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일지] #17. 병장의 일기

by 여행사 작가 류익

입대) D+533 2016. 3. 1. (화)


ㆍ 3.1절 휴일, 하루 종일 피아노 치고 노래 불렀다. 잘 갈고닦아서 로이킴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고 싶다. 나중에 영상도 찍어서 Youtube에 올리고 그래야겠다.


ㆍ 나만의 개인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열두 발'이라는 무기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할 수 있는 '연기' 연습을 조금 해야겠다. 유명한 드라마 장면 이런 거 하나 둘 알아 놓으면 언제든 써먹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돈도 많이 벌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고 싶다.




입대) D+538 2016. 3. 6. (일)


ㆍ 생활관 교체한 지 4일째. 2 생활관에서 3 생활관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지낼 만하다. 지금에야 드는 생각이 누군가와 같이 생활해야 하는 환경에서 그 누군가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는 중대원들 사이에 다툼이 없고 다들 '조용히 지내자'라는 태도를 유지해서 그냥 그렇게 지내는 것 같다.

고작 지내봐야 이제부터 100일 남짓인데 이 정도야 뭐 참고 견뎌야지.


ㆍ 난 항상 '관계'에 대한 Complex가 있었다. 모든 사람과 전부 관계가 안 좋으면 '내가 잘 못 됐구나' 생각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 좋은 사람은 한없이 좋고 싫은 사람은 그냥 싫다. 그런 게 또 재미있는 게. 매일 혹은 자주 보는 사람들과는 대체로 관계가 조금 소원하고, 가끔 혹은 이따금씩 보는 사람과는 대체로 사이가 좋다

절대적인 건 아니다, 매일 보는 사람들 중에도 사이좋은 사람들도 꽤 많다. 이게, 계속 같이 봐야 했던 사람들과의 성향은 내 것과 꽤 달랐고 그렇게 빚어낸 결과가 지금 가지고 있는 나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난 뭐랄까,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뭔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남겨진 날 보고 누군가 수군거릴 것 같다는 느낌을 무시하고 살았지만 솔직히 느끼곤 있었다. 고등학생 땐 그 느낌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그 중압감이 싫어 나와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 무리에라도 끼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개중에도 마음 맞는 친구가 있어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도구'로서의 관계였고, '도구'라는 이름으로 나 혼자 명명하며 그렇게 지내왔다. 학창 시절에도, 조금 덜 하긴 하지만 대학 시절에도, 군 생활 중에도 계속 그랬다. 그런데 만 20년간 외로움에 허덕이며 싸우다가 느끼는 게- 이런 외로움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 하나와,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게 분명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 둘이다. 그리고 방금 말한 것 중 '후자'에 조금 분명해진 것이 나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을 보고 말 걸 사람은 걸고, 안 걸 사람은 안 걸고 한다는 것.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같이 가면 된다. 이 정도 깨달은 것 같다. 부끄럽고 초라한 내 자화상이지만 솔직해져야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지. 일이던, 무리이던.

소외되기 싫어 무리에서 가면을 쓰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지. 내 민낯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사랑해야지.


ㆍ 슬기 누나에게 '7년 후'라는 책을 줬는데 생각보다는 금방 읽어 내더라. 그런데, 결말이 너무 급작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게 내놔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단다. 오랜만에 읽은 책인데 결말이 그래서 외려 더 좋은 책을 더 읽고 싶단다. 그러면서 책을 추천해 달라는데, 책을 하나 선물해 주고 싶다. 책을 사서 읽는 편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얼마 없다. 책을 하나 사서 줄까 생각 중이다. 얼마 전에 읽은 '한 글자'라는 책도 가격 대비 읽을 만했고, 소설은 '연을 쫓는 아이' 이런 것이면 좋겠는데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 찾아보아야겠다. 영 없으면 박민규 작가의 '카스테라'라는 책이라도 갖다 줘야지.




입대) D+542 2016. 3.10. (목)


ㆍ 중대 전술 훈련으로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1박 2일로 파견 다녀왔다. 해군이지만 실무에 와서 해군 부대에서 잠은 자는 건 처음이다. 해군 부대에서 지내본 소감은 너무 좋았다. 그냥 뭐랄까, 부대 주변이 탁 트여있고, 병들도 부사관들도 건재 단위 이런 거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복지 회관에 갔는데 우리 부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복지 시설도 잘 잦추어져 있었다. 군장점을 비롯 화장품점, 파리바게뜨, 또래오래, GS25, 분식점에 심지어 중국 집도 있었다. 그리고 같은 급양대임에도 불구하고 밥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단점은 바닷가 주변이라 매우 춥다는 것이다. 3월 언저리에도 영하 3-4도씩 내려가고 게다가 해풍이 불어서 그런지 바람 불 때마다 살이 아리도록 추웠다. 겨울에는 얼마나 추울지 상상이 안 간다. 어쨌든 2함대 사령부에서 하루 지내는데 그 분위기, 풍경 모두 좋았다. 복귀하기 전엔 '서해 견학관'이라고 해서 천안함, 연평해전 등 해군의 각종 사건에 대해 전시해 놓은 곳을 견학했는데 짠 한 게 느껴졌다. 천안함 피격된 것도 바로 밑에서 볼 수 있었는데 선체가 생각보다 너무 부수어져 있어서 많이 놀랐다.

해군부대는 내게 그 자체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입대) D+547 2016. 3.15. (화)


ㆍ 국가기술자격검정 '사진 기능사' 시험을 쳤다. 1400i까지 입실이라 약간 늦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입실해서 시험을 쳤다. 포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기출문제 틀린 것 한 번 주욱 봤는데 체감상 5문제 정도 꽤 많은 양의 문제가 똑같이 나왔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문제 풀만했고 아마 합격할 것 같다.


ㆍ 시험 친 다음날 슬기 누나와 서울 이태원에서 밥 먹고, '극장판'이라는 독립 영화관이 있다고 해서 독립 영화 3편인가 보고,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슬람 사원이 있길래 들렀다 갔다. 분위기가 참 독특하고 신기하긴 했다. 저번에 사주팔자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이화여대 쪽 사주 카페에도 갔다. 사주라는 걸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깜짝 놀랐다. 처음으로 꺼내는 얘기가 자기중심적이라고 했다. 이후로 맞추는 성격이나 경향들이 생각보다 너무 딱딱 맞더라.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성공한단다.

