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 금지입니다”

그들을 키운 카페가 그들을 내쫓는 이유

by 김선철
_20230508_MF2B3071-2400x1400.jpg Starbucks and Studying - Photo by Megan Bean

카공족 전성시대는 끝났다. 콘센트 차단, 좌석 통제, 조용한 퇴장…

이제는 카페와 고객 모두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


그 많던 콘센트는 어디로 갔을까


한때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들은 카공족의 성지였다.

창가엔 노트북, 테이블마다 콘센트, 커피 잔 옆엔 두꺼운 수험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로 붐볐고, 카페는 조용한 사무실이자 열린 독서실이 되었다.

그런데 2025년의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에선 이상한 변화가 감지된다.


콘센트가 사라졌다.


신규매장일수록 전원을 꽂을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예전과 같은 자리지만, 이제 그 공간은 다르게 설계됐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조용한 조정’


스타벅스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비공식적으로 설계와 운영 정책을 바꾸었다.

신규 매장 콘센트 최소화

→ 창가석, 벽면석, 소파석 모두 전원 제거

전원은 주방 쪽이나 직원석 근처로 집중 배치

→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듦

노트북 사용 불가석 비공식 분류

→ 공식 공지 없이 좌석 구조 자체로 사용 제한

이러한 ‘비가시적 전략’은 반발을 피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스타벅스만의 것이 아니다.

이디야: 전원 제거 매장 증가, 단시간 체류 유도

메가커피: 와이파이 자동 차단 시간 설정

컴포즈커피: 스터디금지석 운영 확대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콘센트 미설치’와 ‘비체류 중심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카페의 정체성 변화를 상징한다.


카페를 확장시킨 건 카공족이었다


2010년대 중후반, 카공족은 새로운 공간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누구도 그들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환영했다.

카페는 조용하고 깔끔한 실내를 제공했고,

와이파이와 콘센트, 조명까지 ‘학습 맞춤형’이었다.

프랜차이즈는 이 수요를 반영해 점포를 늘렸다.

좌석 수는 많아졌고, 전용 좌석도 등장했다.

1인당 공간 점유가 증가할수록, 매장 크기도 커졌다.


카공족은 그렇게 카페의 확장을 이끈 핵심 소비자층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쫓겨나는가?


카공족은 공간을 오래 점유한다.

회전율이 떨어지니 수익은 줄어든다.

특히 피크타임에는 테이크아웃 고객조차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다.

카페 입장에서는 소비는 적고 점유는 긴 고객이 된 것이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전기료까지 오른 2025년.

카페는 더 이상 공간을 무한히 내어줄 여유가 없다.


‘앉아만 있는 고객’과 ‘돌아서는 손님’ 사이의 딜레마가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나온 해법은 조용한 공간 통제다.

신규 매장 콘센트 미설치

장시간 자리 비움 제한

공부 금지석 설정

일부 매장 와이파이 자동 차단


공식적인 공지 없이, 설계와 운영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카공족을 환영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아이러니한 현실: 키운 자가 막는다


카공족은 카페를 키웠다.

이들은 소비보다 브랜드 경험과 이미지를 강화시켰고,

그 덕분에 카페 프랜차이즈는 매장을 확장하고 외형을 키웠다.

하지만 이제 카공족은 부담이 됐다.


매출을 실현하지 못하는 고객, 매장의 ‘공간 원가’를 갉아먹는 존재.

그들을 키운 카페는 이젠 그들을 멀리하려 한다.

이보다 아이러니한 소비 구조가 있을까?


고객의 입장도 있다


카공족은 단지 욕심을 부리는 이들이 아니다.

집에선 공부가 어렵고,

독서실은 폐쇄적이며,

공유오피스는 비싸다.


카페는 그들에게 유일하게 접근 가능한 공공성 있는 사적 공간이었다.

그러니 커피 한 잔 값으로 자리와 시간을 사는 것이다.

문제는 이 수요를 국가도, 시장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합의가 필요하다


카페 운영자에게 공간은 ‘자산’이다.

이 자산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그 공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객에게 공간은 ‘소비의 일부’다.

자리를 오래 차지하려면 그만큼의 대가나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건 공간 사용의 ‘신협약’이다.

카페는 일부 구역을 유료화하거나 시간제 좌석 도입

고객은 회전율을 의식한 시간 점유

정부는 공공 학습공간 확대 등 대체 수요 대응

서로의 입장을 존중한 ‘공간 사용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 공간에도 룰이 필요하다


카공족은 더 이상 카페의 주인이 아니다.

그리고 카페도 더 이상 무한정 공간을 내어줄 수 없다.

하지만 이 변화는 비난이나 강제 퇴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공간은 유한하고, 모든 유한한 자원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그 규칙을 새로 쓰는 중이다.







참고문헌

아시아경제(2025.04.24). 「스타벅스 자리비움 제한 안내문 논란」

서울시 공유공간 실태조사(2023)

통계청 청년주거 및 공간 소비 보고서(2024)

스타벅스 매장설계 변경사례 인터뷰(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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