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D+335 2015. 8.16. (일)
ㆍ 1차 정기휴가가 끝났다. 길었지만, 짧았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가족과 보낸 시간도 의미 있었다.
전국에 계신 지인을 찾아뵙는 것도 재미있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잊지 않고
마음속 저 구석에라도 기억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뿌듯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도 내가 20살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 하는 느낌.
그래 앞으로 계속 만날 사람들은 커넥트를 하면서 지내야겠지. 어쨌든 대구 - 전주 - 광주 - 천안으로 이어진
이번 여행은 살면서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ㆍ 가족과 안동, 영주로 여행을 갔는데 어머니가 본 내 모습이 꽤나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적극적이지 못했던 내 모습에 실망해 서운함을 줄줄 토로하더라. 20살이 본 우리 가족은 한없이 어렵기만 한다.
입대) D+350 2015. 8.31. (월)
ㆍ 군 생활의 50%를 갓 넘었다. 어렸을 적 배웠던 물이 물컵에 반이 차 있으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쪽과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있는데, 우리는 물론 "물이 반이나 있네"라 생각하라 배웠지만 사실 어찌
생각하던 컵에 물이 반이 차 있는 것은 변함이 없지 않은가? 이 반 정도 차 있는 물이 어느 날에는 감사하게도, 또 어느 날에는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래봤자 내 물컵에는 변함이 없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도 모르는 체, 그러다 언뜻 문득문득 보았을 때 어 벌써! 이만큼이나 차 있네!라고 감탄을 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태까지 잘했다. 장하다 기윤!
ㆍ 그래도 여기 와서 배운 것이 아주 없는 게 아니라 좋다. 사실 어르신들이랑 관계 맺는 것에 약간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많은 시행착오 속에 그래도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힌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가며 큰 거름이 되겠지.
ㆍ 교회에 다니는 군인가족 여진이의 입시 상담을 잠시 해주었다. 도울 수 있을 만큼 돕고 싶다. 타인에게 이유 없는 '사랑'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 그래. 남을, 당신을 사랑하자.
입대) D+352 2015. 9. 2. (수)
ㆍ 하루하루 멍 때리며 지내다 보니 진짜 시간 잘 간다.
망했다. 한자 시험도 문득 다음 주로 다가왔다. 모의고사를 풀긴 푸는데 뭔가는 덜 된 기분이 든다. 떨떠름한
이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하긴 공부를 안 하니. 2월부터인가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문제
하나 잘 못 푼다니 걱정이다. 한자 3급, 딸 수 있겠지?
ㆍ 무언가를 할 때 기초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기초를 탄탄히 한 게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근
십 년간 매일 컴퓨터 타자를 쳤는데, 사실 나는 여태 타자 치는 법도 잘 모르고 있었다. 매일 해 왔던 일이지만
똑바로, 제대로 하니 적응도 잘 안되고 참 어렵더라. 그래도 꾹 참고 '기초'를 제대로 쌓아보자.
ㆍ 오늘 9월 모의고사를 쳤단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주위에 있는 동생들이 생각난다. 다들, 자신의 마음이
가는 데로 '자신의 선택'을 했으면.
ㆍ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1ㆍ2' 모든 편을 다 보았다. TVN 작품이 참신하고 재미있다. '더 지니어스',
'식샤를 합시다.', '응답하라' 시리즈. 계속해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무언가가 있기는 있다.
입대) D+354 2015. 9. 4. (금)
ㆍ 군 생활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병 vs 병, 병 vs 간부, 간부 vs 간부. 모든 트러블에 휩쓸려 지내는 것 같다.
특히 그 사람은 왜 저렇게 꼴통일까. 행정병이라는 게 육체적 고통은 없다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ㆍ 그래도 군대 들어와서 멘털이 조금 강해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짜증이 확 나는 순간 왜 만사가 하기 싫어질까. 고등학생 때도 이런 적 많았는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 차이가 없나 보다. 문제는 무기력 이라더니, 딱 그 꼴이다.
ㆍ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어야 하나. 앞으로 단 1년도 안 남았다지만 너무나도 멀고
아득하고 막막하다. 모르겠다, 너무 싫다. 그냥.
ㆍ 그래도 여느 때와 같이 잔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이 막 요동치지는 않는다. 속으로 '아, 또 시작이네!'하고 한 귀로 흘려듣게 되더라. 그래, 일 년 전만 해도 안절부절못했는데 이 정도면 많이 세졌지. 그래, 장하다, 수고했다.
그냥 싹 잊고 오늘 다시 멋지게 마무리하자.
