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706 2011.12. 3. (일)
<한이바디 공연>
ㆍ 시험이 10일 가량이 남은 오늘,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랜 시간이 남아 있지는 않는데 우리 학교 연극동아리 '한이바디'에서 연극 공연을 한다고 했다.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보기로 했다.
연극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소극장에서 했는데 자리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니 자리가 슬슬 차더니 어느새 자리가 꽉 찼고, 늦게 온 여고생들은 서서 보고 있었다.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연출자가 앞으로 나와서 공연을 볼 때 주의사항과 재밌게 볼 것을 당부해 주셨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먼저 재간둥이 현우가 나와 자기소개를 하고 멘트를 했다. 멘트가 꽤 길었는데 소리의 고저, 장단을 모두 고려하여 대사를 멋지게 소화해 내는 게 신기했다. 현우의 대사를 시작으로 단막극이 시작되었다. 총 4막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2막의 '물에 빠진 사나이'라고, 물에 빠지기 직전에 팬티 빼고 다 벗는 장면이 나왔다.
속살이 다 비치는 민망한 팬티만 입고 연기를 하는데 겉옷들을 하나씩 벗는 순간 여학생들이 환호했다. 생각보다 친구들이 표현력이 뛰어났고, 러닝타임 1시간 30분 동안 정말 마음껏 웃었다. 그런데 그 공연을 준비한 아이들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정말 대단한 아이들인 듯 싶었다. 재미있었던 공연이었다.
수능) D-689 2011.12.20. (화)
<몰래카메라>
ㆍ 오늘은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글을 쓴다. 한낮부터, 방금 있었던 일을 몇 자 끄적여 보겠다.
한 시간 전 수학 성적이 나왔다. 내가 왜 어떻게 풀었길래 이 정도 점수 밖에 안 나오는지 한 번 확인해 보았다. 풀어보다가 종이 쳤지만 그래도 계속 풀었다. 몇 문제 풀다 보니 15분 정도 지났을 때에야 영어실로 올라갈 채비를 했다.
3층 영어실로 올라가는 길에 현우가
"야 니 왜 이제 오는데! 니 안 와서 임기현 선생님(영어 선생님) 완전 화났데이! 니 때문에 단어 시험 커트라인 완전 높아졌데이!!" 했다.
난 설마 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선생님이 "너 뭐야? 너 뭐냐고 인마!!!" 하면서 엄청 소리 지르셨다.
하면서 빨리 앉아서 단어 시험을 치라고 하셨다. 애들은 시험을 다 치고 있고, 큰일 났다 싶어서 일단 자리 가서 앉았다. 시험지를 주길래, '아, 안 외웠는데' 라고 걱정하면서 뭔가 알듯한 단어만 쭉쭉 적었다. 임기현 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커닝하면 죽는다고, 오늘 걸리면 죽는다고 막 말씀하셨다. 시간 5분 남았다고 막 그러시길래. 단어는 모르겠고, 맞기는 겁나고, 시간은 가고 있고, 정말 떨렸다. 애들이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길래 미안하기도 하고 시간 끝났다고 임기현 선생님이 시험지를 거두었다.
그리고 바로
"야 권기윤 나와!"
하시는 거였다. 큰일 났다… 싶어서 그냥 눈 딱 감고 맞아야지 해서 책상 잡고 엎드렸다. 그런데
"15개 적었네… 7대다 이놈아"
하시더니
"7대 맞아야 하니까, 7분 동안 노래 불러! 인마!"
소리와 함께 뒤쪽으로 친구들이 '와!!!' 손뼉 치며 "노래해! 노래해!" 하더라.
상황이 이해되고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애들이 노래를 하라고 있지만 멍해서 입도 못 떼고 그냥 들어왔다.
상황은, 내가 교실에 안 오길래 친구들이 아직 기윤이 안 왔다고 말하고, '짜자! 짜자!' 소리가 나더니 금방 선생님과 상황극 하나를 만든 것 이었단다.
