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982 2011. 3. 3. (목)
<학교 첫날>
ㆍ 아침이 밝았다. 기상할 때 스피커에서 음악을 틀어주는데 1절이 다 끝나고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근데 오늘은 여느 때처럼 영어 듣기를 하지 않고 자습을 시키더라. 아침 자습이면 가입소 첫날 했었는데, 어쨌든 아침부터 1시간 가까이 자습을 한단다. 이런 생활이 3년 더 유지가 된다면 남들보단 공부하는 시간을 따고 들어가는 거겠지? 어쨌든 자습 끝나고 반에 도착했다. 친구들들 얼굴도, 이름도 다 모르겠다. 하루 종일 기숙사생끼리만 말을 섞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있을 방과 후 학교 신청하는 법을 들었다. 대학교 강의를 수강하는 체계와 똑같았다. 우리 학교 방과 후 학교마저 경쟁인 시스템인가 보다. 정각 3:00에 신청하지 못하면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단다. 심지어 1초만 늦어도 정원 초과가 되는 과목도 많다고 하니 빠른 순발력이 필요하다. 1초라도 빨리 누르면 안 되고 정확히 정시에 눌러야 한단다. 1초 빨리 눌러서 수강신청 못 하게 되는 게 자꾸 생각이 난다. 불안하다. 대충 생각해 놓은 게 있다. 논술, 수학, 사회, 중국어, UCC 제작. 이렇게만 되었으면 좋겠다.
ㆍ 오늘 동아리 카타르시스 가입 신청서를 냈다. 전부터 고대하던 동아리라 1번으로 적었다.
ㆍ 그리고 수업 첫날인 오늘, 실장 선거를 했다. 첫날에 실장 선거라 아는 애들도 없었고, 아는 얼굴도 없기에 출마할 수 없었다. 그래도 부실장 선거 때는 나가보려 했으나, 실장 선거의 차등 순서대로 실장, 부실장이 당선되었다. 나는 회계를 맡게 되었다.
수능) D-979 2011. 3. 5. (토)
<오늘은 토요일>
ㆍ 토요일 아침이 밝아 왔다. 아침 자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기숙사 밖으로 모두를 불러내신다.
이 추운 날 조회란다. 오늘은 두발 점검 때문에 부르셨단다. 추운 날, "우리는, 서울대 간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덜덜 떨어야 했다.
ㆍ 오늘 방과 후 학교를 처음으로 신청하는 날이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컴퓨터를 하던 PC방을 가던 알아서 하라"라는 말씀에 먹던 한 숟갈 정도 먹은 밥을 남기고 바로 PC방으로 뛰어갔다. 컴퓨터를 하면서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가 3:00시가 되기 4분 전 2:56부터 방과 후 학교 신청 준비를 했다. 4분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 1분 전까지 5개 띄어놔야 하는 창을 3개밖에 띄어놓지 못했다. 듣고 싶은 강의를 모두 정열 해놓고 정각이 되도록 기다려 차례차례 클릭했다.
근데 한 강좌에 무슨 오류가 생겼나 보다. 수강 신청한 강좌를 보니 3강에 신청해야 하는 수학이 2강에 가 있었다. 큰일 났다. 급하게 취소 신청하고 중국어에 수학까지 안전하게 수강 신청 마무리했다. 다행히도 내 목표 강좌를 모두 채웠고, 다른 애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모두 챙긴 아이들도 많았지만, 한두 개 놓친 아이들부터 전부 다 놓친 아이들까지 있었다.
'축구'라는 강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늦게까지 인원이 다 차지는 않았다. 어떤 아이는 기쁜 표정으로, 어떤 아이는 슬픈 표정으로 다시 학교에 돌아갔다.
수능) D-977 2011. 3. 7. (월)
<첫 수업>
ㆍ 어젯밤에 선배님들이 신문을 다 읽고 올려 둔 것을 가져와서 오늘 자습시간에 한 장을 스크랩해 붙였다. 신문에는 역시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중 '세계 식량 가격, 21년 만에 최고치'라는 기사를 스크랩했다.