입대) D+358 2015. 9. 8. (화)
ㆍ 힘들고, 짜증 난다. 오늘 하루 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것이 존재만으로도 타인들에게 정말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더불어 말 한마디가 정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배운다.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사람처럼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깊이 느낀다.
고생 끝에 낙이 오겠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겠지. keep going 해야겠지.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참아내야겠지.
입대) D+376 2015. 9.26. (토)
ㆍ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나는 무얼 했고 무엇이 달라졌지?! 음... 아무리 보아도
모르겠다. 입대 전부터 걱정했던 유격훈련은 '식사 추진'으로 허무하게 끝이 났고 유격 행군도 아무 문제 없이
끝났다. 군장에 스펀지 넣은 게 걸려서 문제 될 뻔 하긴 했지만. 올 설날에도 너무 허무하게 보내 가슴이
허했는데 벌써 추석이다. 그래도 시간이 가기는 가는구나.
입대) D+382 2015.10. 2.(금)
ㆍ 눈 깜빡한 사이 추석 연휴도, 국군의 날도 끝나버렸다. 그뿐이랴, 입대 전부터 고민했던 유격 훈련도 어느덧 끝이 났고 하늘은 높아지며 나무는 단풍이 진다. 입대 1년은 어느샌가 훌쩍 넘어 버렸고 어느덧 혹한기와
제설을 걱정해야 할 계절이 왔다. 시간이 가긴 가는구나, 참 덧없이 흘러가는구나.
ㆍ군대 와서 유일하게 준비한 '한자 자격증'. 2월부터 시작한 노력의 결과가 10월 1일, 어제 발표가 났다.
결과는 '합격'. 나도 여기서 무언가 이루고 나가긴 하는구나. 기쁘다. 여기서 지낸 '일 년'이라는 시간이 그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니까. 뿌듯하고 좋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2급까지 달성을 하고 한국사 시험이나 한국어 능력시험평가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되었으면 한다.
군 생활과 사회적 역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훌륭한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입대) D+392 2015.10.12. (월)
ㆍ 숫자 세는 것이 너무나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외박도 지겹고 주말도 딱히 즐겁지 않다. 삶의 의욕도 없고 새로운 자극이 없으니 로봇처럼 기계처럼 일한다. 언제부턴가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살면서 너무 자주 많이 웃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는데, 무표정으로 살아서 그런가 정말 세상이 무(無) 해 보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사회에 이 상태로 뚝 떨어뜨린다 한들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복잡하고 걱정이 많다.
ㆍ 병영문학상 발표가 났다. 내심 가작 이상을 기대하고 있었건만 가작은 무슨 입선 작에서도 내 이름 코빼기
만큼도 없었다. 꽤 글에 자신이 있었는데, 그래서 결과도 잘 될 줄 알았는데. 내심 속상한 마음이 크다.
ㆍ 국직 부대에도 해군지 달라고 해군 정훈 공보부에 전화했는데 담당자분이 수병이 이런 데까지 전화를 주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글 기고를 해보란다. 그래 이거라도 열심히 써보자.
입대) D+402 2015.10.22. (목)
ㆍ 다음 주 화~목요일까지 '대대 전술 훈련'을 한단다. 대대 전술 훈련을 준비하면서 방어준비 태세 (Defecon) 훈련을 하는데 훈련 내용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싸는 게 훈련이다. 예쁘게 정리해 놓은 관물대의 물건들을 꾸깃꾸깃 의류대에 넣는다. '후송'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전장에 투입될 땐 전쟁에 바로 필요한 물품(모포, 속옷 등)을 챙기고, 그 나머지 물건들을 의류대에 실어 나중에 전장으로 보낼 짐을 싸야 한다. 실제로 전장에 투입될 일은 없고 그냥 관물대의 짐을 풀었다, 쌌다, 풀었다, 쌌다. 그걸 일주일째 하는 중이다. 정말 짜증 가득 난다. 이런 부분에서 정말 답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ㆍ 군 생활이 언제쯤 끝이 날까? 어렴풋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빨리 사회로 뛰쳐나가서 물 만난 고기처럼
미친 듯이 놀고 싶다. 난 왜 이렇게 쓸데없이 진지하고 깊게만 살았을까. 가벼움이 죄가 아닌데. 또 어찌 보면
이게 권리일 수도 있는데. 좀 더 가볍게,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
2016. 8.14. 그날을, 그날만을 기다린다.
