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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뛰어야 할까?

by 임세규


- 에스컬레이터 단상(斷想) -


당산역은 2호선과 9호선 환승 구간에 건물 8층 정도 높이의 긴 에스컬레이터로 유명하다.


환승을 하려고 급하게 뛰어가다 일어난 안전사고가 많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위험하오니 걷거나 뛰지 마세요'' 란 안내 문구를 "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봤어요." 바꾸니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기발하고 감성적인 문구로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다니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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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면 자꾸만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 오른쪽으로만 타야 할까? 왼쪽으로 타면 왜 안될까? '걷거나 뛰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걸 보아선 왼쪽에 서도 괜찮은 거 아닌가.


하지만 왼쪽 계단은 마치 걷는 사람에게 배려해야 한다는 듯 오히려 자리를 비우고 굳이 오른쪽으로만 올라탄다. 심지어 계단 왼쪽에 서면 뒷사람이 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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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로 서면 기계에 받는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고장의 원인이 되고, 비어 있는 쪽으로 빨리 가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두 줄로 서 있어도 괜찮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어쨌든 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 걷거나 뛰는 건 위험하거든요."
두 줄로 서 있자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기계 고장의 원인이 불분명하고 바쁜 출. 퇴근 시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줍니다."
"한 줄로 서서 배려를 해주세요. 뒷사람이 열차를 놓칠 수도 있거든요."
한 줄 서기가 맞다는 이들이 말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둘 다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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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도착 예정 시간을 미리 알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바라본다. 현재 시간 19시 41분. 다음 열차와 배차 간격이 길다. 19시 44분 원시행 지하철 출발시간에 맞추려면 촉박하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뛰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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