수능) D-654 2012. 1.24. (화)
<달빛 독서>
ㆍ 기다리던 달빛 독서 날이다. 기대감을 안고 아침을 맞았다. 이날을 위해서 모임을 몇 번이나 했던가. 머릿 수도 원체 많기 때문에 준비도 철저히 한 캠프였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달려가 짐을 싸고 차 있는 곳에 갔는데, 주차장이 비어 있었다. 우리가 너무 늦게 와서 차가 먼저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정 선생님이랑 따로 청통 수련원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어두컴컴한 밤이고, 친구들이 모여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알고 보니 무슨 앙케트를 하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조를 짜서 알아서 구워 먹는 줄 알고 제일 비싼 항정살을 사 갔는데 그런 것 없이 그냥 다 섞어서 먹더라. 불판도 하나밖에 없어서 굽는 속도가 느리긴 했다. 그래도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다 보니 입안이 다 데이는 줄 알았다. 우리 옆에 구대호 선생님과 나영식 선생님(감독 선생님)이 앉으셨는데 고기를 자꾸 우리 접시로 나누어 주셨다. 덕분에 실컷 맛있게 잘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선생님께서 영화를 한 편 보자고 내게 방송 기기를 설치하라고 말씀하셨다. 관리실에서 금방 방송 기기를 빌려서 설치를 하고 영화를 본다는데 '울지 마 톤즈'라는 영화를 본단다. 처음에는 탄식 소리가 들렸지만, 선생님은 여기까지 왔는데 얻어 가는 게 있어야 한다며 완고한 표정을 지으셨다. 영화의 내용은 책으로도 읽은 적 있던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였다. 슬픈 내용이었지만 열심히 보았다. 슬픈 장면이 나올 때는 뒤에서 훌쩍훌쩍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내 기억엔 이유정 선생님께서 훌쩍훌쩍하신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강당에 어떤 분이 Play station을 설치했다. Play station을 막 하다가 통닭이 왔다길래, 통닭을 먹고 다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때부터 계속 친구들이랑 Play station만 한 것 같다. 한 판만 더, 한 판만 더, 하다가 어느덧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중간에 호원이 형이 떡볶이 먹으러 우릴 불렀지만, 게임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선생님이 이런 우리를 보고 단단히 화가 나셔서, 정말 분개하셨다. 나가서 손들고 서 있으란다. 나중에 선생님이 오셔서 말씀하시길, 이번 달빛 독서에 선후배들이 같이 모여서 친해지자고 하는데 너희끼리만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셨다. 우리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방으로 들어와서 호원이 형이랑 동아리 CELL에 대해 이야기하다 잠에 빠졌다.
다음 날 비몽사몽 일어나서 바로 강당으로 모였다. 어젯밤에 독서 미션이 있었는데, 사실 하나도 읽지 못했다. 큰일이다. 그래도 예전에 한 번 읽은 내용이니 기억에 의존해서 발표를 하기도 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나름 떨리긴 했지만 만족스럽게 발표를 했다. 발표회가 끝내고 발표를 한 사람들에게 문화 상품권을 주셨다. 청소를 끝으로 달빛 독서도 끝이 났다.
수능) D-650 2012. 1.28. (토)
<제17회 청소년을 위한 윤일 축제.>
ㆍ 방과 후 수업이 마무리되는 다음날 아침은 '청소년을 위한 윤일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장소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취업창업센터에서 진행되었는데, 오전 10시까지 모이기로 했다. 나는 9시 40분쯤에 도착한 것 같은데 무학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사람은 나랑 송은이 밖에 없었다. 10시 넘어서 한참 기다리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30분 ~ 40분 정도 지나니 20명 정도가 모였다. 모두 대구가톨릭대학교에 도착한 후에 밥을 먹고 윤일 축제에 대한 리허설을 준비했다. 그런데 떨려서인지, 리허설할 때 계속 실수를 했다. 박자를 틀려서 지휘자님께 꾸중을 듣고, 리허설은 실수만 남긴 채 끝이 났다.
