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례로 본 지역거점 국립대 전략의 조건
지방대 10곳이 서울대가 되려면, '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
– 프랑스 사례로 본 지역거점 국립대 전략의 조건 –
“서울대 10개 만들기.”
표현은 강렬하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뉴시스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거점국립대 진학 후 해당 지역에 정착하겠다는 응답은 26.3%.
절반에 가까운 47.0%는 ‘정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방에 가고 싶지 않아서.”
지방은 그저 ‘피하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본질이
단순한 간판 복제가 아닌
지방의 기능적 중심 복원이 되어야 한다.
그 해법은 이미 해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의 ‘그랑제콜’ 전략 – 대학과 도시의 공동 생존
프랑스에는 한국의 ‘서울대’에 해당하는 대학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파리 외에도 리옹, 스트라스부르, 그르노블, 낭트 등
각 지방 중심 도시에는 ‘그랑제콜(Grandes Écoles)’이라는 고등교육 특수기관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 대학은 단순히 ‘지역 거점’이 아니다.
도시의 경제 전략과 직결된 국가 기관이다.
예컨대, 프랑스 국립공공행정학교(ENA)는 스트라스부르로 이전하면서 행정수요와 행정관료 수급을 연결했고,
리옹은 제약·화학 산업과 결합해 ENSL(국립고등사범학교 리옹캠퍼스)을 중심으로 R&D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즉, “대학이 지역의 산업과 운명을 같이 한다.”
이런 전략은 프랑스의 고등교육이 ‘서울 집중’이 아닌
지역 자립형 고등교육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했다.
한국은 왜 안 되는가 – "간판만 바꿔선 안 된다"
한국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학벌 분산’의 수단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교육만 옮긴다고 정착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 소득, 소비, 문화, 주거의 기능이 같이 존재하지 않으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판단은 하나다.
“이왕이면 서울.”
현재 대부분의 지역 거점 국립대는 지역 산업과의 접점이 미약하다.
지방기업의 고용 흡수력도 약하다.
그러다 보니, ‘지방대 → 수도권 취업’이라는 역류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간판을 나눠준다”고 해서
청년의 진로가 바뀌진 않는다.
정책의 핵심은 '대학+도시+산업'의 동시 확장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지방 거점도시 자체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다음은 국내 적용 가능한 대안들이다.
1. 대학 중심 산업클러스터 지정
예) 경북대 +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전북대 + 전주 탄소소재 산업,
강원대 + 원주 의료기기 산업
대학에 산학연 협력 특구 기능 부여 → 국비 직접 지원
2. 지역 정착형 ‘국가청년인재 채용트랙’ 신설
지역 거점대 출신 청년에게 중앙정부, 지방공공기관, 공기업 등 일정 비율 채용
프랑스 ENA 졸업 후 공직진출처럼, 진학→취업→정착까지 연결
3. 지방거점도시 특별 인프라 패키지 제공
수도권 수준의 문화시설, 스타트업 지원공간, 창업펀드 조성
학생들이 “서울 못 가서 간다”는 인식 대신,
“여기도 기회가 있다”는 환경 조성
결론 – 서울대 10개가 아니라, ‘서울’ 10개가 필요하다
간판은 바뀌어도 도시는 그대로라면
결국 선택은 서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은
서울의 이름이 아니라
서울의 기능을 나누는 것이다.
대학이 아닌 도시를 복제해야
그 안의 대학도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