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일지] #8. 2학년 1학기, 봄 일기

by 여행사 작가 류익

수능) D-598 2012. 3.20. (화)


<그냥 갑자기 쓰고 싶어서 쓰는 일기>


ㆍ 일기장에 펜을 끄적인 지도 벌써 2개월이 지났다. 고1 때는 그저 빠르게 가는 시간에 놀라기만 했지만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에 오늘도 이렇게 허무하게 저무는구나, 정말 수긍하게 되는 것 같다. 화살처럼 가는 시간과는 정 반대로 내 행동들은 점점 굼떠지는 것 같다. 한 시간이라도 졸면 미칠 것 같았던 그때와는 달리 고삐가 풀렸나 보다.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정신없이 펜을 굴리고 있다 보면 문득 저번에 있었던 일이나 옛날에 있었던 일들의 기억이 샘솟곤 한다. 평소엔 인식도 못 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러는 게 신기하다. 또 한참 생각하다 보면 추억들이 꼬리를 문다. 공상이라곤 당최 안 하던 내가 요즘에는 때때로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참 오랜만에 펜을 들어서인지 써놓고 포고 싶은 영감이 많이 떠오른다.


일단, 퇴소 문제. 쌓이고 쌓이던 벌점이 15점이 쌓여 두 달 퇴소 조치를 받게 되었다. 부모님께 죄송하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앞으로 험난한 2개월이 펼쳐질 것 같다.

다음으로는 방송반, 방송반 일은 예상하던 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 듯하다. 의욕 넘치는 친구들이 같이 지내기 때문에 잘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머릿속으로 정리는 안 되고 손은 굴러가고, 두서없는 글만 계속 끄적이고 있는 것 같다.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라도 마저 써야지.


요즘은 무척 '나'라는 '말'에 대한 호기심을 자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학교를 진학할지 (혹은 갈 수 있을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에 대한 생각도 자주 하게 된다. 목적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신세, 단 조건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되 남들보다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것, 방향 역시 달리고 있는 내가 정해야 한다는 것. 지금 내가 달리는 이 방향이 앞 쪽인지 뒤쪽인지 혹은 좌우일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남들이 같은 방향으로 달리니까 대충 결승선처럼 보이는감만 잡힐 뿐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먼저 태어난 말들이 이쪽

길로 달려가서 초원을 발견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그들이 초원을 만났을지 낭떠러지로 떨어졌을지 알 수가 없지만 그저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와 동료 말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내 생각에 겉으로는 자유분방한 평지엔 일정한 틀(펜스)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보고 달리나? 아니다. 그저 일정한 틀 안에서 옆에 있는 말보다 더 빨리 더 요령 있게 달리다 보면 그저 결승선에 도착해 있을 뿐이다. 그 말은 그저 남보다 빨리 달렸다는 이유로 사회적 대우를 받고 동료 말의 부러움을 산다. 난 앞만 보고 달리다가 갑자기 내가 왜 달리고 있지? 회의감을 느끼며 갑자기 멈춰 선 상황인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방향은 각기 다르더라도 '대학'이라는 결승점은 한 곳 밖에 없다. 다시, 앞만 보고 달릴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참 대단한 듯. 어릴 적부터 꿈을 정해 살인적인 커리큘럼을 따라 움직이는 우리들, 참 대단하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기윤아 눈물 닦고 또다시 방향 없는 결승선을 향해 달려보자꾸나.




수능) D-539 2012. 5.18. (금)


<창의적 체험 활동>


ㆍ 오늘은 창의적 체험 활동을 하는 날이다. 하루 종일 창의적 체험 활동을 한다는데, 내 창의적 체험 활동 부는 사진부이다. 하루 종일 사진을 찍는 날이니 기대가 되기도. 근데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라 아쉽기는 했지만 아직은 배우는 과정이니 디지털카메라라도 열심히 찍어보기로 했다. 어쨌든 아침에 모여서 같이 사진 감상을 하기로 하고 점심때는 대구 가톨릭 대학으로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는데 교복을 입어야 하나 사복을 입어야 하나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일단 교복을 입고 사복은 가방에 챙겨갔다. 친구들이 다 사복을 입고 있길래 재빨리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어쨌든 아침에는 교내 풍경 사진을 찍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11시쯤 되어서 대구 가톨릭대로 슬슬 출발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바로 사범대 식당으로 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더니 이내 그 식당이 가득 찼다. 이런 게 캠퍼스 생활인가 싶었다. 밥 먹다 뜬금없이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밥을 다 먹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단 사범대학부터 들어가서 강의실 구경도 하고 주변 경치도 찍어 보았다. 기숙사 주변 분수대랑 정말 이쁜 기숙사 건물까지, 학교 건물이 되게 웅장하면서 묘하게 소박한 느낌도 있었다. 사진 찍었을 때 시간이 한시 가량이었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너무 더웠다. 여기저기 물을 찾아다니느라 바빴다. 마지막으로 사범대학 앞 건물에서 종례를 했다.


실제로 캠퍼스를 구경하고 체험해 보긴 처음인 듯하다. 많이 신선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고 특별한 동기 부여도 된 하루인 것 같다. 오늘 하루 재미있었다.




