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도쿄 40 년의 실험이 서울에게 건네는 청사진

by 김선철

엔데믹 이후 세계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 단위로 격돌하고 있다. 그 전선의 맨 앞에 선 곳이 도쿄다. 일본 경제가 길게 흔들리던 동안에도 도쿄는 놀라운 속도로 몸을 갈아 끼웠다. 2024년 유로모니터가 매긴 ‘세계 매력 도시’ 3위라는 결과는 그 긴 변신의 결실이다. 도시개발자의 시선으로 그 궤적을 따라가면, 네 개의 뚜렷한 시간대가 드러난다.


1. 버블 팽창기의 거품과 경고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말까지, ‘규모’가 곧 가치였던 시대였다. 선샤인 60 같은 초고층 오피스가 잇달아 솟았지만 단일용도 집중 개발은 도시의 심장을 따로 뛰게 했다. 거품이 꺼지자 토지 가치만 믿었던 프로젝트들이 일제히 금이 갔다. “한 건물이 도시를 살리려면, 건물 안에 도시를 담아야 한다.” 도쿄 디벨로퍼들이 뼈아프게 배운 첫 번째 교훈이다.


2. ‘잃어버린 10년’을 뚫은 롯폰기 힐즈의 충격


1990년대 장기불황 한복판에서 모리 빌딩은 토지주들을 설득해 11헥타르를 통합했고, 2003년 ‘롯폰기 힐즈’를 열었다. 주거와 업무, 쇼핑, 예술, 녹지를 한 몸에 엮은 이 복합단지는 ‘라이프스타일 단지’라는 개념을 최초로 실현했다. 방문·체류·투자를 한 번에 끌어들이는 공식이 여기서 굳어진다.


3. 도시재생 1.0 – 역세권을 24시간 생활권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는 도시재생 1.0 시대다. 도쿄 미드타운(2007)과 후타고타마가와 RISE(2011 1단계)는 용적률 인센티브와 특구제도를 십분 활용해 철도역 상부·직결부지를 생활·업무·레저의 수직혼합 공간으로 바꿨다. “모든 길은 역으로 통한다”는 TOD(대중교통 중심 개발) 원칙이 도쿄 골격에 깊게 새겨진 시기다.


4. ‘콤팩트 시티 × ESG’의 완성


2015년 이후, 도쿄는 ‘가장 작은 거대도시’를 표방한다. 긴자 식스(2017)·미야시타파크(2020)·도쿄 미드타운 야에스(2022)·아자부다이 힐즈(2023)로 이어진 연속 타석이 그 증거다. 생활·업무·녹지가 수직으로 중첩된 10분 생활권, 탄소중립 설계, 웰니스 프로그램이 기본값처럼 자리 잡았다. 이제 도시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재·기업·자본을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운영체제’가 되었다.




도쿄 모델이 증명한 네 가지 성공 공식


첫째, 하나의 ‘주체’가 끝까지 브랜드를 총괄한다. 모리·미쓰이·도큐 같은 개발사는 기획‧운영‧마케팅을 일원화해 프로젝트마다 명확한 서사를 부여했다.

둘째,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품는다. 공원·보행데크·공공예술을 사업비에 적극 편입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지역민과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섞었다.

셋째, 법·제도를 지렛대 삼는다. 일본형 환지, 용적률 보너스, 특구 지정처럼 ‘규칙을 바꾸는’ 해법으로 토지주를 설득하고 수익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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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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