밥을 먹으러 갔는데 떨려서 밥이 잘 안 넘어갔다. 억지로 먹으면 더 체할 것 같아 거의 버리다시피 하고 나왔다. 갔다 와서 리허설 한 번 더하고, 바로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가서 조금 있으니 행사가 시작되었다. 우리 순서는 6번째인데 리허설 때 계속 실수를 했던 것이 떠올라서 다른 팀의 공연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학교들 공연 중, 어느 여학교 차례가 되었는데 갑자기 키보드의 소리가 안 났다. 곧 우리 차례인데, 큰일이었다. 그새 강민구 선생님이 학교로 남는 키보드를 가지러 가셨다. 우리 공연 때문에 긴장이 되어 덜덜 떨고 있었는데 우리 차례가 정말 순식간에 왔다. 우리 전 학교가 끝나고 무대에 올라가 피아노에 앉았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피아노에 악보를 딱 놓고 삼덕송을 바쳤다. 너무 떨려 기도문이 생각이 안 나 그냥 '은총을 내려주세요'라고 짧게 기도 한 후 성호경을 그었다. 학교 홍보 영상이 올라가고 오프닝을 시작했다. 떨리긴 했지만 악보가 눈에 들어오긴 했다. 다행히도 오프닝은 안 틀렸다. 의외로 잘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악보가 스르륵 흘러 내리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악보도 못 보고 G 코드를 쳤는데 마침 G 코드의 진행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악보를 다시 올리면서 치는데 정말 힘들었다. 중주 부분에는 흘러내린 악보를 보느라 고생했다. 진짜 다행히도 마지막까지 다행히 잘 마무리했고, 이번 경연의 애물 단지 같았던 곡인 'Laudate Dominum'의 전주를 시작했다. 아까 리허설 때 자주 틀리는 걸 본 여학생들이 까르륵 웃었지만, 다행히도 전주를 안 틀리고 무사히 곡을 마무리 지었다. 기도의 덕이 조금 있었나 보다. 무대에 가서 안 틀렸으니 참 다행이다.
공연을 마치고 내려가니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무거운 짐을 드디어 내던지고 그때부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순서의 마지막으로 근화여고의 '글로리아'라는 노래였는데 피아노를 진짜 잘 치더라. 한참 무대의 여운을 즐기다가, 끝에는 시상식을 했다. 윤일 축제는 1등만 따로 시상하고 나머지는 다 2등이라 우리 학교는 2등을 차지했다. 개운한 하루였다.
수능) D-667 2012. 1.11. (일)
<멘토 선생님, 안녕!>
ㆍ 겨울방학 전반기 동안 대학생 멘토 수업을 들었다. 모의고사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지원한 멘토 영어 'A'반에 배정받았고 멘토 선생님의 이름은 '권윤지' 선생님이라고 하신다.
설레는 첫 번째 멘토 시간, 1-6반에 대기하고 있는데 저기서 유나민 선생님이랑 한 분이 뚜벅뚜벅 걸어오셨다. 마르고 얼굴이 하야신 긴 생머리의 미인이셨다. 자기소개를 하셨는데 발음이 조금 어눌하셨다. 선생님 말로는 혀가 뚱뚱해서 발음이 잘 안 되신다고 하셨다. 성격도 정말 착하시고 입이 심심할까 봐 수업 중간중간 수시로 초콜릿도 챙겨주셨다. 그렇게 매일을 멘토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재미로 지냈다. 솔직히 수업 시간에 완전 논건 아니고 공부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며 매일매일 알찬 시간을 보냈다.