ㆍ 우리 반에 갔다. 아직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겠는 친구들이 태반이다. 나 중학교 때도 이랬나? 중학교 때는 며칠만 지나면 다 트고 지냈는데, 무학중학교 애들이 많아서 별로 설렘이라는 게 없나 보다. 아직도 기숙사생들과 대부분 지내고, 반에 말을 튼 친구는 아직 얼마 없다.
ㆍ 음악 수업에 들어갔는데, 선생님 이름이 '이해정'이라는 것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이름만 보고 여자 선생님 이겠구나 싶었는데,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셨다. 오늘 처음 뵈었는데 이 선생님은 특이하게 마이크를 노래방 마이크를 사용하셨다.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에코가 울려서 웃음이 나왔다.
수능) D-976 2011. 3. 8. (화)
<금 같은 치킨>
ㆍ 오늘 저녁을 먹고 서점에 책 살 일이 있어서 나갔다. 중국어 책 사고 한국사 검증 능력 평가 책을 둘러보다 오는 길에 기숙사 동기 '윤성민'이를 만났다. 옆에 어르신이 계시길래 어머님이 쉬겠거니 했는데 이모란다. 그리고 무학 고등학교 나오셨단다. 우리 선배님이시다. 지금은 완전히 남학교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우리 학교가 공학이었다는데, 졸업생을 보니 신기했다. 체육복을 사러 가야 해서 동행했다. 체육복을 고르고, 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체크카드가 아니라 현금 IC 카드인걸 그때야 알았다.
다시 돈을 뽑으러 ATM기까지 갔는데 비밀번호가 갑자기 기억이 안 나 그 이모분에게 핸드폰을 빌려 어머니께 전화했다. 역시 어머니, 안부부터 물어보시길래 얼른 대답하고 본론을 이야기했다. 돈을 인출하고 체육복 사고 오는 길에 그 이모분이 치킨을 사주시겠다고 했다. 양념치킨을 사주셨다. 진짜 오랜만에 먹어보는 치킨이었다. 진짜 꿀맛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성민이랑 얘기하며 왔는데 너무 재미있게 얘기하느라 학교까지 금방 왔다. 치킨 맛이 잊히지 않는다.
수능) D-974 2011. 3.10. (목)
<내 생의 첫 모의고사>
ㆍ 전날 모의고사 대비로 언어영역 문제지 2개를 풀어 보았다. 6개, 6개 틀려서 둘 다 2등급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안심했다.
1교시 언어영역, 80분간 친단다. 듣기 문제를 풀었는데 답인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다른 번호에 체크를 했다. 끝나자마자 그게 눈에 들어왔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많은 문제를 몰라서 찍었지만 의외로 많이 맞추었다.
2교시 수리영역, 객관식은 풀만했지만 주관식 문제를 풀 때 나오는 소리가 한숨소리요, 실수에, 못 푸는 문제에 주관식은 거의 다 틀릴 수밖에 없었다.
3교시 외국어영역, 듣기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듣기 문제는 모두 맞췄고 여유롭게 풀고 있는데, 50문제 중 35번을 풀고 있는데 시간이 20분 밖에 안 남았단다. 그때 바로 심각함을 인지하고 짧은 영어로 직독 직해했고 모르는 건 감으로 찍었다. 그래도 외국어 점수는 잘 나왔다. 시간만 있었더라면 훨씬 높은 점수가 나왔을 텐데 말이다.
4교시 탐구영역, 거의 놓다시피 문제를 풀었다. 문제 한 번 풀고 거울 한 번 보고. 멍 때리다 문제 풀고 했다. 그다지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겠다, 여유롭게 문제를 풀었다. 시간이 90분 주어졌는데 45분 정도 지나고 뒤돌아보니 태반이 다 잠자고 있었다. 건성건성 풀어서인지 탐구 과목에는 고득점을 하지 못했다.
끝나고 점수가 마음에 안 들어 애들보다 먼저 들어와 공부를 했다. 다음엔 총점수 300점 꼭 넘겨야겠다.
