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을 당시, 나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아이인 줄 알았다. 경주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내신 성적을 맞춰가는 뻔한 선택 말고 제3의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의 학교도 검색하고 알아본 결과 경상북도 하양에 있다는 '무학 고등학교'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무학 고등학교는 가톨릭 재단이다 보니 천주교를 믿는 우리 집에서는 나름 인식이 괜찮았고,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학교 평판인 대입 결과도 상당히 괜찮았으며 무엇보다도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상황적으로 이러한 환경이 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충분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16살)부터 출가할 마음을 먹었고 무학 고등학교를 목표로 고입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기숙사 입소 고입 내신 점수가 300점 만점에 250점이었는데 내 성적은 244점으로 아쉽게 조금 못 미쳤다.
무학 고등학교에 계속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고 상담을 나눈 결과 원서를 쓰는 당일 학교 측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게 되었고 나는 당당히 무학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수능) D-1094 2010.11.10. (수)
ㆍ 오늘은 대낮부터 연필을 끄적여 본다. 먼저, 안 될 줄 알았던 무학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게 되었다. 내신 성적 커트라인이 250점인 줄 알고 좌절하고 있던 내가 직접 무학 고등학교 교무실에 전화해 본 후 입학 성적이 215점이었다는 것을 알고 알 수 없는 허무감과 기쁨, 두려움, 부담감 등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무학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수능) D-1034 2011. 1. 9. (일)
ㆍ 여기는 무학 고등학교. 기숙사 아이들의 정신력은 대단한 것 같다.
기숙사 입소 후 일주일간 일기를 쓰지 않았다. 기숙사에 온 첫 느낌을 이 일기에 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지금은 내 룸메이트들 (상인이, 준수, 세언이, 그리고 성필이)와 잘 지내고 있다. 작은 트러블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싸우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ㆍ 오늘 기숙사에 도착했는데 준범이가 기타를 들고 와서 멋지게 연주를 했다. 역시 사람은 악기 하나 정도 다룰 수 있으면 진짜 멋지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은 욕구가 든다. 다음 주에 집 가면 피아노 연습 좀 해야겠다. 야자 시간 30분 남았다. 이만 글 줄이겠다.
수능) D-990 2011. 2.22. (화)
ㆍ 오늘은 신입생 Orientation이 있는 날이다. 오전 수업이 없단 말을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영어 듣기 하고, 오전 수업을 가야 하는데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내 반이 나왔다. 1반. 기숙사 친구들은 총 6명이었다. 신입생 모두가 신관 급식소에 모여 Orientation을 들었지만, 난 잤다. 내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 아이들도 다 잔 모양이다. 세 시간 가까이 Orientation를 했는데, 깨있었던 시간이 30분도 채 안 됐던 것 같다. 3시간의 Orientation을 자다 보내고,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 이름은 '권순형'선생님. 내 친구 이름이랑 같아서 쉽게 외울 수 있었다. 교복을 받고 입어 보았다. 진짜 조금 더 크게 산 것 같다. 그래도 친구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다행이다. 이제 이 옷을 3년 동안이나 더 입어야 한다. 소중히 입어야겠다.
수능) D-983 2011. 3. 2. (수)
<입학식>
ㆍ 어젯밤 늦게 자서 한 시간 반 밖에 못 잤다. 어머니께서 급히 깨우셔서 겨우 일어났다. 한 시간 반 밖에 자지 못했지만, 몸은 개운했다. 아침부터 씻고, 밥 먹고, 옷 입고, 짐 싸고...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내에 다 했다. 이렇게 급히 준비해도 아버지께선 빨리 가라고 재촉하신다. 어찌 저리 성격이 급하신지.
ㆍ 정류장에서 아침 일찍 표를 끊고 버스를 탔지만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갔다. 편이 앉아서 졸면서 가고 싶었는데, 서서 가는 길은 참 길었고 고역이었다. 내려서 학교에 오는데 교복 입은 학생이 달랑 나 하나뿐이었다. 불안했다. 하지만 그 불안도 빨리 사라졌다. 기숙사에 들어가니 애들이 늘어지게 자고 있더라 인사를 하고 짐을 풀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ㆍ 입학식을 하는데 [2학년] [1학년] [3학년] 순으로 앉았다. 행사를 시작하면서 교가를 제창하는데 교가를 몰라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선생님들 소개가 이어졌는데, 원어민 선생님을 소개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등장할 때 엄청난 환호 소리와 함께 등장했는데 교감 선생님이 한 마디 하라고 마이크를 건네주셨다. 원어민 선생님은 마이크를 잡고 "How are you doing?"하고 말했다. 순간 학생들이 엄청나게 큰 환호로 대답했다. 그 장면에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귀여운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건 전기홍 선생님이라는 분이다. 평소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전기홍 선생님 소개를 하자 하나같이 우- 우- 하는 야유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선생님이 환호받았지만, 야유 소리를 듣는 선생님들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입학식이 끝나고 반에 가서 책을 받았는데, 17권이나 받았다. 너무 무거웠다. 책 배부를 다 받고 밥 먹고 자습을 했다. 오늘 자습시간에는 거의 잤다.
자습 끝나고 등본을 떼오고 무학 고등학교 홈페이지 가입을 하란다. 난 등본도 뗐고, 가입도 끝냈다. 가입은 PC방에서 했는데 PC방 끝나고 오는 길에 국화빵을 친구들이 사더라. 와, 진짜 맛있었다. 나갈 때마다 사 먹어야지. 참 재미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