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연 미용실 ' 앞이다. 총각 때는 이발소를 다녔지만 아내를 만난 이후 미용실에 다닌다.
이발사가 깎아 준 칼 같은 머리는 각이 살아 있다.그가 힘 있는 손으로 머리를 감겨주면 시원하다. 반면 미용실은 층을 내는 머리가 세련되게 보인다.
뒤로 고개를 젖히는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을 때는 너무 편해서 졸음이 살짝 밀려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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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아내에게 '괜찮은 미용실이 어디 없나.' 물었다. 이 동네 사는 처형에게 '또르르' 전화해 본 아내가 301동 앞 상가에 있는 미용실을 알려줬다.
"짧게 해 주세요.~"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줘보는 건 어떠세요? 반곱슬이네요. 최고의 머릿결이죠. 파마를 따로 안 하셔도 되겠어요. 두상이 예쁘세요. 그런 말 많이 듣지 않으셨어요? "
특유의 친근함으로 다가 온 그녀는 내게 말을 붙였다.'남자 머리가 거기서 거기 아닌가... '
"음... 뭐, 그렇게 한 번 해보지요."
'이상한 머리를 만들어 놓는 건 아니겠지.'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지만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 윙~ 윙~"
전기 이발기가 워밍업을 했다. 뒷머리가 성큼성큼 잘렸다. 이윽고 그녀의 손은 옆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슥~ 슥~' 거침없이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정면 거울로 바라보니 가슴이 '철렁' 했다. 한쪽 머리가 0.5 미리 정도로 짧아졌고, 다른 한쪽 머리는 그에 비해 길었다.
'어! 이게 뭐지.' 하는 순간 그녀는 이발기를 멈추고 가위를 들어 섬세하게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그녀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착착' 에센스를 발라줬다.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 탄생했다.
"내 머리 어때? "
거실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제자리 한 바퀴를 돌며 물었다.
" 우와~ 한결 더 젊어 보이는 걸. 아저씨 머리 할 때보다 훨씬 나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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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용어로 '투 블록 스타일'이었다. 사람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니 그녀의 미용기술이 놀라웠다. 회사에 출근했다. 여직원들이 대번에 알아챘다.
"팀장님~ 투 블록 하셨네요. 젊어지셨어요."
한 번은 머리를 깎으려 앞 손님 두 사람을 기다렸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손님과 나눈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미용에 대한 식견이 대단했다.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할까. 조곤조곤 센스 있는 입담이 손님을 기분 좋게 했다. 친절하고 싹싹한 그녀는 손님마다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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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들은 그들만의 특색이 있다. 그건 아마 고객의 눈으로 바라봤기 때문일 거다. 고깃집에서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먹었을 때 맛이 좋았다. 차돌박이를 넣으니 찌개의 맛이 더 살아난다. 짬뽕 전문점에는 '차돌 짬뽕'을 판다. 얼큰한 국물과 차돌이 어울린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가 왜 요식사업을 잘하는지 그의 브랜드 식당에서 먹어보니 알았다. 맛 좋은 요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딱 맞는 조합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다.
'파채'가 맛있으면 삼겹살 집에 온 손님은 파채 때문에 한번 더 방문한다. 그의 말이다. 상추에 올린 맛 좋은 파채와 삼겹살 한 점이 입안에 감칠맛을 돌게 한다.
단골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충성고객이다. 어떤 서비스를 경험하고 반복해서 이용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기업들은 마케팅 연구를 통해 단골 만드는 법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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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아이디어도 있다. 편의점 앞에 사람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좋은 재질의 의자를 놓았다. 일반 목재보다 더 비싼 목재였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의자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해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약속 장소를 이 편의점 앞으로 잡기도 했다. 당연히 매출이 올라갔고 단골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GS 25시 전지현 대표의 이야기다.
한번 온 손님이 재 방문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마음에 '쏙' 들기 때문이다. 다 있소에서 '쌍시옷' 발음만 빼면 우리가 익히 아는 다이소라는 브랜드가 나온다. 머리가 참 좋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상품도 다양하다. 정말로 다 있는 것 같다.
우리 집은 다이소 단골이다. 한 번가고 또 가고 싶은 집은 고객의 마음을 잘 읽는다. '역지 사지'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면 충성 손님은 오늘도 단골집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