그전에 나 자신을 믿으라는 말도 기억난다. 촉이 좋다고. 그걸 믿으란다. 어쨌든 생각보다 딱딱 맞추었던 사주

카페 집을 뒤로하고 이대를 한 바퀴 돌고 복귀했다. 재미있었다.




입대) D+551 2016. 3.19. (토)


ㆍ 오랜만에 교회에 갔다. 가서 피아노 연습하고 고기 먹고 놀다가 왔다. 그러고 보니 교회도 참 오랜만이구나. 1월 중순에 가고 한 두어 달 만에 가게 되었으니 혹한기 훈련이 끝난 주 몸도 힘들고 당장 시험도 앞두고

있고 해서 저 뒤편으로 순위를 미뤄 놓았다가 시험도 끝나고 대략 모든 것이 마무리되자 여유가 생겨 다시 나가려 한다. 오랜만인데도 사람들은 그저 반겨주고 왜 안 왔었냐 이런 말도 하나 없이 그냥 같이 놀았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고기 한 접시 구워 먹고 피아노 연습 좀 하다가 처음으로 '테니스'라는 것을 쳐 보았다. 공 맞히기에 급급했지만 생각보다는 칠만 했다. 재미있었다. 웬만한 운동에는 별로 재능 없는데 아주 터무니없이 못 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바둑, 테니스, 당구, 볼링은 꼭 배워야겠다. 내 몸은 한없이 형편없고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구나. 어쨌든 테니스라는 재미있는 운동을 알게 돼서 너무 좋다.




입대) D+571 2016. 4. 8. (금)


ㆍ 정신 차리니 4월 첫째 주가 모두 지나갔다.


ㆍ 4월 2일 토요일이 되기 전에 그전 주 금요일 대대장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좀 강하고 싹수없게 글을 써서 냈는데, 이게 이상하게 와전이 되어 중대 간부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내가 그러한 내용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어쩌다 보니 밝혀지게 되었다. 비밀 보장, 내용 보장, 익명 보장 등 신상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한 씁쓸한 설문이 끝나고, 너무나도 어이없고 화나는 마음에 대대장님부터 중대장님 행보관님까지 이곳저곳 해명하고 물 밑 작업하느라 정신없었다. 그중에 행보관님이 화를 내서 외박 나갈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도 하시고, 훈련 성과 저조자들에 대해 4월부터 외박을 제한한다는 말이 흉흉하게 들리고 있었기에 4월 외박은 나갈 수 있을까 없을까 많이 조마조마했었다. 그래도 다행히 얼추 간부들에게 해명도 잘했고 대대장님의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 4월이 되자마자 홀랑 부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원래 대천콘도 별관을 병사들에게 20,000원 안 되는 돈으로 특별 배급한다기에 그쪽을 이용하려 했었는데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외박이 확실히 보장받지 못했기에 숙소를 빨리 예약하지 못했고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을 땐 이미 방이 다 차고 없었다. 뒤늦게 부랴부랴 방을 찾아서 입금하고 4월 2일 토요일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서 겨우 나갔다.




입대) D+590 2016. 4.27. (수)


ㆍ 어젯밤 자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오늘 한 번이라도 웃은 적이 있었나. 아마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하루 동안 몇 번이나 웃는지 한 번 세어 보았다. 일단 낮까진 없었고, 저녁 즈음에 피식 한 번 웃고 보급관님 앞에서 억지웃음 하나 짓고 후임들과 농담 따먹기 하면서 작게 한 번 웃고 고작 3번이 끝이었다. 옛날엔 너무 많이 웃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작 3번이라니, 우울해졌다. 우울한 마음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 사람은 최근 일본 대지진 때문에 일본 여행을 취소한 여파로 나보다 더 우울해하고 있었다. 맛난 냉면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을까 싶어 냉면을 먹었는데 먹기 전이랑 똑같다는 반응에 한 번 웃었다.

그래도 이 사람 덕에 오늘 하루 웃을 것 웃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입대) D+595 2016. 5. 2. (월)


ㆍ 월요일, 그리고 5월의 시작이다. 5, 6, 7월. 약 100일만 지나면 나도 이 생활 끝이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덧 동기들 전역 명령을 떨어졌고. 나는 아직까지도 여기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 하나하나 모두 꽤나 빠르게 훅훅 흘러가는 것 같다. 올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100일 넘게 지났고 전역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달은 첫 주 목, 금, 토, 일은 황금연휴에 둘째 주 대대 전술 훈련, 셋째 주 국가기술검정 시험에 넷째 주 진지 공사를 마무리 지으면 5월도 끝이다. 시간이 빨리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ㆍ 원래 이번 주 6일에 부대 개방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누나가 올라와서 2박 3일간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6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이 되는 바람에 부대 개방행사가 무산되었다. 누나가 이까지 올라온다는데 외박을 당겨서 써야겠다.


ㆍ 요즘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임차의 개념부터 부동산, 4대 보험에 사업자 등록까지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물론 네이버 검색에 한정적이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알아보고 있다. 임차를 낼 수 있는 토지는 있을까. 초기 자금은 원활히 운용할 수 있을까. '대학가'라는 시장에서 과연 수요가 있을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머리가 많이 복잡하다.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고 싶다.


ㆍ 어제는 내가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노트에 정리를 해 보았는데 정말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좀 더 미래에 대해 자세히 적었던 것 같은데 그걸 참고해서 구체화, 체계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더불어 게스트하우스가 자리를 잡으면 작더라도 내 사무실을 하나 가지고도 싶다. 공부도 할 수 있고 창이

확 트여 있어 사람들 지나다니는 것도 볼 수 있고 피아노와 마이크도 하나 설치하고 싶고 아무나 들어와도 사과 한 접시 내어 주며 쉬었다,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고 간단히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고 수익을 낼 수 있으면 수익을 내어보고도 싶고. 인생을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가 보고 싶다.

협소하지만 공간을 대여해 사람 도서관 사업도 연계, 확장시키고 싶고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쉴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 싶다. 전역하면 모든 것, 꼭 이룰 수 있기를.