입대) D+413 2015.11. 2. (월)
ㆍ 11월이다. 작년 이맘때부터 '15년 11월, 12월'을 얼마나 바라왔는데. 대하기 힘들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는 11월, 그날이 왔다. 이제 진짜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없을까? 나도 대대 입장에서 보면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데, 나는 과연 제 역할을 잘하고 있긴 할 걸까? 기쁘기도, 통쾌하기도, 뿌듯하기도, 부담스럽기도, 겁나기도 하는 나의 상등병 생활.
ㆍ 외박을 나가서 푹 쉬고 왔다. 언제까지나 외박 후유증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집에서 푹 자고 컴퓨터만 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아쉽다. 빨리 전역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날아가고 싶다.
ㆍ 외박 나가서 누나랑 지승이 형이랑 초밥 뷔페 먹고 왔는데 너무 맛있었다. 속이 느끼하도록 먹었지만 또 가고 싶다.
입대) D+422 2015.11.11. (수)
ㆍ 빼빼로데이다. 해군 창설 70년이기도 한 오늘은 부대에 전입 온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돌아보면 빨랐기도, 내다보면 막막하기도 하다. 오늘로 약 270일 정도가 남았는데 이렇게 보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보인다. 월요일 점심시간에 이 부대로 와서 어느덧 금요일 오전 일과를 받고 있는 지금 앞으로 더 힘들고 고민도 많겠지만 좀 더 힘내자!
ㆍ 국립국악원에서 매주 수요일 풍물교육을 하려 우리 부대로 오는데 나는 그중 열두 발 상모 돌리기를 배우고 있다. 너무너무 재미있지만 한 번 돌리면 목에 무리가 많이 가는지 다음날 하루 종일 꼼짝을 못 하겠다.
물론 지금도 알 배겨 있다. 그래도 뭔가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
ㆍ군대 와서 10KG를 찌웠다. 찌웠다기보단 쪘다. 나는 영영 살이 안 찌는 체질일 줄 알았는데 주임 원사님
말로는 나이 먹어 살찔 체질이란다. 만약 70KG가 넘어가면 진짜 관리해야지. 말도 안 돼, 내가 70KG라니.
입대) D+430 2015.11.19. (목)
ㆍ 중대장님이 2박 3일 휴가를 주셨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웬 횡재냐 싶었다. 입대하고 '포상 휴가'는
처음이다. 사실 동원 훈련 포상을 안 줘서 약간 꽁해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보상을 해 주니 그나마 조금 다행이다. 나가면 태일이도 보고 싶고 령진이도 보고 싶고 주욱 선생님도 보고 싶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빨리 휴가 날이 왔으면 좋겠다.
ㆍ 이틀 전엔 야간 사격을 했다. 초겨울에 해가 떨어지니 으슬으슬 춥더라. 야간 사격은 처음인데 표적지가 너무 커서 쉽게 맞출 수 있었다. 재미 있었다.
ㆍ 매주 수요일마다 국립국악원에서 주관하는 풍물 교육에 열두 발 공연은 내가 확정인 것 같다. 하고 나면 목
주위가 뻐근하긴 하지만 돌릴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 이런 곳에 재능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재능보다는 노력을 많이 하긴 했지만.
ㆍ 처음으로 '5분 대기조'에 선정되었다. 부담이 많이 된다. 장구류가 무겁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 사고 없이 잘했다. 일주일 부대 잘 지키자! 파이팅!
입대) D+448 2015.12. 7. (월)
ㆍ 해상병 611기가 전역했단다. 앞으로 6 기수 남았다. 이제 슬슬 전역이 저기 멀리쯤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막상 전역한다니까 막막하다. 뭘 어찌해야 할지. 기초자금도 필요할 것 같고 20살에 입대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이 고민은 어찌 되었을까.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슬슬 미래를 준비하는 군 생활을 시작해야겠다.
ㆍ 외박 때 령진이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령진이는 귀엽고 예쁘게 보였다.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12월
말 즈음에 경주에 온단다. 만약 오면 투어 해주기로 했는데, 잘해줘야지.
ㆍ 나중에 프리허그 한 번 해보고 싶다. 또 '쉬었다 가는 집'이라는 공간도 내보고 싶다. 나랑 같이 밥 먹으면
5,000원 받고, 처음 보는 사람이랑 같이 사과 깎아 먹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고 있다.
입대) D+449 2015.12. 8. (화)
ㆍ 매일 이 부대를 나갈 생각에 살고 있다. 작게는 외박, 휴가부터 크게는 전역까지. 어린 나이임에도 전역을
생각하면 여전히 막막하다. 그래서 조금은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다. '오늘만 생각하기.'로. 그래서 'Just Do It' 그냥 뭐든 다 해 볼 생각이다. 미래는 생각 안 하고 사랑이든 열정이든 그냥 생각 없이 한 번 해보고 싶다.
