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일지] #9. 2학년 1학기, 여름 일기

by 여행사 작가 류익

수능) D-521 2012. 6. 5. (화)


<그냥 하릴없이 드는 생각>


ㆍ 오늘도 뭔가를 '쓰다가' 하루가 저물었다. 사실 글쓰기라는 게 쉬은 것은 아니다. 손 아픈 것부터 시작해서 문장 구조와 문단 그리고 전체적 문맥을 놓치지 않고 쓰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젠 굳이 그런 것 정도는 따로 고민하지 않는 것을 보니 내가 참 뭔가를 많이 쓰긴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쓴다는 것'은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당연히 있다. '씀'으로써 내 생각을 다시 한번 더 정리해 보게 되고 그만큼 자기반성,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씀'으로써 날려버린 시간들, 눈에 띄지도 않고 누구를 보여줄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래도 나는 '쓰는 것'이 좋다. 그냥 하얀 백지에 퍼뜩퍼뜩 드는 생각을 적고 나중에 들여다보면 나와 또 다른 혹은 지금보다는 더 성장된 그때의 마음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씀'으로써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재고를 다시 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이 재고 역시도 쓰다 보면 얻을 수 있는 '해답의 열쇠' 같은 것은 아닐까? 어쨌든 모든 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도 많은 이 시점에서 내가 반복적으로 행하고 있는 쓰는 행위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수능) D-518 2012. 6. 8. (금)


<교감이란? 상담이란?>


ㆍ 오늘 처음으로 수학 동아리 '해머' 아이들과 수학 스터디 활동을 하고 나서 끝 즈음에 수황이와 주형이가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싸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대부분 문제를 박주형이가 먼저 일으킬 때가 많았는데 조금 지나니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좀 중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형이를 데리고 일단 밖으로 데려 나왔다. 언젠가 주형이랑을 한 번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무작정 어떤 반으로 데려갔지만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처음엔 도저히 무슨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좋을지 몰라서 심경을 물었던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단다. 이걸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 싶어서 일단 내 중학교 때 얘기를 하면서 입을 뗐다. 사실 주형이를 보면 내 중학교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주형이도 이 자리가 불편하다는 내색이었지만 그래도 계속 공감을 해 주니까 어느새 마음을 열었다. 몇 차례의 조금 솔직한 대답이 있고 나서 좀 더 깊이, 그리고 논지에 벗어나지 않고 일관되게 이야기를 했다. 네가 남에게 느끼는 감정이 남이 너에게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그 아이에게 고쳐 주었으면 하는 것들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잘 한 건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깊이 있는 상담을 하면서 나도 성장하고 주형이도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더, 친구로서 상담자로서 관찰자로서 주형이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싶다.




수능) D-745 2012. 7.21. (토) ~ 23. (월)


<양남 여행>


ㆍ 며칠 간의 짧은 방학이 시작될 때 중학교 2학년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물론 작년에도 갔다지만 작년에는 내가 연락이 안 돼서 가지 못했다. 대충 들어 보니까 양남으로 2박 3일로 간다는 계획까지 다 잡아 놓았더라. 2박 3일로 간다길래 '간 큰 것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윤이가 Facebook에 여행 계획서를 올려놓았다기에 확인해 보니 펜션비에 식비까지 해서 81만 원이 나왔단다. 9명 가까이 가니까. 한 사람당 드는 비용이 약 9만 원 정도였다. 고등학생 나이에 비해 많이 부담스러운 비용이었지만 흔쾌히 가도 좋다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큰 부담을 가지지는 않았다.


드디어 여행 당일, 경주고에서 마치는 대로 홈플러스에서 모여 장을 보고 출발할 계획이란다. 그래서 비 경주고 친구들은 홈플러스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미리 만나기도 한 팀 (동운, 동하, 창형)을 만났는데 뭔가 박스를 가득 안고 있었다. 뭔가 싶었는데 맥주 피처만 18개가 들어있었다. 거기에 소주가 10병가량. 술값만 1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저번 방학식 여행 때는 맥주 피처 2개에 소주 1명으로도 족했는데 벌써 양을 10배나 넘게 사 먹게 되었다니, 어쨌든 박스 안에 가득 담긴 술병들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어질 했다. 먹고 죽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알코올 가득한 박스를 안고 홈플러스로 나서 기다리다 보니 중현이, 윤이, 태규가 도착하고 현준, 상민, 대환이도 무사히 도착했다. 그렇게, 2012년 여름 우리들만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중현, 동운이는 장을 보고 창형, 윤, 현준이는 볼일 보고 나, 태규, 상민, 대환이는 태규가 사주는 롯데리아를 먹으면서 쉬기로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짐을 양남 펜션으로 모두 옮겨 주신다는 태규 어머니의 차가 왔고 그 차에 짐들과 우리 넷 (나, 대환, 태규, 상민)의 몸까지 실었다.


