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욕 사례로 본 TOD 기반 복합개발의 미래
2025년 1월 24일, 서울시가 발표한 소식 하나가 부동산 업계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울시가 노원구 창동차량기지 일대에 대해 내년 1월 산업단지 지정 신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발 절차에 착수한다는 것이었다. 내년 하반기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2028년에는 기반시설 착공에 들어간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숫자만 봐도 이 프로젝트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총면적 24만 7000제곱미터. 여의도 공원 두 개 반 정도의 크기다. 서울교통공사의 창동차량기지가 내년 6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차량기지로 이전하면 남게 되는 이 광대한 부지를, 서울시는 인공지능과 미래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바이오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와 문화·상업 시설, 여가공간이 함께 들어선 서울형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발표를 듣고 나는 단순히 "노원구에 큰 개발이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넘어,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 개발은 서울의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단순히 건물을 짓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이 프로젝트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도전을 해온 선진국 도시들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심 내 대규모 유휴부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는 전 세계 대도시들이 직면한 공통 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의 사례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창동차량기지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창동차량기지 개발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구조적 불균형을 직시해야 한다. 서울은 오랫동안 강남 중심의 불균형 발전 구조를 유지해왔다. 1970년대 영동 개발 이후 강남은 서울의, 아니 대한민국의 경제·문화·교육의 중심이 되었다. 고급 오피스 빌딩과 백화점, 교육 인프라가 강남에 집중되면서, 한강 북쪽의 오래된 동네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갔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를 포함한 동북권은 서울에서도 가장 소외된 지역이었다. 일자리는 적고, 문화·상업시설은 부족하며, 부동산 가격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교통 접근성도 그저 그랬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프리미엄 상권과 문화시설, 우수한 교육 환경을 누리며 살아갈 때, 동북권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강남으로, 광화문으로 일하러 가야 했다.
창동차량기지 개발은 바로 이 오래된 불균형을 해소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 지역은 지하철 1호선, 4호선, 7호선이 교차하는 교통요충지다. 게다가 앞으로 개통될 GTX-C 노선까지 더해지면, 창동은 서울 동북권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된다. 만약 이곳에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시설, 주거공간이 들어선다면, 동북권 전체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제2의 강남"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강남의 성공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부동산 양극화, 교육 불평등, 중산층의 박탈감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창동은 강남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서울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창동차량기지 개발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맥락은 인구 변화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출생률은 가장 낮다. 서울의 인구도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 인구가 늘어나던 시대에는 외연 확장이 답이었다. 강남이 개발되고, 분당과 일산 신도시가 만들어졌으며, 판교와 광교가 조성되었다. 서울 외곽으로, 더 멀리 경기도로 도시가 확장되어 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확장할 곳도, 확장할 이유도 없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확장이 아니라 압축이다.
도시계획 용어로 '컴팩트 시티', 즉 압축도시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도시를 무작정 넓히지 않고, 기존 도심 내에서 고밀도로 개발하되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인프라 유지비용이 줄어들고, 탄소 배출도 감소하며, 사람들은 더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창동차량기지는 이런 압축도시 전략의 완벽한 입지다. 이미 지하철 세 개 노선이 교차하고, GTX까지 들어온다. 주변에는 수십 년 동안 형성된 주거단지와 상권이 있다. 새로운 땅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철도 시설로 사용되던 유휴부지를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도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이곳을 단순한 주거단지나 상업지구가 아닌 '디지털 바이오 연구개발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제조업 중심이던 서울이 지식산업 중심 도시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와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창동에 이런 산업이 뿌리내린다면, 이곳은 단순히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혁신이 일어나는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창동차량기지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일본 도쿄의 사례들을 떠올렸다. 도쿄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도심 재개발에 많은 경험을 쌓아왔고, 그 과정에서 성공도 있었지만 뼈아픈 실패도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에 완공된 롯폰기 힐즈는 도쿄 도심 재개발의 상징이다. 미나토구 롯폰기 지역 약 11만 제곱미터를 재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무려 17년이 걸렸다. 일본의 거대 부동산 기업 모리빌딩이 주도했고, 그들이 내세운 비전은 '수직 정원도시'였다.
롯폰기 힐즈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인상은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겠구나"였다. 52층짜리 모리 타워에는 세계적 기업들의 본사가 입주해 있고, 고급 레지던스도 있으며, 꼭대기 층에는 모리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매장이 즐비한 쇼핑몰이 있고, 영화관과 공연장도 있다.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 여기 사는 사람, 쇼핑하러 온 사람, 미술관 구경 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섞인다.
모리빌딩이 추구한 '직주근접', 즉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가까운 도시는 이렇게 구현되었다. 오피스와 주거, 상업과 문화, 예술이 한 건물 안에서 공존하면서 24시간 활력 있는 도시가 만들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공공간에 대한 배려였다. 전체 면적의 30퍼센트를 오픈스페이스로 만들어, 누구나 쉴 수 있는 광장과 정원을 조성했다. 지하철 네 개 노선이 직접 연결되어 교통도 편리했다.
하지만 롯폰기 힐즈의 성공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17년이나 걸린 이유는 지역주민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리빌딩은 400회가 넘는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음에도, 개발이 완료된 후 나타난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고급 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변 임대료가 급등했고, 오랫동안 그 동네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은 하나둘 밀려났다. 롯폰기는 부유층을 위한 공간이 되었고, 중산층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롯폰기 힐즈가 창동 개발에 주는 첫 번째 교훈이다. 아무리 멋진 건물을 짓고 좋은 시설을 들여놓아도, 그것이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19년에 개장한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시부야역 일대는 100년 역사를 가진 상업지구였지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동선이 복잡해져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도쿄메트로, JR동일본, 도큐전철 등 세 개의 철도 회사가 손을 잡고 역 상부 공간을 230미터 초고층 복합빌딩으로 재개발했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의 핵심은 역과 건물의 일체화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는 동선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다. 저층에는 상업시설이, 중층에는 오피스가, 고층에는 전망대가 들어섰다. 특히 45층 옥상에 만든 2500제곱미터 규모의 야외공간 '시부야 스카이'는 도쿄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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