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보다 절실한 것은 지금 당장의 숨통이다
지난 한 달,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6·27 초고강도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고, 매수 심리는 뚜렷하게 위축되었다.
수치로 보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1로 ‘공급과 수요가 팽팽하다’는 기준선에 겨우 걸쳤다.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도 불과 3주 만에 99.3에서 52.2까지 추락했다.
거래량은 75.5% 급감했고, 거래금액은 78.3% 증발했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다.
심리다.
시장에 남은 것은 '아직도 비싸다'는 체념과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절망뿐이다.
정부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영끌’은 줄었고, 강남의 광기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불씨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시장에는 여전히 현금 부자들이 있다.
그들은 규제를 비웃으며 가격 조정만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수 대기 중이다.
그들에게 이번 규제는 휴식일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더 깊은 문제를 마주한다.
젊은 세대는 ‘집을 사는 미래’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말한다.
“공급대책이 준비 중이다. 3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 공공임대 확대….”
그러나 그 모든 계획은 ‘미래’에 존재한다.
지금의 30대에게는 5년 뒤의 신도시보다 5년 전의 저평가가 더 간절하다.
시장에서 체감되는 것은 명백하다.
“지금은 못 사고, 나중에도 못 산다.”
이 절망이 '영끌의 욕망'을 되살리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선 청년이, 부모의 도움 없이는 결코 내 집을 가질 수 없는 사회.
이 구조가 계속된다면, 공급대책은 종이 위의 위로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년들의 불안을 멈추게 하려면, 즉시 시장에 풀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다주택자’다.
그들이 갖고 있는 수십만 호의 주택.
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지금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집을 내놓을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 때문이다.
‘팔면 손해’라는 구조가, 그들을 ‘버티는 집주인’으로 만든다.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다.
정부는 과감히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고, 다주택자들의 ‘퇴장’을 유도해야 한다.
일시적 감면, 전환세제, 장기 보유자 우대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한시적·조건부로 설계돼야 한다.
부동산은 한국경제의 순환을 지배한다.
거래가 멈추면, 중개업·인테리어·금융·이사·가전 등 연쇄산업이 일시에 멈춘다.
이미 서울 전체 거래금액은 13조4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10조 원이 증발한 셈이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수만 명의 생계다.
지역경제의 소비다.
세금과 일자리다.
정부는 이 냉각이 단지 ‘투기 진압’으로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정책의 목적이 ‘버블 억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단기적 공급충격을 통해 다시 ‘숨 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다주택자에게 출구를 주고, 청년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그 희망은 ‘미래에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지금은 안 사도 된다’는 안도감이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 영끌을 멈춘다.
그래야 부모세대가 ‘빚내서라도 도와줘야 하나’라는 압박에서 벗어난다.
‘공급은 미래’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의 숨통이어야 한다.
참고문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2025.6~7)
KB부동산, 주간 매수우위지수
리얼투데이,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거래량 변화(202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