ㆍ 사람 한 명이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구나. 새삼 느낀다. 뭐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이긴 하지만 많이 바뀐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진다. 그렇다.
입대) D+459 2015.12.18. (금)
ㆍ 요새 꽤 시끄러웠다. 중대원 중 한 명이 '국방 헬프콜'에 민원을 넣은 게 기폭이 되어 3중대 간담회가 벌어졌다. 간담회는 우리가 생각했던 본질과는 달리 '우리가 실력이 부족하다.'라는 결론으로 일단락되고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중대장님이 휴가를 나가셨는데 대대장님께 아무런 보고도 안 하고 나갔다 보다. 진노한 대대장님이 3중대 행정반으로 오시더니 3 중대장의 모든 짐을 싸라고 명령하셨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곧 냉정함을 되찾고 쌌다. 진짜 상사의 짐을 쌌다.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기분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짐 싸고 쫓겨나는 게 내 주위
에서 일어났다. 많은 것을 느꼈지만 더욱 냉정해져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가 짐을 싸던 그 풍경, 평생이
지나도 결코 못 잊을 것 같다. 참 깨닫는 게 많은 오늘 하루이다.
입대) D+474 2015. 1. 2. (토)
ㆍ 병신년(丙申年)이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도 나에겐 '전역의 해'라는 것이 좀 더 깊고 가깝게 와닿는다. 이번 1월 1일은 영내가 아닌 사회에서, 즉 휴가로 보냈다. 한 달을 기다려 다가온 휴가이건만 생각보다는 빨리 끝나 아쉽다. 어쨌든 휴가 중에 보람 누나, 윤경 선배, 준수, 주욱 선생님, 슬기 누나를 만나고 왔다.
기대한 만큼 무언가 짜릿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휴가였다. 대통령이 준 VIP 휴가
덕에 공짜로 팝콘도 먹고 빵도 먹고 했으니. 먹을 것도 완전 실컷 먹고 왔다. 뷔페를 두 번이나 갔으니 말이다.
ㆍ 마지막 날엔 슬기 누나를 만났는데 이 누나는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꼭 보는 것 같다. 19살의 기윤과, 24살의 성균, 슬기. 뭔가 변하긴 했겠지.
입대) D+487 2016. 1.15 (금)
ㆍ 군 생활 70% 돌파다. 옛날에 최종수 병장이 언젠가부터 무엇이든 다 귀찮아지는 날이 온다고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 동료 행정병이랑 갈등이 한 번 생긴 그날부터 화내기도, 싸우기도 귀찮고 의욕은 완전 제로 상태다. 진작에 이럴걸!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이 태도를 유지해야겠다.
ㆍ 내 캐비닛 앞에 세 가지의 군 생활 목표가 적혀 있다.
1.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
2. 한자, 컴퓨터 자격증 따기
3.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그런데 군대 와서 책을 어림잡아 3-40권 읽은 것 같아 되었고, 한자 자격증도 3급을 따냈고, 기록하는 습관도
얼추 들였는데 컴퓨터 자격증은 진전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ITQ 자격증을 도전해 보려 한다. 인터넷, 엑셀, 한글, 파워포인트, 액세스 5개 과목 중 4개를 따면 ITQ 마스터 자격증을 준다는데, 한 번 도전해볼까 한다. 그래도 최소한의 군 생활 목표는 이룰 수 있겠지?!
ㆍ 더해서 이번 외박에 슬기 누나, 성균이 형, 여름 산타, 령진이를 보고 오려고 한다. 슬기 누나는 원래 둘이 보기로 했었는데, 성균이 형이 같이 보재서 보기로 했다. 기대된다.
입대) D+491 2016. 1.19. (화)
ㆍ 2-3주마다 부대를 왔다 갔다 하니까 확실히 내가 봐도 '많이 나간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에 나가서는
저번과 같이 슬기 누나, 성균이 형 만났는데 부평에서 술 먹고 고기 먹고 재미 있었다. 덕분에 슬기 누나
과거 사진도 몇 개 보고 다음에는 같이 다닌다는 친한 무리들을 소개해 주기로 했다. 다음날엔 몇 달이나
고대했던 여름 산타 가족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고, 고정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들을 볼 수 있었다. 준서 형이
너무 반겨주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는데 주인장이 없어서 그냥 몸만 갔다 나왔다.
ㆍ 마지막 날엔 여름 산타에서 새로 만난 나래 누나를 만났는데, 배 터지게 먹고 세가 빠지게 돌아다녔다.
