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금리가 만든 '영끌의 덫'
도쿄 23구 신축 맨션 평균 분양가가 1억 5,313만 엔(약 15억 원)을 돌파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원을 넘어섰다. 두 도시는 지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이 집값을, 이 대출 구조를, 다음 10년 동안 어디까지 버틸 것인가."
그런데 두 도시가 이 질문에 도달한 경로는 사뭇 다르다. 서울이 높은 금리와 강한 규제 속에서 영끌의 길을 걸었다면, 도쿄는 세계에서 가장 싼 이자로 가장 긴 시간을 빌려 쓰는 방식으로 같은 지점에 도착했다. 0%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이것이 도쿄 부동산 시장을 떠받친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레버리지가 되었다.
국제 통계만 보면 서울 아파트가 도쿄보다 비싸다. 한 글로벌 조사에서 서울은 아파트 가격 4위, 도쿄는 30위권 후반이다. 하지만 이는 도시 전체 평균을 비교한 숫자일 뿐이다. 실제 체감은 전혀 다르다.
도쿄의 부동산 시장은 '도쿄도 → 23구 → 도심 5구'로 갈수록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특히 치요다(千代田), 주오(中央), 미나토(港), 신주쿠(新宿), 시부야(渋谷)로 구성된 도심 5구는 서울로 치면 종로+중구+강남+서초+용산을 한 덩어리로 묶어놓은 초핵심 권역이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도심 5구 중고 맨션 가격은 약 26% 상승했고, 일부 구역은 2년 사이 70% 가까이 급등했다.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도쿄 23구 콘도 가격은 약 64% 올랐다. 체감으로는 '3년 새 두 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랠리였다.
2025년 10월 기준 도쿼 23구 신축 맨션 평균 분양가는 1억 5,313만 엔, 전년 대비 18.3% 상승했고, 1억 엔을 초과한 지 이미 6개월째다. 중고 맨션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위 가격이 1억 엔을 넘은 지 2년째, 일본 언론은 "1억 엔 심리 장벽이 깨졌다"고 표현한다.
숫자만 보고 일본 60㎡와 한국 59㎡를 비교하면 안 된다. 발코니 규제와 면적 계산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발코니는 법적으로 공용부분으로 취급된다. 화재 시 이웃 세대로 이동하거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피난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리창으로 막아 실내화하거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관리규약상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발코니는 "언제든지 이웃과 함께 써야 할 피난 통로"이지, 한국처럼 거실이나 방으로 흡수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 맨션 광고상 60㎡는 실내 전용 60㎡에 발코니는 별도 공용부인 경우가 전형적이다. 반면 한국은 발코니 확장이 사실상 기본 옵션이 되었고, 발코니를 거실·방으로 편입해 전용 59㎡에도 확장분만큼 체감 면적이 더 넓어지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일본 60㎡ 맨션'은 '한국 전용 59㎡ + 풀 확장 아파트'보다 체감상 훨씬 좁다. 방 크기, 거실 폭, 수납, 다용도실 여유를 놓고 보면 한국이 넉넉하다. 이는 곧 동일 평형 기준 m²당 가격만 놓고 보면 도쿄가 싸게 보이지만, 실제 체감 주거 수준까지 고려하면 도쿄 도심 5구는 서울 강남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비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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