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털어 놓는 상대방에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맞장구다.
"그랬구나. 힘들었지. 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해봤어."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시원해진다. 당장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라도 상대방이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면 일이 잘 풀릴것 같은 기대감도 생긴다.
'남의 말에 덩달아 호응하다.' 는 맞장구 치다의
어원이다. 풍물놀이는 여러 악기가 함께 호흡하며 맞장구를 친다.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의 맞장구는 좋은 소통 방법이다. 맞장구가 많아질수록 그 만큼 대화가 잘 이뤄진다는 거다.
맞장구를 잘 치는 친구가 있다. 대화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시계를 보면 두어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후배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민원 담당이라 마음 고생이 심한 모양이다. 민원실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술에 만취한 여성 고객이 우편물을 찾으러 왔다.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사시는 곳 주소를 알려주시겠어요 ?"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알아야 보관 된 등기 우편물을 검색할 수 있지만 고객은 시비조로 엉뚱한 말만 되풀이 했다.
후배는 '욱' 하는 감정이 점점 올라왔다. 이 상황이 난감했다.
"손님, 더우시죠.?"
옆에 앉아 있던 민원 실장이 선풍기 방향을 틀며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음료수를 건넸다. 고객은 여전히 횡설 수설하지만 실장은 맞장구를 쳤다.
"아~그러셨구나. 그랬군요."
술에 취한 여성이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후배는 보관된 우편물을 가져 오다가 발송인 주소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제 딸이 보낸 편지예요."
여성 고객이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손님의 딸이 지금 교도소에 있었다.
물론 딸 때문에 속이 상한 고객이 만취한 채 우편물을 찾으러 온 건 잘못이지만 일단, 민원 실장은 긍정적인 맞장구로 그녀를 진정 시킨 후 문제를 해결했다. 아픈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해준 맞장구의 힘이었다.
"우리 라면 먹자."
아내는 휴일 저녁 밥을 하기 싫은 모양이다.
" 그거 좋지. 얼큰하게 청양고추 송송 "
라면은 역시 국물이지. 나는 흔쾌히 맞장구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