낯 가린다는 사람이 처음 보는 사람이랑 이렇게 말을 잘 섞다니. 여하튼 덕분에 한양대도 돌아보았고 재밌는 하루 보냈다.
ㆍ 서울 올라온 이유 중 하나에 '서울 인맥 쌓기'가 없진 않았는데, 이렇게라도 인맥이 어떻게든 쌓이는 걸 보니 나도 나 자신이 신기하다. 다음에 나가면 고려대 쪽 구경이나 해보고 싶다. 서울 온 김에 구경 실컷 하고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이 쌓고 가야겠다.
입대) D+492 2016. 1.20. (수)
ㆍ 오늘 난생처음으로 '삐라'를 주웠다. 북한발 삐라인지는 잘 모르겠는다 확실히 우리나라 체제에 부정적이긴 했다. 삐라는 양면으로 되어 있었는데 한 면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비난을 해놨고 다른 한 면은
개인적인 부분을 희화화해 놓았더라. 잽싸게 주워서 보고 드리긴 했는데 웬걸 모든 부대원이 울타리 순찰을 했다. 어쨌든 신기한 경험이었다.
ㆍ 부대에서 실시하는 국립 국악원 풍물 교육이 오늘 끝났다. 총무님이 특별히 명함도 챙겨 주셨다. 신기하다.
그래도 열정이 보이긴 했나 보다. 나중에 커피 한잔하자고 하시는 걸 보니.
어쨌든 지금 배운 걸 결코 잊지 않고 사회에 나가서도 써먹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이 인연은 또 어떻게
될까. 진짜 이번 계기로 아프리카 땅을 밟을 수 있을까.
ㆍ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조금 실감 난다. 입대 전이나 입대 후나 사람 대하는 것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빨리 전역하고 싶다. 빨리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경험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
2016. 8.14. 그날이 빨리 오길!
입대) D+494 2016. 1.22. (금)
ㆍ 이제 혹한기 훈련이 진짜 실감이 날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당장 다음 주 화 ~ 목이 혹한기다. 겁이 나지는
않는데 큰 훈련을 할 때마다 밀려오는 특유의 스트레스, 그게 너무 싫다. 게다가 행군이라니. 모르겠다.
빨리 지나갔으면.
ㆍ 설 연휴를 맞아서 해야 할 것이 많이 생겼다. 밴드 공연을 할 수도 있고 풍물놀이도 하고. 휴가에 한 번
맛 들이니 어떻게든 나가려 안간힘을 쓰게 된다. 어쨌든 이번 설 공연 목표는 4박 5일 한 장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나가서, 놀고 싶다.
ㆍ 2차 정기휴가가 다가온다. 1차 정기 휴가도 일병 말 상병 초에 썼었는데 어쩌다 보니 2차 정기 휴가도 상병
말 즈음에 쓰게 되었다. 시기상으로도 엄청 늦은 게 벌써 내 네 달 후임도 이미 다 써버렸다는데 이제 와서 정기 휴가를 쓰겠다 하니. 어쨌든 설 연휴 끝나고 2차 정기 휴가마저 써 버리면 2월이 그냥 갈 것 같다.
ㆍ 자격증을 세 개나 따겠다고 설치는 중이다. 한자 2급, ITQ, 사진 기능사 이렇게 세 개 준비하고 있는데,
세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은 아닐까. 일단은 도전이다.
입대) D+495 2016. 1.23. (토)
ㆍ 제대 후 목표를 정했다. 목표는 '유럽 여행'이다. 사실 얼마 전부터 현우가 주변 사람들에게 유럽 여행을 권유했을 땐 뭔가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현우는 22살에 유럽으로 간다는데, 나라고 못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때 되면, 혹은 언젠가 돈이 생기면 유럽이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 훌쩍 날아가 버리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그만큼 열광하고 열망하는 그곳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돈이 생기면 이라는 건 어쩌면 너무
나약한 핑계가 아닐까. 내가 살면서 5 - 600이라는 돈을 만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과연 그날이 왔을 때 과감히 몇 달이나 유럽으로 떠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고 하다 보니 결국은 바로 지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엄밀히 말하면 8월 14일, 전역 이후지만. 어쨌든 전역하고 생각하고
자시고 이럴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아예 느낌 온 김에 바로 유럽으로 떠날 수 있는 계획을 확 다 짜놓아야겠다.
우리가 붙어 있을 때 최대한 조율을 하고 의견을 맞춰야지!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설렌다.
