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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야기입니다
심플한 집, 버리고 비우고 살기
소유와 욕심을 다이어트
by
임세규
Dec 31. 2020
"가벼움은 곧 버리기다. 미련을 버리면 삶이 소박해진다.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소유와 욕심을 다이어트할 때다."
- 본문 중에서 -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외친 말이다. 기업 문화를 바꾸고 새로움으로 채우자는 뜻일 거다. 이 말을 살짝 바꿔본다.
"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버리자."
물론, 말 그대로 다 버리자는 뜻이 아니다. 필요하지 않은 걸 현명하게 버리자는 거다. 베란다 창고에 있는 오래된 잡화들, 옷장 속에서 몇 년 동안 자고 있는 옷들이 있다. 이들 중엔 구입 후 몇 번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막상 또 버리자니 이거 '얼마 주고 산 건데' 아까워하며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 과다 영양섭취로 나오는 뱃살처럼 살림살이가 늘어난다. 마음 같아선 '확'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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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B의 집에 갔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이 간단명료는 뭐지'라는 느낌이 훅 왔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뭔가 심플한 분위기. 마치 여행지의 펜션 같았다. 집이란 휴식의 공간, 재충전을 위한 쉼터가 아닌가.
미니멀리즘은 간결함을 통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거다. 최소한의 소유로 누리는 행복의 가벼움이다. 버리고 또 버리는 것이 행복의 키포인트다. 선배는 단순함을 실천 중이다.
마음에도 버려야 할게 많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열등감. 조금 더 큰 걸 사고 싶고, 작은 것에 만족하려 하지 않는 욕심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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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겐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기억도 있다. 지인에게 일어난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다. 8.145.060 분의 일 확률, 즉 0.00001 % 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야기다.
'일주일에 한 번 누군가는 꼭 당첨되는데, 나도 될 거야. 제일 먼저 뭘 해야 하지? 우선 멋있게 사표 던지고, 고급 자동차, 건물을 사서 월세 받아먹고살아야지. 복권 한 장에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는 친구 5명과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모임을 갖고 5000원씩을 모아 25000원, 로또 5장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당첨확률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친구가 나름대로 연구한 번호까지 준다 하니 이른바 로또계가 탄생했다.
큰 금액은 당첨이 안됐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는 운명의 여신이 다녀간 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찍어놓은 번호 중 당첨번호가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미리 만들어 놓은 두장의 번호들 중 한 장은 다음 주로 미루고 복권을 구입했는데 그중에 당첨번호가 있었던 거다. A를 선택하지 말고 B를 가져갔다면 '인생 역전'이었다. 그는 몇 날 며칠 밥도 못 먹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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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버리거나 기부를 하며 집안을 정리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솔직히 우리 집에도 한번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집엔 부끄럽게도 일반 1개, 김치 냉장고 2개 냉장고가 3개 있었다. 김치를 엄청 많이 먹느냐? 아니다. 장사를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사연은 이렇다. 처형은 새 냉장고를 샀다. 쓰던 스탠드형 김치 냉장고를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낑낑' 대며 우리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 있는 아직 쓸만한 구형 김치 냉장고를 버리지 못해 3개가 됐다. 스탠드형이 들어오자 구형 냉장고는 외톨이가 됐다.
우리 아내만 냉장고에 욕심이 많은 건가. 다른 주부들도 그런가. 1개는 버리자고 해도 아내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2년이 지난 후 재활용 수거업체에 전화를 했다. 김치 냉장고 한 대 덜어내니 자리가 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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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은 곧 버리기다. 미련을 버리면 삶이 소박해진다.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소유와 욕심을 다이어트할 때다.
*이미지 출처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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