특히 며칠 전 선생님 면접 전날 우리끼리 모의 면접도 해보고 선우가 수술하러 간다고 피자도 얻어먹는 등 진짜 재밌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쉽게도 선생님의 마지막 멘토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늘 맛있는 것 먹으면서 신나게 놀기로 했다. 센스쟁이 병찬이가 케이크를 미리 하나 사놓았다. 일단 이것은 비밀로 숨겨 놓았다. 일단 치킨이랑 피자를 주문했다. 케이크는 주문한 음식을 받으러 간 사이에 준비를 하고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치킨이 와서 선생님이 받으러 가신 사이에 케이크를 막 준비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반에 지갑을 두고 가셨단다. 일단 케이크를 급하게 숨겨서 들키지는 않았다. 계산이 끝나고 선생님은 잠시 옆반에 들린 사이에 또다시 숨겨 놓은 케이크를 꺼내서 겨우 준비를 끝냈다. 불 끄고 촛불에 불을 붙였는데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빵 터지셨다. 행복한 얼굴이 눈에 선했다. 촛불을 끄고 우리에게 정말 고맙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치킨 먹고 있으니 곧바로 피자도 와서 진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음식을 다 먹으니 시간이 5분가량 남았는데 시간이 너무나도 야속했다. 정말 흘러가는 게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 사진도 엄청 찍고, 단체샷도 찍고 옆반 아이들이랑도 다 같이 찍었다. 옆반 아이들은 마지막 선물로 선생님께 화장품도 준비했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차렷 경례로 멘토 수업을 마무리했다. 아쉽고도,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다.
수능) D-649 2012. 1.29. (토)
<꿈을 찾으러, 부산에 가다.>
ㆍ 내 일생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갔다. 물론 부모님께 허락은 받았다.
여행을 떠난 이유는 무작정 여행이 하고 싶기도 했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싶기도 해서 그냥 떠나보고 싶었다. 여비는 세뱃돈 받은 것 모두 챙겨서 경주역으로 출발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무계획'이다. 한비야 작가의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고안해 낸 여행의 주제이다. 그래서 경주역으로 도착한 다음 맨 처음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타고 어디든지 가기로 결심했다. 경주역에 도착하니 약 4분 후에 부산의 부전역으로 도착하는 열차가 하나 있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도 부전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매표소에서 부전역이 어디 있는 곳이냐 물었는데, 부산에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것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부산으로 정해졌다. 표를 구입하고 정거장에 가니 바로 기차가 왔고, 그렇게 나는 바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에서 음악을 들으며 경치를 구경하고 있노라니 곧 부산에 도착했다. 송정역부터 펼쳐지는 찌릿한 광경, 그것을 보는 순간 드디어 바다에 왔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해운대역에 내려서 앞에 있는 지도를 보고 대충 여정을 잡았다. 바다를 보고 관광 안내소를 가는 것으로, 지도를 나침반 삼아 길을 걸었다. 조금만 걸으니 짭짤한 소금향이 솔솔 풍겼고, 곧 해운대 해수욕장이 나타났다. 드디어 그렇게나 고대하던 겨울 바다를 만나게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다름 아닌 갈매기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갈매기들은 꽤 가까이 가도 슬금슬금 도망만 가지, 휙 날아가거나 그렇지는 않더라. 한편에서는 갈매기들이 우는 소리가 많이 나기에 보았더니 사람들이 갈매기에게 과자를 주고 있었다. 개중에는 비둘기도 몇 마리 보였다. 갈매기 구경은 그만하고, 바다를 보기로 하였다. 바다의 그 출렁임, 그냥 출렁이는 바다만 보아도 너무 좋았다. 바닷물에 손을 담가 보고, 해변가도 걷고 하다 보니 어느새 삼십 분이 흘러 있었다. 적당히 시간이 지난 것 같아 관광 안내소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여성 분들이 사진 조금 찍어달라면서 나를 불렀다. 귀찮아서 대충 찍고 뒤돌아서는데 다시 부른다. 이번에는 자기들이 사진을 찍어 준단다. 내 사진기를 드리고 뒷모습을 찍어 달라고 했더니 잘 찍어 주신다. 감사히 사진기를 받고 관광 안내소로 갔다. 그곳에서 잘 곳과 먹을 곳, 시민회관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안내 책자를 받아 나왔다.