양남으로 가는 길에 그 좁은 차 안에서 대환이에게 간단한 마술을 보여주었다. 대환이는 아기같이 내가 쓰는 트릭에 모두 넘어가며 신기해했다. 신기해하는 대환이를 위해 더 열심히 보여주었다. 근데 덜컹 거리는 좁은 차 안에서 집중을 하다 보니 멀미가 울렁울렁하길래 지쳐서 대환이 품에 안겨 잠들려고 노력했다. 다행히도 양남은 금방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해 바다 펜션 B동이라는 아름다운 펜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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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식탁에 앉아서 꼬꼬면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제는, 중현이의 여자친구 이야기. 여자라곤 안 만났을 것 같은 중현이가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좀 의외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중현이의 스타일과도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중현이는 내면에 푹 빠졌다는데 어쨌든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 과정과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대략적으로 쭉 얘기해 주었다.


어쨌든 중현이 답지 않게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기도, 또 부럽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방에 동하가 와서 곧 축구 중계한다고 치킨 시키고 같이 먹으면서 보자고 했다. 얼마 안 있으니 치킨은 금방 왔고 TV 앞에 모두 앉아 가져온 술이랑 치킨을 먹었다. 첫 잔은 모두 맥주 한 컵씩 원샷.

으악! 이게 무슨 맛이야! 진짜 맛없었지만 친구들이랑 마시니까 뭐 시원한 거 같기도 하고 오 근데 애들이 또 한 컵씩 돌리더니 순식간에 맥주 피처 4개를 마시더라. 어느 정도 마시다 보니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유달리 치킨이 맛있고 맥주도 시원한 것 같았다. 어느새 동하는 포카리에 맥주를 타 먹고 있었고 윤이는 소주랑 맥주를 같이 섞어서 마셨다. 시간이 지나니 다들 어느 정도 취한 것 같다. 다들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그랬다.

그걸 보고 나라도 조절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나는 어느 정도 조절해서 마셨다. 마침 화투가 있어서 이야기하고 화투치고 하다 보니 어느덧 4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새벽 2시에 정신 차리고 나는 방 정리하고 애들 요에 눕히고 TV 보다가 수박 먹고 술에 취한 윤이의 신세 한탄 듣다가 씻고 잤다.


다음날 아침에 내가 제일 일찍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일어나고 보니 내가 맨 마지막이었다. 아침밥은 스팸에 계란 프라이. 따뜻한 밥을 맛있게 먹고 씻고 바다로 나갔다.


바다는 펜션에서 1분 거리에 있었다. 바다에서 기념샷 찰칵찰칵 찍고 물에 발을 담가 봤는데 짜릿한 게, 바다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아침 바다라 바다 물이 차기도 했지만 아랑곳 않고 애들은 벌써 첨벙첨벙 들어가서 서로 빠뜨리고 놀고 있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다리 두 발 다 잡혀서 입수당했다. 애당초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시원한 바다에 몸을 담그니 정말 상쾌했다. 나도 빠졌으니 어쩔 수 없다. 윤이랑 대환이 빠뜨리는데 온 정성을 다 기울였다. 근데 바닥에 돌이 너무 많아서 걷기도 힘들었고 신발을 신기도 벗기도 너무 애매했다. 게다가 날씨까지 흐려서 으스스했다. 그래서 난 그냥 해변으로 나와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옆에 동운이가


"와 - 살아 있네!"


하면서 어딜 보았다. 따라서 보니까 우리 옆쪽에 몸매가 정말 좋은 여학생 4명이 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계속 쳐다보면 좀 그러니까 선글라스 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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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다가 친구들이랑 또 사진 찍고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돼서 예정된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고기 굽다가 친구들이 종이컵 좀 사 오라고 해서 대환이랑 같이 마트 가서 사 오니 다들 벌써 배 부르도록 먹었더라. 어쨌든 고기 먹고 바람 쐬러 다시 바다로 혼자 나갔다.