입대) D+606 2016. 5.13. (금)


ㆍ 6 ~ 8일 외박 다녀왔다. 부대 개방행사 때 누나가 올라오면 2박 3일간 특박 나갔다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6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이 되는 바람에 부대 개방행사는 10월로 미루어졌고 자연스레 특박도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누나가 서울까지 오는데 그냥 보내긴 조금 그래서 월 말에 나가려 했던 외박을 월 초로 당겨버렸다. 첫날 강남역 12번 출구 앞 Tom & Toms에서 누나, 지승이 형을 만났다 지승이 형은 무슨 대기주라서 못 나오는 줄 알았는데 나와있더라. 커피집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까먹고 신발을 안 챙겨 왔단다. 그래서 바로 앞 다이소에서 3선 슬리퍼를 하나 사서 신고 다녔다. 원래는 '토끼정'이라는 식당엘 가보려고 했는데 누나 경험상 별로 구미가 안 당기는 음식이라 그냥 주변에 있는 일식집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우동, 규동을 먹고 그 주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주변에 있는 보드게임방에 갔다. 요즘 빠져있는 '렉시오'를 같이 했는데 역시나 재미있어하는 두 분이었다.

한참이나 보드게임하고 볼링을 치러 갔다. 비가 계속 추적추적 왔는데 슬리퍼를 신어 발은 편했지만 '강남역'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부끄러웠다. 게다가 슬리퍼에 맨발이었는데 보는 눈이 있으니 급하게 양말 신고 볼링 치러 갔다. 볼링 한 게임치고 나와서 마침 다음날이 내 생일이라 파리바게뜨에 가서 작은 케이크 하나 사고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긴 힘드니까 만 원짜리 신발도 사고 주변 치킨집에 들어갔다. 치킨집에서 치킨 먹고 헤어지기 전 주변 PC방에서 대충 시간을 보낸 뒤 헤어졌다.


사실 다음날 일정이 없었는데 아침에 최재숙 집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찾아뵈어도 되냐고. 흔쾌히 오라 하신다. 최재숙 집사님은 강원도 인제 근처, '신남'이라는 곳에 살고 있으시다는데 서울에서 신남으로 가는 차편은

동서울 터미널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서울 터미널이 위치한 강변역 주변 찜질방에서 하루 묵으려고 강남역으로 내려갔는데 앞에 이상한 옷을 입은 여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근데 목소리가 낯이 익었다. 그래서 얼굴을

봤는데 대학 동기인 나영이 누나가 서있었다. 이 넓은 강남역에서 지인을 만나다니. 신기했다 가는 동안 잠시 이야기 나누고 헤어졌다. 강변역에 도착해서 주변 찜질방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 있었다. 주변 PC방에 들어가 간이 충전기를 연결하고 찜질방 위치 검색을 했다. 다행히도 바로 앞에 있어서 들어가 잤다.


시계도 없이 자다 일어나니 9시 30분 부근이었다. 대충 씻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5분 후에 당장 차가 있었다. 아침도 못 먹어 대충 약밥 하나 사고 차에 올랐다. 2시간쯤 지나 '신남'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벌써 최 집사님은 차를 끌고 마중 나와 있어 주었다. 차를 타니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집사님을 비롯 동민, 지민, 아민이와 집사님 어머님까지 같이 계셨다. 뜬금없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마침 용대리라는 곳에서 황태 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가보자고 하신다. 그런데 황태 축제에 가서 황태는 안 보고 채소 다지는 기계랑 다이어트 식품을 산다. 교회 믿으시는 분이 집에 복이 들어온다는 소 코뚜레를 덜컥 구매하고 차 안에서 먹을 오징어 몇 마리,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리고 또 다른 데로 출발한다.

최종 목적지는 '속초'란다. 속초에 회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그래서 속초 중앙시장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으로 달렸다. 속초로 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요즘엔 할 일이 없어 취업을 했다고 하시고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떻고 저떻고 얘기를 하는 사이 금방 속초에 도착했다. 시장에 들어가서 호객행위를 하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우럭 1마리, 광어 1마리, 대게 5마리를 떴다. 사실 그 집은 날 것을 잘 안 먹는 집안이란다. 그래서 회도 잘 안 먹는데, 그래도 바닷가에 왔으니 한 번 먹어보는 것이란다. 확실히 회는 푸짐하게 나왔지만 먹을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나랑 동민이 둘만 먹듯 먹었다. 대게 나오니까 그래도 다들 먹기는 먹더라. 배 터지게 먹었다.


10만 원 남짓 나왔지만 시원하게 긁어버리시고 시장을 나갔다. 그런데 나가는 길에 무언가 또 아쉬웠는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리고선 시장을 나온다. 이왕 바닷가로 온 김에 주변에 바다에 잠시 들렀다 가자고 한다. 네비에서 주변에 있는 해변을 누르고 그쪽으로 갔다. 10분 정도 걸려 도착했는데 해변이라기보다 항만에 가까웠다.

다행히 파도가 강하지는 않아서 아이들이랑 놀기는 좋았다. 동민이랑 지민이는 알아서들 잘 놀았는데, 아민이는 저번에 바다에 갔을 때 겁 없이 파도에 덤볐다가 크게 버린 일이 있은 후로 물은 가까이만 가도 겁난단다. 처음에는 내 손 잡고 파도 주변에 얼씬 얼씬 하더만 오빠 언니가 신발 벗고 발 담그는 걸 보더니 자기도 들어가겠다며 치마를 들춰 올린다. 한창이나 재밌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오는 길에 감자떡, 찰 옥수수를 파는 노상이 있었는데 강원도에 왔으면 감자떡은 먹어봐야 한다며 또 한 아름 사주신다. 감자떡을 먹으며 아이들과 놀다 보니 신남에 금방 도착했다. 그런데 오자마자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잔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 먹고 먹고 또 먹고. 참 대단한 집안이다 싶었다. 아참 그전에 P.X. 도 잠시 들렀는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더 사주셨다.