왜인지 나는 다시 바다로 향했고 사람 없는 구석진 곳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직접 바다에 들어가 보았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바다 냄새, 겨울이라도 날씨가 좋아서 발도 시원해서 너무 좋았다.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나와 발을 털어내고 다시 해변가를 걸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호원이 형이 내게 간단한 미션 하나를 주었다. 내가 여행하게 될 곳의 미녀와 사진을 찍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닷가엔 정말 연인들 밖에 없었다. 모두들 친구를 데려왔던데, 정말 나 혼자만 이곳을 혼자 찾아온 것 같았다. 게다가 대다수의 커플들은 모래 바닥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솔로인 나도 무언가를 슥슥 썼다. 어쨌든 호원이 형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혼자 오신 여성분을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해서 동생 같아 보이는 친구들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참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찍어주긴 해주셨다.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찝찝했다. 찝찝한 마음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관광 안내원은 국밥집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국밥집은 푸드코트 안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그냥 푸드코트에서 돈가스와 우동을 시켜 먹었다. 밥을 먹는 중에 호원이 형은 내게 '부산 타워'나 '센텀 시티'에 가 볼 것을 추천해 주었는데, 딱히 목적지도 없거니와 지하철 옆 옆 정거장에 '부산 시립 미술관'이 있기에 그쪽으로 출발하였다.
조금 걷다 보니 BEXCO와 시립 미술관이 나타났다. 전시실을 둘러보는데, 예술은 참 뛰어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미술관을 대충 둘러보고 내려와서 미술관 주위를 걸으며, '괜히 왔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 멀리서 네다섯 명의 학생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대뜸 사진기를 내밀며 사진을 몇 장 찍어달라고 한다. 사진기를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 드리니 "혹시 시간 많으세요?"라고 묻는다.'네'라고 대답하니, 그러면 사진을 조금 더 찍어달라며 학생들은 다른 곳으로 다다닥 뛰어갔다. 졸지에 사진 기사가 된 기분이었다. 딱 보니 학교나 교회에서 단체로 온 느낌이었다. 사진을 조금 더 찍어드리고 그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분께 학교에서 견학을 오셨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교회에서 왔다고 했고, 지금 교회 수련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어디서 왔는지 되물어 보았다. 혼자 개인적으로 여행을 왔다고 하니까 정말 놀라면서 자기들은 고2, 고3 정도라며 붙임성 있게 내게 이야기를 건네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다시 부르더니 "감사해서 그러는데 미술관 안에 음료수라도 한 잔 사드릴 테니까 같이 가요." 하며 내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무리를 따라갔다. 그런데 또 다른 사진을 찍어달라며 몇 장의 사진을 더 요구했다. 사진을 완벽하게 찍어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
이후에 나는 뮤지컬 캣츠를 보러 시민회관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향하는 방향이 같다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지하철 표도 끊어 주고, 지하철 안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금방 '금련산 역'에 도착했다. 밀크셰이크를 하나 얻어먹고, 뮤지컬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급하게 택시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차가 한 대 서더니 우리 옆에 선다. 교회 관련자셨는데, 그 분에게 옆의 친구들이 나를 시민회관까지 데려다 달라고 엄청 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의 차를 타고 시민회관으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차를 타게 되었는지 참 신기하기만 했다. 시민회관에 도착하여 뮤지컬 캣츠의 VIP석을 구입하고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내 자리는 무대에서 일곱 줄 떨어진 자리였는데 정말 가까워서 무대가 한눈에 전부 들어왔다. 불이 꺼지고, 내 옆 통로로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연극을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노랫소리가 꽤 크기에 모두 립싱크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풍부한 음량이 모두 진짜 목소리였다. 무대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넘고 춤추며 노래를 하는데, 지치지도 않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는 유연해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를 뽑으라면 탭댄스 고양이와 주인공인 미스터 펠리스이다. 