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13만 호 시대, 이제는 '데이터 인프라'다

위해 제거에서 이력 관리로 — 빈집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by 김선철

2024년 전국 빈집 행정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적 정의에 따른 빈집, 즉 1년 이상 장기 미사용 주택은 약 13만 호. 전체 주택 대비 0.7% 수준입니다. 숫자만 보면 "그래, 관리 가능한 규모네"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 뒤에는 한국 주택정책이 지금까지 외면해 온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정비된 빈집 2.2만 호 중 87%가 단순 철거였다는 사실, 도시와 농촌의 빈집 관리가 법과 통계부터 완전히 따로 놀았다는 사실, 그리고 빈집을 찾아내는 방식이 수도·전기 사용량 위주여서 실제와 괴리가 크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이번 행안부·국토부·농림부·해수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단위 행정조사는, 처음으로 단일 기준의 빈집 데이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제 진짜 질문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 빈집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빈집은 '위해 요소'가 아니라 '잠재 자산'이다


지금까지 빈집 정책은 사실상 안전 제거 중심이었습니다. 무너질 것 같은 집, 화재 위험이 있는 집, 범죄 우려가 있는 집을 철거하는 데 예산과 행정력이 집중됐습니다. 정비의 87%가 철거라는 수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물론 위해 빈집 제거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13만 호 전체를 위험 요소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입지·구조·소유권이 정리되기만 하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어느 빈집이 활용 가능하고, 어느 빈집이 위험한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데이터 기반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통장 제보, 민원, 조사원의 육안 확인에 의존하다 보니, 실제 빈집인데도 누락되거나 사용 중인 집이 빈집으로 잡히는 오분류가 빈번했습니다.


결국 철거 외의 선택지—임대주택 전환, 커뮤니티 시설, 소규모 정비사업 결합 등—를 실행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 인프라가 없었던 겁니다.


2.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사업 설계'가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개별 프로젝트 제안이 아니라, 전국 단위 빈집 관리 플랫폼 구축 방향입니다.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됩니다.


1) 실태조사 방식 다변화


주민 의견, 행정정보, AI·이미지 센싱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복합 조사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드론, 스트리트뷰, 위성사진, 전기·수도 데이터를 기계 학습과 결합해 빈집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는 체계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조사원·지자체 담당자에게 의존하던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 자동화 체계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입니다.


2) 빈집 이력관리 체계 구축


현재 빈집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해, 개별 빈집 단위로 '전 생애 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합니다. 여러 부처의 공공 활용사업, 재개발 등 정비사업, 거래정보(매매·임대)를 연계해, 한 채의 빈집이 언제 비었고, 어떤 정비계획이 수립됐으며, 실제로 어떻게 활용·거래됐는지를 추적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빈집은 단순한 '방치된 주택'이 아니라, 이력과 상태가 투명하게 기록된 하나의 자산 단위로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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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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