시원한 해변가를 혼자 걷다 보니 뭔가 아늑하고 되게 기분이 좋았다. 곧 친구들이 따라 나와서 같이 물수제비 하다가 아이스크림 사 왔길래 먹고 다시 들어가서 쉬었다. 그런데 이 밤을 이렇게 보내기는 아쉬워서 대환이랑 폭죽이나 터뜨리기로 했다. 물어물어 주변 철물점 가서 100원짜리 막대 폭죽을 한 움큼 사서 아이들을 다시 바다로 불렀다. 다들 나와서 폭죽놀이를 하는데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그냥 남은 돈 2만 원을 다 폭죽 사는데 써버렸다. 폭죽놀이가 끝나고 추워서 숙소로 뛰어 들어왔다. 숙소에서 남은 술 다 마시고 계란 삶아서 먹고 없는 돈 털어서 치킨 시켜 먹고 밤이 저물었다.


세 번째 날, 아침에 먹을 것이 없어서 겨우 찾은 라면 끓여서 먹고 수박 대충 갈라서 먹고 시간이 없어서 일찍 차 타러 나갔다. 근데 몇 분 차이로 차를 놓쳤나 보다. 마지막으로 다시 바다로 가서 단체 사진 하나 찍고 집으로 떠났다.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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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462 2012. 8. 3. (금) ~ 5. (일)


<청소년 문학 캠프, 여름 엠마우스>


ㆍ 며칠 전 방학식 날 장환정 선생님이 내게 오시더니 종이 한 장을 내어 주셨다. 그 종이엔 '대구 가톨릭 문인회'로 시작되는 여름 문학 캠프에 관한 글이었다. 이걸 내게 왜 주나 싶었으나, 내 글을 몇 번 보신 선생님이 내게만 주시는 선물 같았다. 날짜는 보니 금, 토, 일. 주말이긴 하지만 집에 가면 놀기에 놀 시간에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신청했다.


그 후 8월 3일, 일정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취업 창업 센터에서 11시 집결로 시작한다고 했다. 당일에 일찍이 학교에서 나와 PC방에서 보고 싶었던 런던 올림픽 영상을 몰아서 보았다. 10시쯤 되어 대가대로 출발했다. '제9회 청소년 문학캠프 - 여름 엠마우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좌석엔 중학생쯤 돼 보이는 애들이 5-6명 앉아 있었다. 그 상황을 보고 황당하여 있는데 어떤 분이 뭐 좀 도와 달라고 하신다. 아무 자리에 짐을 대충 두고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날랐다. 40도를 웃도는 더울 날씨에 짐까지 나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땀이 줄줄 났다.


자리에 앉아서 기진맥진하고 쉬고 있으니 11시가 다 되어 가는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계속 밀려 들어왔다. 어느새 텅텅 비었던 공연장이 반쯤 가량이나 찼다. 그런데 다들 친구끼리 온 것 같았다. 나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이 상태로 2박 3일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밥을 먹으러 갔는데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밥을 먹었지만 지인이 아무도 없어서 나는 혼자 앉아서 밥 먹었다. 옆에 무학고 후배가 앉긴 했는데 뻘쭘해서 그냥 밥만 후루룩 먹고 나왔다. 방에 들어가서 나 혼자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에 1층 침대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고 있는데 초 6 정도 되어 보이는 애가


"형, 옆방에 어떤 형이 방 좀 바꿔달래서 바꿨는데 괜찮나?"하고 묻는다.


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곧이어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애들 2명이 들어오더니, "우리 둘이 형제라서 이 침대는 우리가 쓸게!"하고 반대쪽 침대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침대에 드러누워 폰만 만지더라. 나는 폰이 없어서 짧은 잠을 청했다.


기분 좋은 꿈을 꾸었는지 잠에서 깼을 때 미소 짓고 있었다. 일어나서 5초 동안 상활 파악이 안 되었다. 여긴 어디지 싶었는데 옆을 보니 침대에서 아이들 2명이 핸드폰을 하고 있길래 여기가 문학캠프인 게 상기되었다. 1시 30분부터 일정 시작인데 1시 20분 정도에 일어났다. 부리나케 준비해서 본 행사가 진행되는 취업 창업센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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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박해수' 시인의 강의를 들었다. 박해수 시인의 문학 일생을 들려주었는데,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해 주시었다. 왜 우리 삶에 문학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이어서 강의가 끝나고 설레임 아이스크림 하나를 받고 청각 지원센터를 방문했다. 가서 청각 지원학과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건물을 견학했다. 그러던 중 안마 의자 같은 걸 발견해서 잠시 앉아 간단한 조작을 해 보고 있었는데 그걸 본 어떤 분이 오셔서


