을 뿌린 후 한참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
건조기에 빨래를 넣으러 가야겠습니다. 요즘 빨래들 참 여유가 없습니다. 세탁기에서 뒤엉켜 1시간을 시달리더니 곧바로 건조기에 들어가 뜨거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빙글빙글 돌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