탭댄스 고양이는 바퀴벌레들과 함께 탭댄스를 추며 노래하는데, 탭댄스를 처음 보아서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 그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소화해 내는 게 더 신기했다. 그리고 중풍 걸린 고양이의 손 떠는 연기가 정말 예술이었고, 정말 중풍에 걸린 것처럼 연기를 완벽하게 했다. 연습의 결과가 정말 눈에 보일 정도였다. 미스터 펠리스는 마법사 고양이로 마법을 부리고 끝에 조명이 줄어드는 액션을 하는데 표정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리자밸라 역의 홍지민 배우가 부른 'Memory'는 정말 소름 돋을 만큼의 풍부한 음량이었다. 그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슬픈 듯 감정을 실어 연기하는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정말 VIP석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VIP석 쪽의 객석 난입을 자주 해서 배우들과 손을 잡기도 했다. 정말 가격을 초월한 행복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뮤지컬이 끝난 이후에 프로모트 책을 구입한 뒤, 아까 만난 무리와 접선하기로 했다. 그들은 부산 중앙교회로 오라고 했고, 그곳으로 택시 타고 향했다. 교회는 고도가 조금 높으면서 으슥한 곳에 있었다.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일단 들어갔다. 들어가서 누나에게 전화를 거니 마중을 나와 주셨다. 그리고 지금 수련회 프로그램으로 런닝맨을 하고 있는데, 그걸 같이 하자고 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한 시간을 같이 뛰어다니다가, 교회에서 사주신 피자를 먹었다. 처음 만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아노를 치면서 시간을 보냈고 저녁이 되어 나는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다. 교회에서 귀가하는 사람들에게 차량을 제공해 주었고, 나는 또 차를 얻어 타고 다시 광안리 바닷가로 나갔다. 교회 관계자님은 광안리에 위치한 찜질방에 나를 데려다주셨고, 체크인까지 도와주고 가셨다. 들어가서 씻고, 단잠에 빠졌다.
이튿날 일어나니 창밖으로 광안리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실수로 시계를 안 차고 와서 대체 시간이 몇 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오니 9시 가량이라는 것을 알았다. 찜질방 컴퓨터로 어제 만난 사람들과 싸이월드 일촌을 맺고 나니 갑자기 인터넷이 끊겼다. 결국 선불로 지불한 시간이 다 지나도록 인터넷은 돌아오지 않아 약간 화가 났지만, 그냥 끊고 나왔다. 옷을 갈아입은 후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맞는 바다는 느낌이 참 새로웠다. 아침 바다를 맞으며 해변가를 걷다가 문득 이 소중한 광경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는 반짝이는 모래알이 가득하고, 가까이 있는 바다는 해를 품은 채 잔잔히 춤추고 있는 이 모습이 뭔가 담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방을 열어 생수통을 들어 바닷물을 담기 시작했다. 생수통의 반 가량을 모래와 바닷물로 채웠고, 해변가를 조금 더 걷다가 사진을 찍고 광안리 바다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그때부터는 정말 발 길 가는 데로 걷다가, 어제 만난 하영이 누나가 있다는 경성대/부경대역으로 갔다. 부경대 주변에서 늦은 아침으로 치킨 카레를 먹고 부경대 안으로 들어갔다. 누나는 부경대 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책을 잔뜩 들고 걸어가기에 나도 무작정 그 사람을 따라갔는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은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나도 도서관에 따라 들어가 겨우 누나를 만났다. 누나는 나를 반기며 맞아줬지만, 자기 학교에 무언가 두고 온 것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그 학교는 여고였는데, 내심 궁금하기도 해서 그 누나를 따라나섰다. 대학 앞쪽을 지나 언덕을 걷고 또 걸으니 누나의 학교가 나왔다. 내친김에 누나의 교실 안으로도 들어가 보았는데, 여고라는 곳이 생각보다는 지저분한 느낌이 가득했다. 누나가 두고 온 책을 챙겨서 나왔는데, 누나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오더니 바로 집에 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누나의 학교 앞에서 만나서 반가웠다며 어깨동무를 하고 악수를 한 뒤 헤어졌다. 끝으로 서면에 꼭 가보라는 누나의 추천을 받고, 또 발길 가는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정말 멋대로 걸으니 버스 다섯 정거장 정도를 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지쳐서 바로 지하철에 올랐고 꾸벅꾸벅 졸았다. 서면역에는 금방 도착하였고, 서면역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어느 한 짜장면 집 앞에 사람이 정말 많이 서 있길래 나도 그냥 줄 서서 무작정 들어갔다. 마침 때가 점심 때이기도 해서 앉자마자 짜장면 곱빼기를 먹었다. 양은 생각보다 적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금방 한 그릇 비우고 조금 더 돌아다니니 앉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었다. 그런데 주변에 서면 성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예수님께 감사 기도를 바치고 갑자기 노곤해져 가방을 베개 삼아 한숨 자버렸다.
