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첫 만남
큰 딸이 결혼을 하고 나니, 부모는 자신들의 첫 만남과 신혼 때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의 첫 만남을 여쭤봐도 '아빠가 따라다녔어~' '엄마가 따라다녔어~' 장난으로 넘기곤 했는데, 요즘엔 마치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이 설레는 얼굴로 과거를 회상하며 자세히 말을 해준다.
엄마랑 아빠 이야기 재밌지 않아?
엄마가 글 솜씨만 있었어도 짧게 글로 쓰고 싶은데.. 엄마는 그런 소질이 없어..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했던 말을 듣곤, 나라도 둘의 이야기를 써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담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라남도 목포시 무안군 일로읍에서 태어난 순화 씨,
충청북도 청주시 보은군에서 태어난 병운 씨,
의 첫 만남을 다뤄보려 한다.
일을 하기 위해 청주로 올라온 20살의 순화 씨는 친한 언니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하며 충북대학교의 꽃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있었고, 속으로 '생각보다 젊네'라고 생각했던 찰나.
꽃집으로 조금 더 나이가 든 남자가 들어왔고, 친한 언니는 '내 남자친구야' 라며 소개를 시켜줬다. 꽃집 사장은 언니의 남자친구의 친한 동생이었고, 네 명이 같이 꽃집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는 도중.
꽃집 남자가 동생에게 손님이 왔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친한 언니와 언니의 남자친구, 그리고 순화 씨만 남은 자리가 어색했는지 순화 씨는 잠깐 바람을 쐬겠다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꽃집 남자는 '왜 나와있어요?'라고 물었고, 순화 씨는 ‘어색해서요’라고 답을 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흐르자 꽃집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전라도 사람한테 데인 적이 있다며 자신은 전라도 사람이 정말 싫다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순화 씨는 속으로 '왜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내가 전라도 사람인데' 라고 생각을 했고, 자기만 이야기를 하는 게 좀 그랬는지 남자는 그때서야 순화 씨에게 질문을 한다.
'고향이 어디예요?'
남자의 물음에 순화 씨는 당연히 '전라도예요!'라고 말을 할 수 없었고, 대답을 안 하고 다른 의미 없는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친한 언니가 순화 씨를 찾으러 꽃집으로 올라왔고, 꽃집 남자는 언니에게 '이분, 고향을 얘기 안 해줘요' 라고 웃으면서 말을 하자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얘 전라도 사람이에요!'
이 말을 들은 꽃집 남자는 놀랬는지 주절주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웃겼던 순화 씨는 속으로 ‘이 사람 조금 귀엽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넷은 꽃집 문을 닫고 더 시간을 같이 보냈고, 그 이후로도 넷은 자주 만나게 되었다.
꽃집 남자의 이름은 ‘병운’이었고, 남자의 나이는 22살이었다.
핸드폰이 없던 삐삐로 연락하던 시절인 그 당시에는 병운 씨가 운영하던 꽃집은 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어느 날도 평소와 같이 언니와 같이 꽃집으로 갔는데, 대뜸 병운 씨가 순화 씨에게 꽃다발을 주었다.
'가운데엔 빨간 장미꽃, 그 주위로는 안개꽃이 있던 꽃다발' 아직도 생생한 꽃다발의 모습.
'손님이 주문했는데, 안 찾아가서 남았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고, 그 기점으로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