저녁은 복지 회관에서 먹었는데 회관에서는 음식 판매뿐 아니라 숙박업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휴인 탓에 방이 다 나가고 없단다. 워낙 시골이라 숙박업소도 몇 군데 없다는데 걱정이었다. 일단 먹고 보자는 생각에 식탁에 앉았다. 고기를 먹기는 했지만 많이는 못 먹었다. 한 3인분 먹은 후에 나왔다. 잠자러 가기 전에 집사님 댁에 잠시 들렀다. 주변에 마땅한 찜질방도 없단다. 한참이나 고민하다 신남 읍내에 있는 여관방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잠잘 곳을 대충 정하고 나니 걱정할 게 없었다. 지민이가 더하기 문제를 내 달라기에 더하기만 한참 설명해 주었다. 더하기 교육이 끝나고 잠자리로 가는 길 집사님이 태워 주신단다. 그러더니 갑자기 호프집으로 들어가신다. 맥주 500cc를 시키더니 벌컥벌컥 잡수시고, 또 500cc를 시키시고 또 벌컥벌컥 드셨다. 그러면서 또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사실 일부러 시간 내서 이 먼 곳까지 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고마움을 표하신다. 이리 극진히 대접해 주셔서 제가 오히려 고맙다는 말씀을 전했다. 앞으로에 대한 계획과 미래를 한껏 공유하고 가게를 나왔다. 원래는 일어나는 대로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이까지 온 김에 예배까지 드리고 가란다. 알았다고 하고 돌아가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침 9시 부근이었다. 집사님께 일어났다 보고하고 씻고 밖에 나가니 벌써 대기하고 있으셨다. 그렇게 곧바로 교회로 향했다. 원래 군복은 안 입으려고 했는데 육군 부대에서 흰 명찰 한 번 보여 달래서 입기 싫어도 입고 갔다. 사람들이 원숭이 보듯 신기하게 보진 않았지만 어떤 젊은 여성분이 해군임을 바로 알아보셨다. 어떻게 아셨냐 물어보니 본인도 군인이라 안단다. 알고 보니 임관 3년 차 여군 하사라고 하셨다. 드리고 오랜만에 이승렬 상사님도 만나고 흰 계급장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해군이라며 많이들 반가워해 주셨다. 예배도 다 드리고 감사히 점심도 얻어먹고 길을 나섰다. 13시 50분 차를 타려고 했는데 14시 10분이 되어도 안 왔다. 결국 14시 15분 차를 타고 서울로 떠났다.


ㆍ 다음날 바로 대대전술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훈련을 하니 마니 미루니 하다가 비가 오는데도 훈련은 그냥 진행되었다. 아쉽게도 비가 15시 부근에 그쳐 뭐 이도 저도 아닌 땅에 천막 치고 자고 했다. 훈련은 늘 똑같이 별 것 없었지만 천막을 개판으로 쳐놓는 바람에 구석구석 나 있는 구멍으로 바람이 슝슝 들어와 진짜 심하게 추웠다. 그래도 한 중사님이 미군 전투 식량을 가져와 전투 식량도 먹어보고 했다. 내 공식적인 마지막 훈련이 끝났다. 숙영도 끝났다. 군 생활 약 90일 남았다. 진짜 이제 끝나가는 게 보인다. 빨리 끝났으면, 빨리 가족의 품으로,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동기들은 벌써 말년 휴가를 나갔다. 이번 주의 길었던 일기를 마치겠다.




입대) D+613 2016. 5.20. (금)


ㆍ 국가 기술 자격 검정 시험 실기 시험을 치고 왔다. 16년 전반기 원서 접수를 할 때 즈음엔 올해 유격 훈련이 끝나고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실기 시험까지 다 치면 군 생활이 거의 끝날 줄 알았는데 이 모든 것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군 생활은 아직도 창창히 남았다. 어쨌든 오랜만에 휴가 아닌 휴가를 다녀왔으니 2박 3일간 있었던 일을 적어 보겠다. 16일 밤, 연등을 신청해 강두란 대리님께 편지를 썼다.

원래는 7월 즈음에 쓰려했는데 혹여나 답장을 썼을 때 말차를 나갔을 수도 있기에 조금 일찍 썼다. 그리고 다음 날 내복, 책, 편지를 들고 위병소를 나섰다.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시간이 많으니 버스가 돌아가건 말건 양재역까지 계속 타고 가려했다. 그런데 양재 시민의 숲 부근에서 우체국 표지판이 있길래 부리나케 내렸다. 그때가 08시 30분 즈음이었는데 영업을 09시부터 한단다. 주변에서 대충 밥 먹고 09시에 맞춰 편지를 보냈다. 옷을 갈아입고 꾸벅꾸벅 졸며 서울역으로 가서 TMO 끊고 신경주로 출발했다.


내려가는 내내 계속 자다 일어나 보니 벌써 경주에 도착해 있었다. 버스 타고 오랜만에 고향 공기 마시며 집으로 갔는데 집엔 누나와 아빠가 있었다. 꽤 오랫동안 썩혀놓은 전투 식량과 겨울옷을 풀어놓고 아버지와 밥 먹으러 집을 나섰다.

물회집에 가서 물회를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는데, 대부분 앞으로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였다.

그래도 사업을 해 보긴 해 본 분이라 경험에서 나온 말들이 주옥같았다. 밥을 다 먹고 탑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대환이가 잠시 보잔다. 그래서 쇼핑이 끝나는 대로 배스킨라빈스로 향했다. 불쌍한 대환이. 나는 8월에 제대지만 대환이는 10월에 육군으로 입대한단다. 군대 이야기를 비롯 근황 이야기, 여자 이야기, 미래 이야기 등 별별 이야길 다 나누었다. 원래 동운이랑 종언이도 오니 마니 하다가 결국 연락이 안 되어 결국 안 오더라. 우리끼리 아이스크림 먹고 주변에 '오꾸닭'으로 향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1마리만 시켰는데 그것도 다 못 먹었다. 마침 슬기 누나에게 전화가 와서 같이 전화도 좀 하고 지금은 연락이 잘 안 되지만 대환이와 진전이 좋았던 여자사람에게 연락도 해보고 하며 놀았다. 열두 시쯤 되었는데 치킨 5-6조각이 남아 있었다. 버리기도, 싸가기도 애매해서 주변에 치킨이 빈 테이블에 아무 곳이나 느렸다. 그런데 너무 반가워하며 일단 자리에 앉으란다. 40 ~ 50대 즈음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었는데 일단 소주부터 따라주신다. 경주시 테니스 협회 분들이었는데, 한 분은 KT 팀장, 한 분은 펜션을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하신다. 대부분 나눈 대화가 착하게, 봉사하며 살라는 내용이었는데 한 번 놀러 가야겠다. 길지 않게 짧게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와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해병 포항 1사단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너무 탁 트여 있어서 좋았다. 정훈공보실이 있는 사단본부까진 좀 멀었지만 전체적으로 건물도 크고 신식이고 다 좋았다. 원래 10명이 시험 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은 3명밖에 안 왔더라. 교육도 생각보다 너무 별것 없었다. 조명, 구도, 배치도 다 해주고 카메라 'M' 설정, 'RAW' 설정 그것만 하란다. 원래 인화에 보정까지 전부 다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다 생략이다. 노출값만 올리란다. 원래 교육이 17시까지 예정되어 있었는데 막상 교육은 10시에 끝났다. 같이 교육받은 사람은 해군 하사 1명, 수병 1명이었는데 수병은 1함대 동해에서 왔단다. 딱히 할 게 없어서 점심까진 같이 있어주기로 했다. 오천은 잘 몰라서, 일단 포항 시내로 향했다. 도착하니 11시쯤이었는데 얘가 고기를 먹고 싶단다. 근데 문 열은 고깃집이 없었다. 사실 고기는 무슨 문 열은 밥집도 몇 개 없기에 명동 돈가스에서 돈가스 사 먹었다. 이동하고 밥 먹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해군 분위기가 확실히 좋긴 좋더라. 배를 탄 얘기, 육상에서 근무하는 얘기 모두 너무 재미있었다.