언어 73 / 수리 64 / 외국어 81 / 사회탐구 36 / 과학탐구 24 - 총점 278
수능) D-971 2011. 3.13. (일)
ㆍ 오늘 아침, 눈이 잘 안 떠졌다. 어쨌든 일어나 밥 먹고 씻고 자습하러 들어왔는데 너무 잠이 와서, 신문 읽다 자다 읽다 자다 읽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신문 스크랩을 몇 장 하니 시간이 다 지나있었다. 오늘 급식은 짬뽕, 주먹밥, 바나나 우유 이렇게 주길래 집에 가는 날엔 챙겨주는구나 싶었다. 맛있게 잘 먹고 집에 가는 길에 '김규철' 선생님을 만났다. 저번 수업 시간에 'Korando'의 어원을 말씀해 주신 게 기억나서 나는 선생님을 향해 크게 "Korando"라고 외쳤다. 선생님이 웃으시며 어디 가나 여쭤보셨다. 난 터미널까지 간다고 했고 선생님이 태워주신다고 했다. 나는 냉큼 얻어 탔다. 선생님 차는 SM5였는데 선생님께 승차감이 좋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나보고 커서 BMW 타라고 했지만 나는 선생님 따라 SM5 탈 거라고 하니까 허허 웃으셨다.
여기서 몇 년 일하셨나 여쭤보니까 무려 30년일 일하셨단다. 청춘을 여기서 다 바친 셈이다. 놀랍기도 했고 한 편으로 존경스럽기도 했다. 먼저 가던 아이들을 보고 쟤들이 비록 너보다 일찍 출발했어도 네가 힘 안 들이고 쉽게 따라잡지 않느냐,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그 말은 선생님 말만 잘 들으면 성적이 쭉쭉 오른다는 말이 아닐까.
ㆍ 기숙사 귀소는 밤 10시까지이다. 하양에 돌아가려고 터미널에 갔는데 하양 가는 차가 2분 전에 출발했단다. 일단 사감 선생님께 전화를 해야 하는데 지폐와 700원이 있었다. 일단 100원으로 114에 전화해서 학교 번호를 알았고 100원을 또 써서 학교에 전화해 학교 번호를 알았다. 100원짜리를 다 써서, 코코아 한 잔을 사 먹고 남은 돈으로 사감 선생님께 전화를 했는데 이상한 사람이 받았다.
다시 학교에 전화를 하려니 학교 번호도 기억이 안 났다.
동전도 없어서 껌 사고 다시 114 → 학교 → 사감 선생님께 전화 걸었다. 이번엔 다행히도 전화 통화가 되었고 최대한 빨리 들어오라고 하셨다.
하양에 도착하니 10시가 되기 20분 전이었다. 배가 고파서 삼각김밥이나 하나 먹고 갈 생각으로 편의점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내 모습을 본 어떤 선배가 "야 15분 만에 학교 못 간 데이!"라고 하셔서 학교로 뛰었다. 오는 길에 가방 바퀴가 빠졌다. 어쨌든 10시가 되기 1분 전에 도착했고, 10시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살았다.
수능) D-970 2011. 3.14. (월)
ㆍ 사회 선생님 중에 '박칼'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있으신데, 교과서의 새 단원을 시작할 때는 항상 집에서 집에서 프린트를 해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새 단원이 시작되는 날 모든 학생의 프린트물을 검사한다. 오늘 사회 시간 때 사회 프린트를 검사 맡고,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 거 검사하는 동안 짬을 내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본 선생님이 수행평가 8점 감점을 하셨다. 황당했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찾아가서 감정 호소를 했다. 원칙적으로 4점 감점은 깎아주고, 4점 이하는 깎는 게 안된다. 인정하고 나오는데 서러워서 눈물이 흘렀다.
ㆍ 저녁시간에 천주교 동아리 'Cell'의 선배 도영이 형이 불러서 1학년 8반으로 갔다. 그러더니 자신이 전교회장 선거에 나가는데 조금 도와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곧이어 반으로 파닭이 배달되었다. 미친 듯이 퍼먹었고 한 10분 만에 파닭 2마리가 동났다. 엄청 맛있었다. 먹으면서 형이 선거 전략을 몇 개 말해주었다. 일단, 우리는 강제로 표를 던지라고 말하지 말 것이고
첫째, 1ㆍ2학년의 머리 규제를 완화하고,
둘째, 학교와 기숙사에 휴지를 비치할 것이며,
셋째, 급식을 부분 뷔페식으로 바꿀 것이며,
넷째, 2년에 한 번 진행되는 학교 행사를 매년 열기로 할 것.