입대) D+497 2016. 1.25. (월)
ㆍ 내일 당장 혹한기 훈련이다. 참고로 어제는 근 15년 이내 최고의 한파가 몰아쳤단다. 어느 지역에는 눈이
70cm까지 쌓였다는 곳도 있고 강원도 양구는 영하 30도를 밑도는 말도 안 되는 온도 기록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일부터는 날이 풀린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마냥 춥고 마냥 떨 것 같다.
ㆍ 전역 후 생각하니까, 두근두근 설렌다. 세상 미친 듯이 돌아다녀야지. 당장 있을 유럽 여행 계획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생각보다 항공편이 비싸긴 하지만 항공에 기차비까지 하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일단 주변에 경험자들부터 만나보면서 천천히 알아봐야지.
ㆍ국가 기술 자격 검정의 '사진 기능사' 시험을 신청했다. 국가 기술 자격 검정 시험은 군인들이 무료로 응시할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사진에 관심 있는 것도 있고 나중에 태우 형처럼 항공사진, 수중사진에 도전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덜컥 집어넣어 버렸다. 시험 장소는 포항 1사단인데, 집도 가깝겠다, 강사님에게 집체 교육도 받을 수 있겠다. 일단 도전이다. 실패하더라도 아름답게 끝내야지.
항상 노력하는 모습 보기 좋다, 아자아자!
ㆍ 나중에 책도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내고 싶다. 메이저 시장이든 독립 서적이든 상관없다. 그저 주변 사람들을, 세상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미소 지을 수 있게 만드는 귀여운 책, 깜찍한 책, 진지한 이야기도 담고, 지금 담겨 있는 군 생활의 이야기도 담고, '담기 위한' 여행도 언젠간 꼭 떠나보고 싶다. 엄마와 함께 전국 일주 / 세계 일주라든지, 국경만 돌아보는 여행이라든지, '공화국'이 국가명에 붙어 있는 나라를 다 가본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책을 내려면 책에 쓰려는 콘텐츠가 많아야겠지?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만나며 '콘텐츠'가 확실한 사람이 되어야지.
입대) D+501 2016. 1.31. (금)
ㆍ 혹한기 훈련이 끝났다. 혹한기 훈련 전날 온도가 영하 20도를 맴돌아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날이 많이 포근했다. 일단 올해는 작년보다 눈 소식이 적었는데 혹한기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눈이 펑펑 내려 아침부터 제설하느라 애썼다. 물론 그 제설하는 시간은 전투준비 태세 안 했다. 아침 늦게나 훈련을 시작해 오후쯤 훈련장에 도착, 텐트를 치고 숙영을 했다. 무슨 깡으로 핫팩을 10개밖에 안 사 갔는데, 첫날은 춥기도 춥고 잠이 안 와 자다 깨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꿈을 꾸다가 깼는데 침낭에서 자고 있고 춥기도 해서 본능적으로 '혹한기 훈련 중'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그래도 산비탈에서 안 자고 평지에서 산을 병풍 삼아 잠들었기 때문에 '혹한'이라고 느껴질 만큼 춥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이틀을 식사 추진으로 보내고 낮잠도 자고 하면서 꾸역꾸역 보낸 후에 마지막 날 행군을 했는데 경보에 버금가는 속도에 산악 행군까지. 죽을뻔했다 정말 어쨌든 내 인생 더 이상 혹한기 훈련은 없다.
입대) D+503 2016. 1.31. (일)
ㆍ김신철, 송성용으로 이어지는 3 중대장 이ㆍ취임식이 금요일에 있었다. 지난 일 년 반 동안 내게 온갖 고난과 시련을 준 김신철 대위가 우리 부대를 떠났다는 건 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입대) D+504 2016. 2. 1. (월)
ㆍ 오늘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참깨 라면', 볶음 김치면' 라면 용기가 나왔다. 대대장님이 화장실 쓰레기통에 라면 용기 버리지 말리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건만 어제 불시 순찰을 한 결과 라면 용기가 나왔단다. 열받은 대대장님이 그 자리에서 범인은 지휘 통제실로 오라고 방송했건만 그 누구도 나가지 않았나 보다. 결국 일이 점점 커져 병사 모두 교육관에 모아 징계 기준에 대해 강의를 하시곤 자수를 하던지 고발을 하던지 이 건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범인이 나오지 않자 개개인이 어제 어떤 라면을 먹었는지, 개개인의 나라사랑카드 번호까지 조사하는 염병 지랄을 떨더니 결국 '라면 금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라면 금지뿐 아니라 생활관에서 어떠한 취식도 하지 말라고 하신다. 참... 장교들의 생각을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모든 것을 봉쇄해 버리는 쌍팔년대 군대 스타일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니,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안다.
이러한 조치는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 본다.