밥 먹고 주변 pc방에서 게임을 좀 하니 어느덧 4시였다. 아빠가 5시까지 부대로 데리러 온다고 해서 얼른 준비해서 1사단으로 다시 갔다. 아빠는 벌써 와 계셨다. 아빠 차 타고 경주로 갔다. 저녁으로 자장면 먹고 집에 가서 계속 핸드폰 가지고 놀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다는 이런저런 게임도 해보고 커뮤니티도 하고 하다 보니 어느덧 밤 9시 30분이 되어 누나가 운동 끝마치고 귀가했다. 원래 집 앞에 생긴 펍에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조금 늦어 그냥 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이런저런 신세 한탄 들어주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와서 엄마랑 같이 마셨다. 2시쯤 되어 잤다.


아침에 1사단으로 다시 가서 본격적인 시험을 쳤다. 오늘은 원사 1분, 수병 2명 더 왔더라. 다들 금방금방 끝내고 오길래 내심 시험 난이도가 쉽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카메라를 만지니 세팅이 하나도 안 되어 있어 약간 당황했다. 대충 설정 마치고 요청하는 대로 Pan focus 형식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5장 모두 Out focusing 되어 있더라. 그나마 제일 나은 사진 1장 고르고 대충 수정하고 나왔다. 시험은 잘 본 지 모르겠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엄마랑 점심으로 고기 구워 먹고 카페에서 후식을 먹을 후 포항역으로 향했다. 기차에 올라 자다가 깨니 이미 서울이었다. 부대로 바로 복귀했다. 군 생활 85일 정도가 남았는데 앞으로도 잘 마무리해야지.




입대) D+621 2016. 5.28. (토)


ㆍ 5월 마지막 주말이다. 일수로는 80일 조금 덜 남았는데 최근 들어 너무너무 힘들다. 80일 남은 지금 딱히 할 게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으면 하면서 시간을 보낼 텐데 딱히 그런 게 없다. 일과는 그냥 싫고, 주말은 재미없고 심심해서 주말도 그냥 싫다. 입맛이 없어도 밥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짬밥을 입에 밀어 넣어야 하는 이곳 분위기도 싫고 최근엔 훈련소로 돌아간 듯 제식 교육을 받질 않나 구호를 외치고 밥을 먹질 않나. 병사들을 불신하고 자꾸 통제하려고만 하는 이곳 분위기가 너무 싫다.

게다가 얼마 전엔 병사들 체력단련에 흥미를 붙인다며 월 2회 등반 계획을 보고 하더라. 사령관님과 대대장님이 협심해서 일을 벌이니 말년에도 힘들어 죽겠다. 그나마 다행인 게 내가 행정병이라 찌든 듯한 더위에도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과 일과가 지루할 뿐 그다지 몸이 힘들지는 않다는 점 그 정도는 좋다. 뭐랄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몸이 힘든 건 잘 모르겠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분위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껴진다.


ㆍ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을 하려는 '의지'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내가 말년이 되었을 때 군 생활을 정리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쫙 돌리는 게 목표였는데 그전에 3 ~ 4명 정도 맛보기로 편지를 보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답장이 단 1편도 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편지 쓰는 맛도 안 나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당장 많은 양의 편지를 쓰긴 싫어서 나중으로 미루긴 했지만 나중에도 마음이 똑같을 것 같다. 또 시간 내서

책 읽기도 별로 싫다. 이상하게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은 이득 같은데, 시간 '날 때' 책을 읽는 것은 손해 같다. 그 시간 동안 책 읽는 것보다 더 좋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책 읽기도 싫고 편지 쓰기도 싫고 지인이랑 통화하기도 귀찮고. 심지어 Internet community에 올라와 있는 각종 글들을 읽기도 싫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후임에게 물려줄 인수인계서인 '보급병 대 백과'를 완성하게 된 날부터 이렇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느낌과 이 부대가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시키는 것만 많아지는 경멸감에 이런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급병 대 백과' 집필을 마무리하고 전역병 간담회에 쓸 내용을 미리 쓴다면 그나마 시간이 좀 빨리 갈까? 지옥 같은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입대) D+631 2016. 6. 7. (화)


ㆍ 다음 달 말부터 말년 휴가이다. 이제 진짜 슬슬 군 생활 마무리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인수인계서 작성도 얼추 마무리되었고 후임 보급병에게 물려줄 물건도 준비하고 있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면 보고 싶은 얼굴, 듣고 싶은 목소리 하나하나 새겨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편지도 꽤 쓴 듯하다. 짬짬이 시간 내서 생각나는 분들에게 하나하나 쓰다 보니 생각나는 사람 대부분 1번씩은 다 돌려 본 것 같다. 너무 일찍 모든 걸 다 해버려서 이제 당장 무언 갈하고 싶다는 욕심은 안 난다. 그래서일까, 하루하루가 더 길고 느리게 느껴진다. 그래도 몇 통의 편지를 보내 놓으니 답장 기다리는 맛에 산다.