으로 방향을 정했다. 난 선거 유세에 도와주기로 했고 토요일에 있을 선거 잘 되었으면 좋겠다.
도영이 형! 파이팅!
수능) D-967 2011. 3.17. (목)
ㆍ 전날 도영이 형이 피켓을 보여준다고 기숙사 자기 방으로 오라고 했다. 그래서 가 봤는데, 피켓이 아기자기하게 이뻤다. 그중 한 개를 받고 나머지는 동기인 정현이에게 건넸다. 오늘 아침 너무 졸려서 아침 조례 시간 때 졸고 있는데 어디서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깼는데, "기호 1번 서창호! 와-" 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는 것이었다. 맨 앞에 서창호 형이 있고 그 뒤에 무슨 소시지처럼 우르르르르 몰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침부터 깜짝 놀랐다.
한 번 폭풍우가 휩쓸고 간 후 보다 많이 조촐한 도영이 형 무리가 들어와서 조목조목 자신의 공약에 대해 설명했다. 상대방이 그렇게 기선 제압을 했지만 전혀 두려운 감 없이 즐기면서 선거 유세하는 도영이 형이 존경스러웠다. 다음 쉬는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 쉬는 시간부터 도영이 형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도영이 형이 반에 들어가서 한 말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저는 이번 전교 회장에 출마한 기호 2번 고도영이라고 합니다. (인사), (박수) 일단 제가 같은 기숙사라고, 같은 동아리라고 저에게 표를 주지 마십시오. 저는 공약의 정당성과 실현성으로 여러분의 표를 받고 싶습니다.
그럼 공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1ㆍ2학년의 머리 규제를 완화하고,
둘째, 학교와 기숙사에 휴지를 비치할 것이며,
셋째, 2년에 한 번 진행되는 학교 행사를 매년 열기로 할 것.
넷째, 요즘 중요해진 입학 사정관제에 대비하여 교내외 행사를 많이 추진할 것.
이상입니다. 이 공약 중 몇 가지는 저번 전교 회장의 공약이었던 것도 있지만, 그들은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것을 100일 안에 100% 시행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이 모든 것을 시행할 수 있는 비밀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 비밀무기는 토요일, 연설시간 때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였다. 저번에 얘기했던 급식을 뷔페식으로 바꾸는 것을 교내외 행사 추진으로 바뀌었다. 도영이 형이 아직 우리조차 공개하지 않은 비밀무기는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다.
ㆍ 그리고 오늘 야자 1부 때는 독서토론 동아리 '카타르시스'에 들기 위한 논술 시험이 있었다. 영어실에 도착해서 선생님이 동아리 '카타르시스'의 역사를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선 선배들 말 때문에 동아리를 든다거나 자기만 생각하는 학생은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종이 2장을 주시며 주제를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일본 지진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같은 어려운 주제를 쓰려고 했으나, 아직 1학년임을 감안해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하여 논술을 하라는 주제를 주셨다.
일단 선생님이 복사하여 주신 용지를 한 번 대충 훑어보고 글을 썼다. 벌써 다 쓴 애들은 제출하고 자습하러 갔다. 나는 남아서 온 정성을 들여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시간적으로 부족하고 남들에게 뒤처졌다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글을 편히 쓸 수가 없었다. 합격자가 내일 발표 난단다. 기대되고, 떨린다.
수능) D-963 2011. 3.21. (월)
<전교 회장 투표>
ㆍ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역시 아침 자습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오늘 아침, 너무 피곤한지 코피가 났다.
ㆍ 전날 밤 도영이 형 방에서 다시 모임을 가졌다. 이번엔 앞에 가서 도와주는 형들과 친구들 모두가 모인 자리였는데,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던 비밀무기를 형들은 처음 본 모양이다. 그 비밀무기는 매달 1회씩 초콜릿우유와 더운 날 아이스크림을 한 턱 쏘기였다. 그리고 재활용과 뷔페식 급식이 우리의 경제적 기반이 돼 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우리의 플래카드는
[아] [이] [스] [크] [림 ] [쏘] [겠] [습] [니] [다]
대충 이런 구도였다. 미리 연습을 해보고 내일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ㆍ 오늘은 대망의 선거일. 강당에 모두 입석을 하고 전교회장 선거가 바로 시작되었다. 오늘의 사회는 2학년의 '이호원'선배. 바로 서창호 형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그 형 주변에 목청이 큰형이 얼마나 많던지, 연설 중간마다 소리를 질렀는데 소리에 묻혀 연설을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다. 곧이어 창호 형이 앞에서 개그쇼를 했다. 중간중간에 많은 퍼포먼스도 하면서 반응도 꽤 괜찮았다.