조금 자고 일어나서 부산역으로 향했지만, 부산역에는 신경주로 가는 기차밖에 없다기에 다시 부전역으로 가서 경주역으로 향했다. 곧, 기차에 몸을 싣고 다시 경주로 향했다. 이렇게 내 소중한 첫 여행은 끝이다. 나름 특별한 인연과, 소중한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수능) D-643 2012. 2. 4. (토)
<The Night Of Cell, 셀의 밤>
ㆍ 며칠 동안 셀의 밤 연습 때문에 야자를 빼면서 연습했다. 용수 선생님도, 승진 선생님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연습, 또 연습을 이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연습의 결실을 맺는 날이다. 장소는 원래 대구 가톨릭 대학교에서 하려고 했지만 음향 문제로 교내 돈 보스코 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난 사실 사람들이 진짜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돈 보스코에서 진행될 정도면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인원은 아닌가 보다.
당일, 토요일 아침 수업이 끝나고 예비자 세례식이 있는 하양 성당으로 향했다. 하양 성당에서 세례식 다 구경하고 바로 돈 보스코 관에서 리허설이 있었다. 리허설을 간단하게 끝내고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으러 나갔다. 후문 쪽에서 손님을 받아서 그런 지 몇 분 안 들어오셨다. 대충 시작 시간이 되어 다시 본 보스코 관으로 들어가니 또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원래 공연은 5시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5시 30분이 되어도 아직 시작을 안 했다. 곧 이유정 선생님이 올라오시고, 신부님, 교감 선생님의 축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공연은 소신 합창단이었는데 나도 공연이 시작되고 처음 보는 무대였다. 무거운 노래와 가벼운 노래를 섞어서 불러 주었는데 호응도 정말 좋았다.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들인 3학년 형들의 무대가 이어졌는데 정말 멋있었다. 금방 우리 1, 2학년들 무대가 다가왔다. 피아노 비중이 꽤 큰 편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손에선 땀이 줄줄 났다. 시작 부분에 조금 느리게 들어갔지만 괜찮았다. 큰 실수 없이 간주까지 들어갔고 간주부터는 용수 선생님이 도와주셨다.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은 발휘한 것 같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곡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일렉기타 소리가 안 나기 시작했다. 일렉기타를 치는 제휘 형을 보았는데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더라. 믹서기도 만지작 만지작 했는데 변화가 없자 결국 준호 형이 선을 교체해 주니 소리가 났다.
우리 무대가 끝나고 나서야 편안히 공연을 감상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진헌이 형 기타에서 와우를 썼는지 꽉꽉 소리가 나길래 신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멜로디로 용수 선생님이랑 배틀을 하길래 한 명은 기타를 엄청 빠르게 치고 한 명은 키보드를 진짜 빠르게 치고… 눈과 귀가 정말 황홀했던 공연이었다. 'Still'이라는 곡을 마지막으로 이번 셀의 밤의 무대는 여기서 끝이 났다. 행사가 끝난 후 미사까지 마치고 감자탕 집에 가서 감자탕으로 회식하고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정말 재미있고 느낀 것이 많았던 이번 셀의 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