"이 의자는 상당히 고가이며, 이비인후과 치료를 할 때 사용하는 의자이며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 네. 신기하네요"


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견학은 이렇게 끝나고 다시 시조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로 갔는데 아까 방에서 보았던 꼬마 아이가 옆에 앉더니 말을 걸었다. 무학중 1학년이라고 했는데, 내 옆에서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얘가 묻는 건 9를 4개 이용해 100을 만들어 보라고 했냐는 등의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이 아이와 놀아 주다가 강의는 하나도 못 들었다. 시조 강의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이 꼬마의 동행이 있었다. 자기 친누나였는데 나보다는 1살 어렸다. 그래도 잠시나마 같이 있을 동행이 생긴 것 같았다.

어쨌건 이 아이와, 이 아이의 누나와, 이 아이의 누나의 친구와 4명이서 같이 밥을 먹었다. 밥 먹고 씻고 쉬다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영화 강의와 영화 감상을 했다. 안동 영화학교 교장이며 대구 한의대 교수님이 와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이상화 시인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보았다. 사실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하나도 안 가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동환이랑 같이 숙소에 가서 씻고 쉬는데 휴게실이 열려 있다길래 휴게실에서 런던 올림픽을 보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동환이랑 같이 산책을 하러 나갔다. 어제 뵈었던 윤중리 소설가님이 연못 앞에 앉아 계셨다. 우리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셔서 갔는데 문학에 대해서 몇 마디 말씀을 하 주셨다. 몇 마디 말에도 그분의 내공이 느껴졌다. 그분도 우리가 마음에 드셨는지 자신이 쓴 소설집을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생각지도 못 한 선물을 받게 되어서 감사하고 기뻤다. 아침을 먹고 강의를 들었는데 중간에 미사도 진행했다.


이어서 백일장이 진행되었고 시를 썼는데 포괄적인 표현에 추상적인 표현 투성이인 천편일률적인 시를 써서 냈다. 그 후 시극(詩劇)을 하기 위한 준비로 조별 모임을 가졌다. 그중에서 시극을 어떻게 할까 회의를 했는데 다들 쑥스러운지 의견 교환이 없기에 그냥 내가 총대 메고 진행했다. 어느 정도 회의 끝에 틀을 잡고 소품을 만들었다. 어느새 시극 준비 시간 3시간이 다 흐르고 같은 조원들이랑 같이 밥을 먹은 후 바로 다음 스케줄을 이어 갔다. 대금 연주, 고등학생들의 간단한 마술 공연 후 바로 시극이 이어졌다. 처음에 시극이라기에 대개 딱딱할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활기가 넘쳤다. 시극 후엔 장기자랑 시간이 있었는데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노래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중에 2NE1의 'FIRE'을 공연하는 팀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백댄서를 도와주게 되었다. 춤 연습하며 다들 친해지고 우리 차례에 재미있게 무대를 즐기고 내려왔다. 나머지 무대가 끝나고 우수 조, 우수 팀은 치킨 2마리씩을 줬다.


아쉽게도 우리 조는 받지 못해서 쓸쓸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왔는데 룸메 한 명이 패배자 왔냐면서 말을 걸었다. 씻고 TV를 보고 있는데 어제 만난 태수가 부르더니 4층에 여자애들이랑 같이 술을 마시자고 한다. 막걸리까지 사 왔더라.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씩 들어오더니 치킨에 과자에 안주 가득 맥주에 소주에 막걸리까지 술도 가득했다. 나중에는 한 방에 16명 정도 같이 모여서 놀았다.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방문을 쿵쿵 두드렸다. 다들 놀래서 술판을 두고 몸만 숨었다. 헐 난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술을 숨겼는데, 어찌어찌 급하게 다 숨기고 문을 열였다. 그런데 갑자기 화가 난 듯한 관계자 전생님이 오셔서 상황을 보시더니 30분 정도 더 놀고 자리를 끝내란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술을 빠르게 마셨다. 최대한 이 자리는 빨리 끝내고 30분 지나고 있다가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4층에 있었는데, 원래 4층은 쓰지 않는 방인 데다 문까지 다 열어놓고 떠들어서 외부 대학생이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돌볼 정신이 없었다. 어쨌든 자리를 파하고 방에서 좀 쉬다가 다시 그 여자애들이 자기 방으로 오라기에 아까 먹다 남은 술이랑 치킨이랑 챙겨서 그 방으로 갔다. 같이 마시면서 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가 방문을 똑똑똑 두드렸다. 어떤 여자애가 누구세요 하고 문을 벌컥 열었는데 아까 그 관계자 선생님이 너희들 또 모여있냐며 술을 좀 아니잖아~ 하신다. 남자애들은 나가라는 소리에 달려 나갔다.


