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18.5년 → 13년 단축, 그러나 갈등은.

핵심은 절차가 아닌 ‘갈등’ 의 문제다

by 김선철


서울시는 최근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정비사업의 총 소요기간을 기존의 18.5년에서 13년으로 단축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단계마다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행정지원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러한 적극적 개입과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본질적 원인은 절차적 문제나 행정 지원 미비만이 아니다.

정비사업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참여자 간의 갈등관계'라는 핵심적인 요소다. 정비사업은 토지주, 조합원, 사업시행자, 시공사, 그리고 행정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각 주체는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때로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을 빚는다. 사업 초기에 이루어지는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 설립 단계부터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심화되면 절차 진행은 필연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건설원자재 가격 상승, 공사비 증가, 금융비용 확대 등 외부적인 악재는 이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이는 곧 사업 지연으로 이어졌다. 사업이 지연되면 결국 모든 참여자들의 피해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 정비사업 현장에 공정촉진책임관과 갈등관리책임관을 지정해 보다 전문적으로 중재하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처리기한제를 모든 단계로 확대하여 세부 공정 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제도와 절차가 아무리 잘 갖추어진다 해도 결국 핵심은 참여자들 간의 소통과 신뢰 구축이다.

사업 참여자들이 상호 간의 입장과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장기적인 공동의 목표를 공유할 때 비로소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제도의 개선은 중요하지만, 결국 참여자 간 갈등이라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면 서울시의 정비사업 촉진 방안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이 단순한 절차적 개선을 넘어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참여자 간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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