창호 형 연설이 끝나고 도영이 형 차례가 다가왔다. 역시 도영이 형, 연설문을 준비해 왔는데 과감히 안 보고 하겠다고 전교생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실 다 외운 것 같다.
형은 공약과 더불어 경제적 기반을 이야기했다. 호응이 있긴 했지만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그 후에 한 달에 한 번 초코우유 돌리겠다는 공약을 말하고 아이스크림 공약을 말한 후에 인사를 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사탕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사탕을 던진다고 미리 귀띔을 받긴 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사탕을 던질 줄은 몰랐다. 진짜, 마치 하늘에서 사탕비가 쏟아지듯 많은 사탕이 우수수 떨어졌다. 분위기가 어슬렁하는 게, 반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ㆍ 투표가 끝나고 반에 들어가 잠시 쉬는 시간 동안 눈을 붙이려고 책상에 엎드렸는데 방송이 울렸다.
"제2011학년도 무학 고등학교 전교회장 후보 개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엥? 벌써 개표가 끝났나? 계속 방송을 들어 보기로 했다.
"기호 1번 서창호. 413표."
413표? 전교생이 약 1000명이니, 도영이 형이 당선인가?
"기호 2번 고도영. 437표."
"기권표 75표, 제2011학년도 학생 전교회장은 기호 2번 고도영입니다."
순간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올리고, 3학년 반으로 올라가서 도영이 형을 만났는데 눈이 빨갰다. 울었나 보다. 우는 도영이 형을 보고 나도 가슴이 짠했다. 울컥, 또 눈물이 쏟아질 뻔. 축하해 도영이 형.
ㆍ 그리고 오늘 오후에는 명사 특강이 있었다. 오늘의 명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인 우리 학교 선배님이었다. 큰 키에, 준수한 외모에, 부드러운 목소리. 멋진 분이셨다. 하지만 떠드는 아이도 있었고, 자는 아이 멍 때리는 아이가 반이 넘었다. 나는 필기까지 해가며 열심히 들었지만, 중간중간에 피곤해서 멍 때리기도 했다.
다음에는 지식 경제부 장관님이 온단다. 기대된다.
수능) D-962 2011. 3.22. (화)
<Hello, 카타르시스.>
ㆍ 드디어 며칠간 보류되던 카타르시스 합격자 목록이 발표되었다.
오늘 우리 반이 6 - 7교시 음악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이 카타르시스 합격자를 소집했나 보다. 난 그 사실을 늦게 접하였고 쉬는 시간 3학년 교실에 올라가 카타르시스 담당 선생님인 이유정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께 카타르시스 합격자 발표 났는지를 여쭤보셨는데 그 말을 들은 전기홍 선생님이 한 말씀해 주셨다.
"아직 동아리 가지고 그래요? 동아리 들어가기가 정말 수능이네, 대학보다 동아리 들어가기 더 힘들어, 대학이야 대학."
그리고 이유정 선생님이
"발표 나긴 했는데, 너 떨어졌어!"라고 말씀하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또 고대해 왔는데, 아 슬프다. 돌아가려 했지만 마음이 저려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 번만 빠지면 제명이다." 하고 하셨다.
"내가 너 붙였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라."
이 말을 듣고 바로 선생님을 와락 안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재차 하고 나왔다. 나도 이제 카타르시스 멤버구나.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 않기로 했다. 나처럼 붙은 아이가 있는 반면, 분명히 떨어진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원래 정원은 20명이지만 11명 정도를 추가 모집을 했단다.
약 1 / 1.7의 확률을 뚫고 나도 카타르시스 멤버가 되었다. 잘 지내보자, 카타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