입대) D+638 2016. 6.14. (화)


ㆍ 분노에 차서 씩씩대며 적었던 일기가 빨래 돌리면서 다 찢어져 버렸다. 분명 주머니 확인했는데 왜 안 뺐는지 잘 모르겠다.


ㆍ 오늘 육군 동기인 주현이가 전역한다. 난 번개조 임무를 수행하면서 여기에 앉아 있는데. 진짜 내 군 생활은 오늘부터 인 것 같다. 약 60일 남은 오늘 이제 진짜 부대에 나보다 짬 높은 선임이나 동기는 없네.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나 보다.


ㆍ 군대에 있으면서 확실히 무언가 '도전'을 많이 한 것 같다. 한자 시험도 그렇고 사진 기능사 시험도 그렇고, 바둑, 탁구, 족구에 타로 카드까지 재미있는 것 많이 배우고 간다. 사회 나가면 타로 동아리도 들 의향이 생긴다. 빨리 나가서 더 많은 것, 더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싶다.


ㆍ 슬슬 전역 준비를 하고 있다. 빨리 사회로 나가서 사람들 만나고 싶다. 2년 전 정연우 병장이 딱 지금 느낌이었겠구나 싶다.




입대) D+644 2016. 6.20. (월)


ㆍ FTX 시작이다. 국방 전비 태세 검열로 온 사령부가 정신없다. 오늘 아침, 한참 자고 있는데 방송이 들린다. 급작스럽게 2초소 투입 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전비 태세 검열 간 2초소 담당은 나와 내 후임인 명준이었는데,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 일단 환복하고 장구류 차고 총 들고 이불 개고 급하게 급하게 준비한 후 2 초소로 열나게 튀어갔다. 도착하니 정확히 12분 걸렸더라. 그 와중에 초소에서 먹을 젤리도 챙겼고 화장실도 들렀다. 일어나자마자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초소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경계를 섰다. 내일은 06시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04 ~ 06시에 경계근무가 있으니까 내일 일과는 4시부터 시작이겠구나.


ㆍ 말년 휴가 나가는 딱 그 주에 번개조가 걸렸다. 지지리 운도 없지. 5분 대기조로 인해 교회 인사도 일주일 더 당겨졌다. 전역은 8월인데. 벌써부터 호들갑 같다는 느낌이 조금 들긴 하지만. 그래도 빨리빨리 모든 것들을 마무리 지어야지.


ㆍ 옛날부터 생각해 온 Calligraphy도,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도. 아무튼 길고 길었던 2년간의 군 생활 잘 마무리하고 싶다.


ㆍ 여름 성경학교도 최근에 열린다고 한다. 비교적 재미있었던 군 생활 추억 중 하나인데, 이번에도 꼭 참여해서 재미있는 2박 3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입대) D+650 2016. 6.26. (일)


ㆍ 국방 전비 태세 검열이 끝났다. 길고, 길었다. 각종 사열부터 FTX까지. 장장 1달이 지났네.


ㆍ 막상 FTX 간의 우천이 예정되어 준비만 열심히 하고 본 게임을 못 하긴 했지만, 어쨌든 수고 많았다. 장하다 나 자신.


ㆍ 금요일 '구국 성회'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6ㆍ25를 상기하며 전 군의 기독 장병들이 모여 2박 3일간 예배를 드리는 행사인데 힘들기도 재미있기도 충격적이기도 한 경험이었다. 전우들과 밤새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하는 건 재미있었지만 쉬는 시간도 없이 빽빽하게 예배를 드린 것도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건 예배 중간중간 기도 시간에 병사들이 울먹울먹 오열하듯 하나님께 기도하는 모습. 그걸 만 천명이 하고 있으니 참 장관이었다. 무슨 그리 죄지은 것들이 많으신지. 저는 항상 죄인이고, 반성ㆍ회개해야 할 것들이 많으신지, 참 놀라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구국 성회에 가서 기독교랑 나랑은 잘 맞지 안 맞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행사를 계기로 내 종교관에 대한 가치관은 약간 더 뚜렷해진 듯하다. 앞으로 기독교에 대한 현혹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충격적이고 신선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입대) D+656 2016. 7. 2. (토)


ㆍ 진짜 전역이 다음 달로 다가왔다. 후임이 먼저 전역하는 엿 같은 상황이 진짜 곧 벌어지게 생겼다. 그래도 다음 달 전역이라니까 주변 사람들도 다 됐네 하는 분위기다. 주변 사람들 마저 그런 반응을 주니 내가 진짜 말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ㆍ 신기한 게 말년에 복이 터진다. 군 생활 중 몇 번 없던 면회도 주 따라 3번이나 오고, 혹시나 해서 집중 정신교육 정훈 노트 끄적여 놓았는데 타군이라는 이유로 많이 부족한 실력인데도 상도 받고 포상 외박도 받게 되었다. 갑자기 복이 쏟아져 나오니 너무 기쁘다. 힘들었던 군 생활 보상해 주나 보다. 특히 이번 상장은 군 생활하면서 받는 첫 번째 상장이다. 대대장님이 상장 수여하면서 "진짜, 너 맞냐?"면서 실실 웃던데, 늘 얄밉게만 보이던 그 미소도 얼마나 인자해 보이던지. 여하튼 말년에 이게 다 뭔 일인가 싶다.


ㆍ태일이가 면회 와주었다. 저번 주는 성민, 이번 주는 태일, 둘 다 대전에서 이곳까지 먼 걸음 해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언젠가 그들이 힘들 때 기꺼이 길을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입대) D+657 2016. 7. 3. (일)


ㆍ 오늘로 '어린이 예배'를 모두 마무리했다. 약 1년 6개월 정도 한 것 같은데. 어느새 정이 붙은 아이들도 있고 나한테 정이 붙은 아이들도 있나 보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아이들 물건 빼앗고 안 돌려주고 놀리고 울리고 뽀뽀하고 간지럽히고 안아주고 만지고 돌아보니 이곳에서의 추억이 많이 남은 것 같다. 잠깐이었지만 동심 (童心) 을 들여다 보고 아이들과 잘 지내는 법, 친하게 지내는 법 등을 알게 된 것 같다.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니 애들이 우르르 모여서 선생님 집에 가지 말라고 안기는데. 살짝 감동받았다. 내 인생 살면서 나를 이렇게 필요로 하는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면서 시원 섭섭했다. 처음 시작할 땐 무작정 박상엽 병장에게 안기는 애들이 너무 귀여워서 시작을 한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너무너무 잘했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아무튼, 재미있었다.




