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공주택, 왜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가?
1. 성은 보인다, 들어갈 수 없을 뿐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성 소설 「성」(Das Schloss, 1926)에서 측량사 K.는 성의 초대장을 받고 마을에 도착한다. 성은 마을 어디서나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화를 걸면 연결이 끊기고, 담당자는 항상 자리에 없으며, 규칙은 있지만 규칙의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초대를 받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 그것이 카프카가 묘사한 제도다.
2025년 4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미리내집' 장기전세주택Ⅱ 4차 입주자를 모집했다. 367가구를 두고 2만 3,608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 64.3대 1, 전용 59㎡ 한 타입은 759.5대 1이었다. 성은 마을 한가운데 서 있다. 공고가 나고, 서류를 내고, 추첨을 기다린다. 758명은 탈락한다.
공공임대주택은 분명 지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살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출발점은 숫자에 있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자가보유율은 61.4%다. 100가구 중 39가구는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자가점유율(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44.1%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다. 절반 이상의 서울 가구가 임차 상태다. 전남(72.1%), 경북(69.5%)과 비교하면 30%포인트 가까운 격차다.
세대별 격차는 더 가파르다.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2.2%다. 2023년(14.6%)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10명 중 8명 이상이 임차 상태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신혼부부도 43.9%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감소했다. 그나마 개선되고 있는 세대는 고령층뿐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신청 자격은 무주택자다. 자가보유율이 61.4%라는 말은 잠재적 공공임대 수요가 전국 가구의 38.6%에 달한다는 뜻이다. 수도권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4.4%로 전국 최고다.
이에 서울시는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리내집의 2025년 공급 목표는 약 3,500호, 2026년 이후는 연 4,000호다. 공급 유형도 아파트 중심에서 다세대·연립·오피스텔까지 다각화됐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의 준주거지역 의무 비주거 비율(5%)은 2025년 1월 폐지돼 상부층을 더 많이 주거로 채울 수 있게 됐다.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공공주택 매입 기준도 정비됐다.
그런데 왜 경쟁률은 759.5대 1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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