수능) D-531 2012. 5.26. (토)


<전국 가톨릭 학교 학생 대회>


ㆍ 드디어 고대하던 전. 가. 대. 날이다. 당일 아침 8시 출발이니 7시쯤에 일어나 학교로 출발했다. 그런데 작년엔 웬만한 프로그램을 교복을 입고 참여를 했기 때문에 가방에는 티셔츠 하나만 챙겨 갔다. 이게 얼마나 큰 시련을 안겨 줄지는 생각도 못 했다. 학교에 가서 여유롭게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가려고 했는데 전가대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급히 나가는 걸 보고 늦었는가 싶어서 빵 몇 조각 먹고 바로 나갔다.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박송은이 옆에 앉아 인천 박문여고로 향했다. 버스 앞쪽에는 근화 여고생이 앉았고 뒤쪽에는 무학고 학생들이 앉았는데 버스 분위기가 너무너무 어색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뭐라도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강준현이와 고병찬이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는데 곧이어 멀미가 났는지 자리에 들어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더라.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일어나서야 알았다. 벌써 여기가 동서울 휴게소라는 것을. 버스에 올라서 음악을 들으면서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버스가 점점 산으로 들어가더니 두메산골에서 멈춰 섰다. 여기가 목적지 인가보다. 그렇게 인천 박문여고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사진을 한 장 찍고 명찰받고 미사 중인 강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선물 봉지를 하나 받았는데, 4기가 USB였다. 강당 안에는 미사가 한창이고, 인천 시장님과 신부님의 덕담을 끝으로 본 대회가 시작되었다. 다음 시간은 모둠 시간인데 편한 옷을 입고 오란다. 옷이라곤 달랑 티셔츠 하나 들고 왔는데, 급하게 동민이에게 트레이닝복을 하나 빌리고 입고 나갔다. 가자마자 레크리에이션 강사 선생님과 점수 따먹기 게임을 했다. 종이를 네 칸으로 나누어서 한 칸에는 동성, 한 칸에는 이성, 한 칸에는 혈액형이 같은 사람, 마지막 칸에는 같은 분기의 생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오는 것이었다. 쓰다 보니 같은 사람 이름을 또 쓰고 또 쓰고. 이렇게 첫 번째 게임은 끝이 났고 두 번째 게임은 학교끼리 모여서 하는 게임이었는데 둥글게 원을 만들어서 공중에 띄운 풍선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임이었다. 단 사회자님이 말하는 신체 부위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시간 되게 빨리 갔다.


최종 우승자 선물은 사탕 하나씩이었다. 점심은 치즈 돈가스가 나왔는데 점심때도 돈가스를 먹고 오는 길에 차를 너무 오래 타 가지고 가뜩이나 속이 안 좋았다. 밥은 볶음밥을 주셨는데 기름에서 막 볶은 듯 윤기가 자르르했다. 도저히 먹을 용기가 안 나서 요구르트 하나 먹고 다 버리듯 했다.


밥을 먹고 쉬다가 오후 프로그램을 하러 내려갔다. 한 시간 반 동안 율동이랑 노래를 배운 후 잠시 명상할 시간을 가졌다. 그 후로 장기자랑이 이어졌는데, 이 행사가 전가대의 꽃인 것 같다. 선생님들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수많은 볼거리들이 있었다. 여고생들의 춤솜씨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은 양업 고등학교 차례였는데,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엥, 소현이가 거기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잠시 소현이를 만났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또 만날 기회가 있겠지. 다시 자리로 가서 공연을 마저 구경했다. 근화여고 차례에 열심히 응원을 해 주기로 했는데 우리끼리 합이 안 맞아서 엉망으로 응원했다.

공연이 마무리되고 초코 소라빵, 레모네이드를 받고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쉬고 있는데 근화여고에 다니는 수정이한테 "어디야"라고 문자가 왔다.


지금 방에 있다고 하니까 "지금 너희 숙소 앞에 있으니까 나와!"라고 한다. 나가니까 진짜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모두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근화 여고 애들이랑 만나긴 했지만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다. 이게 30분 40분 지나니까 의미도 모르겠고 지치고 해서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애들이 줄줄 들어왔다. 곧 근화 여고 학생들이 우리 방으로 들어온단다. 급하게 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중간쯤에 있는 강당에서 만나기로 위치가 바뀌어서 다들 강당으로 향했다. 섞어 앉아서 랜덤 게임을 했는데 대부분 나오는 게임이 눈치 게임이었다. 곧이어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좋아하십니까?'라는 게임을 했는데 이리저리 부닥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그 게임을 끝으로 아쉽게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잠이 무척이나 쏟아지는데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아침도 안 먹고 계속 누워있었다. 덕분에 아침 프로그램도 못 하고 그냥 있다가 나중에 마침 미사 할 때만 나가서 미사를 보았다. 행운권 추첨하고 밥 먹고 버스에 올랐다. 다시, 하양으로 떠났다.


갈 때 분위기는 올 때랑 또 다를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자고 일어나서 노래 들으며 가고 있었는데 근화여고 오규설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선생님들 소개부터 시작해서 무학, 근화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남자 6호였나 그랬다. 장기자랑을 잠시 하래서 디셈버의 '안녕'을 잠시 부리고 들어 왔다. 자기소개가 끝나니 곧 하양에 도착했다. 찜닭을 먹고 같이 사진을 찍는 것으로 행사가 끝났다. 나는 바로 경주를 가야 해서 이금지 선생님이 경주까지 태워주셨다. 집에 오니 Facebook에 친구 추가가 가득 떴다.


ㆍ 항상 감사하며 살자. - 낮은 자세, 옳은 마음, 사랑의 첫걸음.


ㆍ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자. - 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호소력이 짙다.


ㆍ 옳은 매체를 접하자. -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매체는 성격을 좌우한다.


ㆍ 불평하지 말자. - 묵묵한 사람은 신뢰를 얻는다.


ㆍ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자. - 너도, 나도 모두 그럴 자격이 없다.


ㆍ 마음으로,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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