ㆍ 오늘부터 풍물 연습을 시작했다. 큰 틀은 짜 놓았으니 디테일만 해서 노래자랑 때 공연하고 포상휴가 받고
싶다. 아자아자 파이팅!
입대) D+506 2016. 2. 3. (수)
ㆍ 사격을 했다. 혹한기 훈련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조금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갔다. 막상 사격장에 출발할 때도 우린 목적지도 몰랐다. 아무런 지시나 명령 하달도 없었다. 무슨 일을 이딴 식으로 하나 싶었다. 겨우 도착한 사격장에선 사격술 예비 훈련을 한답시고 바둑돌을 이용해 균형 잡는 연습을 한단다.
그런데 웬걸, 바둑돌을 안 챙겨 왔단다. 급하게 생활관에 있는 바둑돌을 가져와서 훈련을 시작하는데 '사격술 예비 훈련'이라고 4단계까지 훈련 단계가 나누어져 있었다.
0단계. 바둑돌을 총기의 소염기 위에 올리고 사격을 했을 때 그 바둑돌이 땅으로 떨어지면 안 된다.
1단계는 앉아 쏴, 2단계는 엎드려쏴, 3단계는 엎드려쏴 자세에서 5초 이내 격발이라는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예비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100명이 넘는 인원을 사격장까지 끌고 가서는, 딱 '그것'만 하고 왔다.
1시에 도착해서 3시에 초탄이 나갔으니 약 2시간을 사격술 예비 훈련이라는 지랄 염병을 했다.
산 중턱이라 춥기는 또 무지 춥고. 발에 땀이 찼는데 그대로 얼어버리니 정말 발끝에 동상이 걸린 듯 아려왔다. 결국 총인원의 절반 정도는 쏘고 나머지는 추위에 벌벌 떨다가 그냥 복귀했다. 물론 나도 떨다가 복귀했다.
이게 뭐람. 이딴 게 무슨 훈련이람. 참, 아무 생각 없이 계획을 짜내는 이놈의 부대를 볼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늘도 난 군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입대) D+508 2016. 2. 5. (금)
ㆍ 이제 곧 구정이다. 구정이 왔다는 것은 내게 많은 의미가 있다. 첫째로 이번 설 연휴가 끝나면 군대에서의
명절은 끝이다. 재작년 추석 연휴가 끝나고 입대했으니. 시간 많이 지나긴 지났구나 싶다.
둘째로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내 2차 정기 휴가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누차 적었지만 어쩌다 보니 일병 말에 1차 정기 휴가를, 상병 말에 2차 정기 휴가를 쓰게 되었다. 대충 일정을 계산해 보니까 우리 부대 사람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꽤 많을 것 같다. 실제로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게 끔 일정을 짜기도 했다.
어쨌든, 기대된다. 드라마틱한 일이 생기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정을 다시 한번, 그때의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ㆍ 요즘에 거의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설문을 할 때마다 내 이름이 나온단다. 대대장님은 내가 장난을 심하게 친다고 하고, 행보관님은 내가 싹수없다고 말이 나온다는데 어찌하라는지 모르겠다. 에라
난 그냥 이렇게 살란다.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맹목적인 친절을 베푸는 게 미친 짓 아닌가?
ㆍ 요즘 사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다. 뭐랄까, 이론 공부하고 문제 푸는 게 '사진 기능사'의 전부인데 필기만 공부하고 있어도 너무너무 재미있다. 더 공부하고 싶어서 빨리 다음날 개인정비 시간이 왔으면 하고 기다려지는 느낌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나 자신이 약간 신기하기도 하다. 앞으로 직업도 이런 직종을 고른다면 성공하지 않을까. 일하고 싶어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는 그런 일, 한비야가 말했듯 '내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야겠다.
ㆍ 본부중대 이병 문환이의 가이드로 출타 나가면 어디 어디 갈지 대충 윤곽을 그렸다.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가로수길, 서래 마을 중심으로 한 번 구경 해 보고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연세대, 고려대 쪽도 한 번 가 보고 싶다.
입대) D+512 2016. 2. 9. (화)
ㆍ 설 연휴 4번째 날이다. 잠, 밥, TV, 공부 (+풍물, 청소)가 일상의 전부다. 사진 기능사도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없고 해야 할 분량도 꽤 많아서 시간 날 때마다 공부 안 하면 못 따라가겠다. 그래도 처음 공부 시작했을
때보다 머리에 많이 들어왔고, 이 정도 페이스로 공부하면 필기시험 정도는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왕 내가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거기에 대한 실제적 행동을 취했으면 쟁취하고야 말리라.