두 번이나 걸렸으니 더 이상은 안 되는듯싶어서 포기하고, 우리끼리 이야기하다가 한국과 영국 축구를 한다길래 그걸 보러 갔다. 경기가 길어지니 하나둘씩 자러 가고 학생 4~5명과 선생님들 2~3명만 끝까지 남아서 봤다. 근데 끝나고 나니 기상시간이어서 자지도 못하고 바로 강의를 들으러 갔다. 마지막 강의는 거의 졸 듯해서 끝났고 시상식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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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시상식 때 효성여고 선생님이 사회를 봤는데 그중에 효성여고 한나경이가 상을 받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춤을 춰야지만 상을 준다고 농담을 던졌는데 그러자 갑자기 관객석에서 "샬롬 샬롬 샬롬 샬롬~" 하면서 성가를 불러주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처음에 뻘쭘해하던 나경가 그 노래에 맞춰서 섹시한 춤을 추었다. 정말 놀랐다.




수능) D-447 2012. 8.18. (토)


<형미랑 부산 여행>


ㆍ 저번부터 부산 간다 부산 간다 말만 해 온 것들을 드디어 실천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기차 타고 해운대로 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깜빡 잊고 여태 부산 가려고 모아둔 비상금을 집에 놔두고 왔다. 입석을 두 시간 동안이나 타서 해운대로 도착했다.


아침은 커피 한 병으로 때워서 배가 고팠다. 거기에 짠 바다 냄새까지 맡으니 상쾌하기도, 메스껍기도 했다. 어쨌든 형미가 1시 30분쯤에 나온다고 했으니까 1시간 정도는 어떻게든지 때워야 했다. 해운대니까 바다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하러 해수욕장으로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감흥이 별로 없기에 그냥 다시 나왔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어찌어찌 지하철을 찾아 남천역으로 갔다. 남천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책을 잠시 보고 있는 사이 형미를 만났다. 형미 따라서 이기대 공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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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얼마 안 가니 이기대공원이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이기대공원 입구였다. 입구 쪽엔 시민 체육공원이 있었고, 공원을 지나 조금 더 걸어야 이기대 입구가 나타났다. 날은 30도가 넘는 온도여서 이기대 입구까지만 가더라도 땀범벅에 벌써 지쳤다. 이기대 입구도 들어가서 갈맷길을 따라서 쭉 걸었다.

이기대는 구조가 참 신기했다. 오른쪽엔 산, 왼쪽엔 해운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산을 걷고 있었지만 냄새며 바람까지 모두 바다의 느낌이 물씬 났다. 한참 산책로를 걷다가 좋은 경치 있으면 또 한참 쉬다가 그러다 어느덧 바다로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은 곳이 있더라. 미리 조리를 들고 가서 조리 신고 해운대 바다에 발도 담가 보고 또 한참 이야기하고. 근데 부산 여자라 그런지 얄짤없더라. 오르막길 나오면 혼자 쌩 가버리고 걸을 때도 항상 나보다 몇 걸음씩 빨리 걷고. 중간 지점에서 매점이 나오길래 물 한 병 사서 같이 나눠먹고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넉살 좋은 형미는 이기대 등산 오신 처음 보는 아저씨랑도 막 뭐라 뭐라 얘기도 하고. 땀 뻘뻘 흘리며 2시간 넘는 등산 끝에 남승주가 산다는 SK VIEW에 도착했다. 승주가 주는 물 한 컵을 급하게 다 마시고 놀이터에서 쉬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발신지는 집이었는데 누나가 외식하러 가자고 한다. 나 지금 부산이라고 누나한테 얘기했다. 누나는 잠시 아무 말 없더니 빨리 들어 오라고 했다. 형미가 원래 저녁 못 먹고 간다고 아쉬워했는데 됐어도 안 될 판이었다. 버스 타고 경대로, 경대에서 남포로 가서 버스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10시 즈음이었는데, 뭐 혼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짜릿한 일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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