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권과 집값 상승, 우연일까 필연일까?

정책의 역설, 규제가 부른 집값 상승의 민낯

by 김선철
자료출처 : KB부동산, 유진투자증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값이 요동친다.”


이는 단순한 시장 속설이 아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뚜렷한 흐름이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김대중 정부 때 +59.8%, 노무현 정부 때 +56.6%, 문재인 정부 때는 무려 +62.2%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3.0%, 박근혜 정부 +10.4%,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4.9%를 기록했다.


정책 기조는 분명했다. 진보 정권은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했고, 보수 정권은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이유로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규제가 강할수록 가격은 오르고, 규제를 풀면 가격은 오히려 안정되었다.

왜일까? 공급 때문이다.


자료출처 : KB부동산, 유진투자증권

억제보다 중요한 것, 공급이다


진보 정권은 강력한 세금과 대출 규제를 동원해 수요를 억제했지만, 결과적으로 매물 잠김과 거래 위축, 심리적 불안감이 중첩되어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거래는 줄고 매물은 귀해졌으며, 심리적 패닉바잉이 번지면서 오히려 시장을 과열시킨 셈이다.


공급의 측면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서울의 연평균 입주 물량은 최근 10년 평균 4.2만호. 그러나 향후 몇 년간은 이조차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인천 역시 10년 평균인 15.3만호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지방도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인허가 → 착공’ 사이의 단절이다. 인허가된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공급예정이 실제 공급이 아님을 의미한다.


인구는 줄어도 수요는 남는다


한편 “인구 감소 = 수요 감소”라는 등식도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수도권 인구는 여전히 증가세이며, 1~2인 가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서울 인구는 줄었지만, 서울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서울을 떠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외곽(경기, 인천)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서울을 희망하지만 들어오지 못한 '대기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세와 월세, 그리고 오피스텔


전세가격이 조정되는 와중에도 월세는 예외 없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이러한 흐름은 명확히 드러난다.

높은 이자율과 전세사기 이슈는 월세 선호를 키웠고, 월세 수요는 결국 ‘오피스텔’로 번졌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이동하면서, 오피스텔 매매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중대형 오피스텔은 실사용 기준에서 아파트를 대체할 만큼 기능적·경제적으로 유사해지고 있다.


서울, 회복보다 양극화


서울의 아파트 가격 회복도는 자치구별로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서초, 강남, 송파, 용산, 성동, 마포 등 이른바 ‘비싼 동네’는 빠르게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금천, 노원, 강서, 구로, 중랑 등 외곽지역은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제 ‘비싼 아파트는 더 오르고, 싼 아파트는 오르지 않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간 차이를 넘어서, 자산 양극화와 연계된 사회적 문제로도 확산될 수 있다.


시장의 본질을 직시하고, 실천 가능한 공급전략으로 전환하라


이제는 단순히 ‘규제냐, 완화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택 시장은 수요 억제로 해결되지 않으며, 인구 감소라는 흐름은 주택 수요를 대체로 설명할 수 없다.
주거 수요는 ‘절대 인구’가 아닌, ‘가구 수’, ‘도심 접근성’, ‘주거 품질’에 반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음의 5가지 실행 과제의 검토가 필요하다.


① 공급 타이밍 관리체계 도입 (착공 연계 인허가 관리)

인허가만 남발되고 착공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허가 → 착공 실적 연동제’ 도입 필요

일정 기간 내 미착공 시, 용적률 우대·택지 우선공급 등 인센티브 회수

사전착공형 공공사업 유도: 공공주도 프로젝트는 인허가와 동시에 착공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


② 도심 내 공공·민간 복합 정비사업 활성화

역세권·저밀지(연립, 다세대, 상가주택 밀집지 등)를 활용한
‘고밀화 + 임대 혼합’ 모델 개발 필요

재건축·재개발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허가 통합심의 패스트트랙 제도화

LH·신탁사 등과의 민간협업 기반 공공관리제도 시범사업 추진


③ 실수요 중심의 금융 및 세제 패러다임 전환

생애 최초·무주택자 중심으로
LTV·DSR 기준을 분리 적용하는 ‘이중 금융규제 체계’ 도입

보유세 완화 + 거래세 단계적 인하로
매물 잠김 해소 및 이사 수요 유도

전세사기·깡통전세 방지 위한 지역별 LTV 리스크 기준 차등화


④ 비아파트형 대체주택 시장 제도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셰어하우스 등
비아파트형 주거공간을 실거주 기반 주택으로 분류 및 지원

준주택 중 일부는 주택 전환형 제도 신설하여
청약통장, 세제혜택 연계 가능성 검토


⑤ 1~2인 가구 맞춤형 스마트주택 공급 확대

가구 수 증가와 맞물려,
전용면적 40~60㎡의 도심형 중소형 주택 공급 확대

ICT 기반으로 실거주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임대주택 사업 민간 제안 방식 허용


정리하며


수요는 억제할 수 없다.
그 수요는 지금도 서울을 바라보고 있고,
‘집값이 오를까’가 아니라
‘내가 살 집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규제의 칼날이 아니라, 공급의 설계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시장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시장을 설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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