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주거비 폭탄과 임대차법 개정의 필요성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6억6378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였던 2022년 4월의 96.5% 수준까지 회복하며 사실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전세 물건이 1년 전보다 19.9% 감소해 2만6000여 개에 불과한 공급 부족 현상이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로 자리 잡는 현상은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니다. 이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폭탄으로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이며, 결국 임대인의 수익률 극대화가 세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근본적 개정을 통해 시장 실패를 바로잡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전세 제도의 기원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로,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주택임대차관계가 형성되었다. 조선말기 전세가격은 보통 집값의 절반 정도였으며 비싼 곳은 집값의 7~8할에 육박했고, 6·25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주택난이 심화되며 전세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
전세제도는 기원전 15세기 메소포타미아 문명 도시 누지에도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전세제도가 있는 나라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페루와 인도의 두 도시 정도로 극히 제한적이다. 전세 제도가 유독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는 1950~60년대 거의 모든 주택이 단독주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주택의 일부 사랑방이나 문간방 등을 빌려줌으로써 공금융을 이용하지 못했던 서민들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는 사금융의 역할을 했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으로 목돈을 마련해 다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었고, 세입자는 월세 부담 없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을 할 수 있었다.
전세 물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2010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제도의 존재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전세제도는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전제 하에 존재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레버리지 투자를 하던 임대인들이 더 이상 전세를 선호하지 않게 된 것이다.
둘째,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다.
과거 19701990년대 고금리 시절에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하면 연 1020%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어 월세보다 유리했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만 해도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도 연 1~2% 수준의 낮은 이자수익밖에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임대인들은 전세보다는 매달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최근 2022~2023년 기준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연 3.5%), 이는 오히려 세입자의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전세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금리 상승기에는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는 전세자금 대출 부담으로 전세를 기피하는 이중의 전세 회피 현상이 나타났다."
셋째, 전세사기와 역전세 리스크다. 2022~2023년 전국을 강타한 대규모 전세사기는 전세제도에 대한 불신을 극도로 높였다. 임차인들은 보증금 안전을 위해 월세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임대인들도 보증금 반환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월세를 선호하게 되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표면적으로는 시장 변화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임대인의 수익률 극대화 전략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 "10%"와 "기준금리 + 3.5%" 중 낮은 비율을 적용한다. 현재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법정 전월세 전환율은 약 4.5% 수준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6억원짜리 전세에서 보증금 3억원을 남기고 나머지 3억원에 대해서 월세로 전환하면 개정 전에는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새 법정 전환율을 적용하면 매달 62만 5천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경우엔 전환율 2.5%가 적용되고, 반대로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경우엔 시장전환율(경기도 기준 6%)가 적용되는 비대칭 구조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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