입대) D+658 2016. 7. 4. (월)


ㆍ 군 생활이 약간 복잡해졌다. 갑자기 23대대로 해군 원사가 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우리 중대 분위기가 흉흉하다. 상대는 95 군번으로 행보관님보다는 후임이지만 지금은 준사관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 했고 차후 24대대로 전출을 노린, 다분히 의도적인 인사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행보관님은 단연 중대에서 평가 절하 당하게 되고, 결국은 배 타러 가실 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행보관님 하나 바라보고 군 생활을 해 왔는데 이렇게 씁쓸히 부대를 떠나 버리면 뒷맛이 씁쓸할 것 같다. 아무리 미워도 싫어도 내 상관, 내 상사구나. 지금에야 조금 깨닫게 되면서 행보관님께 미안한 마음이 막 들더라. 솔직히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옆에 붙어있는 한 더 열심히 도우고 배우는 군 생활하고 싶다.


ㆍ 사실 그분이 내 인생의 완전한 Turning point를 만들어 주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적어도 5%의 영향력은 끼치는 것 같다. 덕분에 군 생활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조금 심란하다. 그래도 나 전역할 때까지는 잘 계셔 주었으면 한다.




입대) D+660 2016. 7. 6. (화)


ㆍ 육군의 후임이 전역했다. 오늘 둘, 내일 하나. 멀게만 느껴졌던 뭣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아무리 걔들 군 생활은 걔들 거고 내 군 생활은 내 거라지만 떨떠름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다. 그래도 뭐 죽을 만큼 괴롭거나 그렇진 않고 그냥 딱 씁쓸하고 떨떠름한 그 정도다. 요새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가 워낙 하는 것도 없고 딱히 큰 훈련이나 해야 할 것들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이런 게 따로 없다 보니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뭐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뭘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해야 할 거 다 했다. 인수인계서도 다 만들었고, 심지어 신병 교육 교재와 주변인들에게 선물할 Calligraphy도 다 만들었고 내 군 생활 데이터화도 다 했다. 굳이 꼽자면 편지 몇 통 더 쓰는 것, 또는 이번 주말에 있을 마지막 예배 잘 끝내기, 이 정도가 끝이다. 그냥 매일 아무것도 안 하고 소일거리나 하면서 보내고 있다.

근데 참 신기한 게 나는 이 짬 먹고도 내 군 생활이 얼마 남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대충 일과가 십 며칠 남았다는 이 정도 개념밖에 없다.


ㆍ 지금 와서 군 생활 후회는 안된다. 언제부터인가 이 부대가 편한 것 같기도 하고, 가끔 그렇다.




입대) D+662 2016. 7. 8. (금)


ㆍ 이번 주 수요일 총기피탈 FTX가 있었다. 근무 서다가 1시간 30분쯤 지났을 때 대대장님이 "근무 잘 서고 있냐?"라고 여쭤보시더니 내 뒤에 앉으셨다.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 서고 있노라 말하고 열심히 CCTV를 쳐다보는 '척' 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위병소 비상벨이 울렸다. 사실 난 CCTV를 보는 척만 하고 있어서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일단 주변에 있는 대대장님에게 위병소 비상벨이 눌렸다고 보고하고 근무를 계속 섰다. 한 20초쯤 지났을까. 대대장님이 왜 상황 조치를 안 하냐고 뭐라 말씀하셨다. 전화 눌려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용기가 안 났다. 뭐랄까.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랄까. 어쨌든 상황에 늦게 조치를 했고 아픔만이 남았던 총기피탈 FTX는 끝이 났다. 흥분해서 지휘 통제실을 박차고 나간 대대장님은 당직 사령부터 위병소 사수 근무자까지 진술서를 요구했고 진술서를 썼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오늘 완전 군장하고 인릉산 정상을 찍고 오란다. 얼차려를 주겠다는 거다. 게다가 전투력 측정 인원으로 선발돼서, 사격 쏘고 막사로 복귀해 바로 인릉산을 올라가란다. 매우 화가 났다. 2년 동안 해 온 군 생활의 결과가 이딴 건가 싶기도 하고 좋은 추억만 꾸역꾸역 담아 가려고 했는데 결국 다 초 쳐버리는구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기분이 매우 매우 좋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짜증 난다고 행보관님에게 찡찡대긴 했지만 사실상 따지고 보면 내가 '잘 못'한 건 맞기에 논리는 없었다. 그런데 나만 이리 심각했었나 싶은 게 행보관님은 산 올라가서 버섯이나 좀 캐오자고 웃고 있으시더라. 참, 멘털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나 혼자만 이리 심각했을 수도 있다. 행보관님 마인드도 '한 번 갔다 와서 치우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고, 잘 들여다보면 정신적으로는 이러한 마음이 정신 건강에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입대 전보다 멘털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아직, 도(道)를 더 닦을 필요가 있는 듯.


ㆍ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등산하러는 안 갔다. 온도가 31도를 웃도는 바람에 그냥 가지 말라고 했나 보다. 이 일을 겪음으로써 내 멘털은 아직 멀었구나 하는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행보관님의 멘털을 가질 수 있도록 그분의 길을 잘 따라야겠다. 참으로 고단한 말년이다.


ㆍ 전투력 측정 중대별로 하는데, 총원 30%를 뽑는단다. 근데 그중에 내가 걸렸다. 운도 없지. 사실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그냥 하고 치우자.




입대) D+665 2016. 7.11. (월)


ㆍ 어제 교회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정복 입고 신고하기를 하려고 전날 정복에 백색 모까지 다려 놓았다.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와 주었고 몇몇 분들은 선물도 챙겨 주시더라. 조예정 권사님, 김순녀 집사님, 강진숙 집사님, 여진이와 세진이도 선물을 챙겨주었다. 권사님 빼곤 다 빵이었다. 그날 드리려고 미리 Calligraphy 써 놓은 것들을 나누어 드렸다. 권사님은 예상도 못 하셨는지 깜짝 놀라셨다. 어쨌든, 시원 섭섭하다. 앞으로 이 인연을 끌고 나가는 건 내 몫이겠지.


