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장은 100원짜리 삼성을 더 크게 평가하는가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What’s in a name?”라고 묻는다. 이름은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는 그 오래된 질문은, 생각보다 자주 오늘의 시장으로 돌아온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1590년대에 쓰였고 1597년 초판으로 알려져 있다.
3월 13일 종가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는 91만원, 삼성전자는 18만3500원이다. 액면가도 SK하이닉스는 5000원, 삼성전자는 100원이다. 처음 보는 사람의 눈에는 SK가 더 비싸고, 더 크고, 더 묵직한 회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이름표를 읽지 않는다. 시장이 계산하는 것은 한 주의 체면이 아니라, 그 기업 전체에 붙는 값이다.
삼성전자는 정관상 주당 액면가가 100원이다. 이 회사는 2018년 50 대 1 액면분할을 통해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낮췄고, 2025년 3월 말 기준 보통주 발행주식수는 59억1963만7922주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공시 문서상 액면가가 5000원이고, IR 기준 총상장주식수는 7억1270만2365주이다.
이 숫자를 같은 날 종가에 대입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보통주 기준 약 1080조원대, SK하이닉스는 약 649조원대의 값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주당 가격은 삼성전자보다 약 5배 높지만, 삼성전자의 주식 수는 SK하이닉스보다 8배 이상 많다. 그래서 한 칸의 가격은 더 낮아도, 판 전체의 크기는 삼성전자가 더 크게 계산된다.
문제는 계산이 어려운 데 있지 않다. 사람들은 자주 계산보다 인상을 먼저 믿는다는 데 있다.
액면가는 법적·회계적 출발점에 가깝다. 회사가 주식을 어떤 단위로 쪼개어 놓았는지 보여주는 숫자일 뿐, 오늘 시장이 그 기업을 얼마로 평가하는지 알려주는 숫자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2018년 액면분할을 한 이유도 본질가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동성을 높이고 투자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SK하이닉스의 5000원 액면가는 그래서 ‘더 큰 회사’의 증거가 아니다. 단지 주식의 단위를 삼성전자처럼 잘게 나누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이름표의 숫자가 크다고 회사 전체가 큰 것은 아니다. 평당가가 높은 작은 상가가, 총액으로는 더 큰 개발부지보다 작을 수 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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