ㆍ 이번 목요일 '여름 산타'에서 만난 진영 누나와 밥 한 끼 하기로 했다. 평소에 꼭 한 번쯤은 가봐야지.
생각한 곳이 신촌, 가로수길인데 이번엔 진영 누나랑 가보려고 한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서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가로수길 갔다가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 'SNS 시인전' 한다길래 거기 갔다가 방배동 카페골목 가서 맛있는 거 먹고 헤어져야겠다. 이왕 서울 온 김에 여기저기 가봐야지. 다음은 신촌도 가봐야지.
빨리 목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입대) D+526 2016. 2.23. (화)
ㆍ 이동민 병장이 100일 대가 그렇게 안 깨진다고 했었는데 지금 그 느낌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오랫동안 휴가를 다녀와서 그런지 사실 부대에 적응도 잘 안되고 그냥 사회로 나가고픈 마음뿐이다.
부대 생활도 너무 지치고, 밖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무척 보고 싶고 해서 시간이 점점 안 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ㆍ 13일 날 슬기 누나와 만나기로 했다. 뭘 할까? 벚꽃은 안 피었겠지?
ㆍ 전역하고 게스트 하우스 운영하고 싶다. '버짓 게스트 하우스'처럼 자기 집 안에 꾸며놓고 게스트를 받는.
꽤나 많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나가다 보면 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을까?
입대) D+529 2016. 2.26. (금)
ㆍ 2월의 끝, 3월의 시작이다. 또 상병 끝, 병장 시작이다. 오늘 계산해 보니 1,600끼라는 짬밥을 먹어 왔단다. 아직 500끼라는 짬밥을 더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병장이라니, 내가 짬을 많이 먹긴 먹었나 보다.
ㆍ 오늘 우연히 Internet 깊은 곳 여기저기 들어가 보았다. 병사들의 Community가 생각보다 활성화되어 있어서 놀랐다. 오전에는 각종 이야기를 읽느라, 오후에는 자신들이 경험한 각종 알바 경험담을 읽느라 시간 다 보냈다.
어둠의 경로로 들어가는 알바부터 동네 만화 카페 같은 일반적인 알바까지 꽤 많은 종류의 알바 경험담들이
망라되어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무슨 일을 해도 최저 시급이나 그에 약간 웃돌게 받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일당 5만 원을 대부분 받던데 일당 5만 원에 30일이면 꼬박 해봐야 150만 원, 3달 하면 450만 원 밖에 안 되는데 이 돈으로 유럽 갈 수 있을까. 일단, 전역하면 급여가 높은 일자리를 알아봐야겠다.
ㆍ 준호와 전역하고 영남대 주변에 '숙박업'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대충 구상 중이긴 한데, 지금 전역 후 생각하는 사업이 총 3개가 있다. 1번. 숙박업, 주택 같은 여건이 안 된다면 4 Room을 개조해서라도 만들고 싶다. 대학 가니까. 물가가 싸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긴 하다.
2번. 마을 사업, 할머니 할아버지들 인생사 정리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출반사에 기고하기. 입대 전부터
생각해 온 아이디어고 살아가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3번. (독립) 출판 사업, 2번의 아이디어를 창작물로 내놓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대구지역
출판 산업에 보탬이 될 수도 있고 도중 무산되었던 다이어리 사업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입대) D+531 2016. 2.28. (월)
ㆍ 내일 3월 1일,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하는 날이다. 그런데 3ㆍ1절은 빨간 날이니 2월 28일 오늘, 병장으로 진급했다. 누구 말로는 돌아보면 빨랐다니 하는 헛소리를 하지만 그건 망각하는 동물들의 하릴없는 맹점이고, 나의 고3과 군 생활은 돌아가기도, 다시 하기도 끔찍이도 싫은 그런 기간일 뿐이다.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역일을 센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사치'인 때가 있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얼마큼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는 된 듯하다. 몰라, 꿈만 같았던 전역이란 선물도 언젠간 내 품에 안겨 들어오겠지.
ㆍ 공군 웹진 '휴머니스트' 카페를 알게 되고 지금도 끊임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다른 병사 Community와
별개로 유익한 자료들이 많았는데 내 주의를 사로잡은 건 각종 '알바 이야기'. 평소엔 알바에 대해 별다른 생각 없다가 유럽 여행을 준비하게 되면서 확 관심이 간다. 그런데 새삼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 꼬박해서 버는 게 5만 원 부근이던데. 월 200만 원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어쨌든 많고 많은 경험들을 읽고 읽으니 빨리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기도 하지만 또 약간 겁이 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