ㆍ심은영 집사님 드리려고 미리 써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날 안 오셔서 여진&세진이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자기들 선물은 없냐고 하길래 급하게 급조해서 갖다 주었다. 하 내가 왜 이 소녀들 생각을 못 했던 걸까. 그래서 일단 가지고 있는 선 스프레이랑 릴케 시집을 줬다.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어쨌든 주고받고 하면서 잘 끝냈다. 릴케 시집은 하나 사줬다 생각하고, 알라딘에서 새로 하나 사야지.




입대) D+667 2016. 7.13. (수)


ㆍ 보니까 전역까지 1달 하고 1일 남았네. 진짜 말년이네.


ㆍ 전역 다가오니 착잡한 마음이 크다. 학교에 복학하자니 진짜 이 학교를 다녀야 하나는 생각에 수시를 써볼까 생각이 들고 막상 수시를 쓰자니 메이저 대학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난 우리 학교를 맘에 안 들어하는 듯하다. 요즘 하루하루 대학 알아보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ㆍ 계속 생각해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대충 알게 된 것 같고, 그 분야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들어선 고등학교 3년 생활이 약간 후회되긴 한다. 그래도 어쩌랴. 일단 도전해 보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제발, 절실하니 좋은 기회 생겼으면 좋겠다. 목표는 경희대 관광학과, 한양대 에리카 문화콘텐츠 학과 정도 생각 중이다.




입대) D+668 2016. 7.14. (목)


ㆍ 군대에 입대한 지 22개월 되는 날. 육군으로 치면 영창 1개월 되는 날.


ㆍ 잘 생각해 보니 나는 내심 경희대 관광학부를 크게 바라고 있나 보다. 학고 간판도 마음에 들고 배우는 과목도 마음이 간다. 내심은 학교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하기야 애교심이라곤 하나도 없긴 하지. 여하튼, 네오 르네상스 전형 정말 열심히 준비해 보아야겠다. 정말로 가고 싶은 학교, 학과가 생겼다. 오랜만이긴

하지만 R=VD,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해야겠다. 기윤아, 파이팅!


ㆍ 되돌아보면 대학 진학을 쉽게 본 것 같다. 실기 우수자로 간다는 사람이 면접 준비는 하나도 안 하고 돌아보면 영화 보고 책 읽고 했던 기억밖에 안 난다. 수시에 올인한다는 생각에 창의성, 말랑말랑한 생각이 무조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지금은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좀 더 절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준비할 것이다.

내가 진짜 배우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으니 확실히, 준비하자.




입대) D+695 2016. 8. 10. (수)


ㆍ 3차 정기휴가 복귀를 했다. 2년간 몸담았던 CCTV 경계 근무를 마치고 나니 웬걸, 위병소 초병에 들어가 있다. 약간 황당하긴 하지만 인원이 없다는 이유에 그냥 기꺼이 서주기로 했다.


ㆍ 그래서 지금 위병소 초병에 들어와 있고, 거기서 일기 쓰는 중이다. 시간은 아침 아홉 시가량. 아침인데도, 무진장 덥다. 햇빛이 이렇게나 따가운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는데, 볕에 잠시만 가만히 서 있어도 피부가 금방 뜨거워진다. 지금은 아침 아홉 시 이지만, 금방 해가 졌으면 좋겠다.


ㆍ 전역까지 오늘 포함해 4일 남았다. 그런데, 무언가 계속 아쉽다. 자기소개서 초고 작성을 다 끝냈는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첨삭을 받아야 할지 많이 막막하다. 그래서 그런가, 전역이 조금 두렵다.


ㆍ 그래도 오늘만 지나면 힘든 생활은 완전히 끝난다. 갑자기 행정보급관님도 휴가를 3일이나 나가시는 바람에 할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내일은 주임 원사님이랑 준호랑 같이 오버로크 재료 사러 나가면서 외식하기로 했는데, 조금 기대된다. 그다음 날에는 8월 전역병 간담회 하면서 또 뭐 먹는단다. 그 전날에는 이진희 중사님이 햄버거 사주셨다. 많이 고맙고 아쉽고 쓸쓸하다.


ㆍ 상민이랑 윤범이가 자기소개서 작성 도와주고 있다. 신기하다. 며칠 후면 진짜 남남인데, 이렇게도 성심성의껏 도와주다니. 참 대단하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입대) D+699 2016. 8.14. (일)


ㆍ 그날이 왔다. 전역의 날 꿈만 같았던 그날이 내게도 떡하니 다가왔다.


ㆍ 일단 며칠간은 여기저기 인사하느라 바빴다. 전 대대장님이었던 채재욱 중령님부터 우리 대대 막내 병사까지 진짜 돌아보면 다 고맙고 소중한 인연들이다.


ㆍ 전역 전날이라고 나혜 누나가 면회를 와주었다. 조금 느낌이 새롭다. 누나랑, 부대라니. 어쨌든 와주어서 너무너무 고맙고 기뻤다.


ㆍ 말로만 듣던 '전역빵'을 맞았다. 진짜로, 살면서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다. 말만 들었지만 진짜 맞아보니 혼이 쑥 나간다. 그래도 전역빵 맞고 나니 속 한편이 시원하다. 애들한테 미안했던 감정들은 다 사라진 듯싶다. 팔 쪽에 많이 맞아서 계속 욱신거린다.


ㆍ 마지막 점호가 끝났다. 역시, 연병장에서 듣는 마지막 애국가는 느낌이 정말 남다르구나! 이제 진짜 끝이구나!


고생했다 기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모두들!






○ 대한민국 해군으로 입대해


◦699일의 군생활을 하면서


◦46명의 교관, 1292명의 동기와 함께 32일간의 훈련소 교육을 받았고

24일의 후반기 교육을 받았고 [보급병 170기, 병과 번호 11-28, 석차 22/30]


◦643일의 자대생활을 했으며 389일의 일과, 165일의 주말ㆍ공휴일을 지냈으며

89일의 외출ㆍ외박ㆍ휴가를 나갔고 (3번의 포상 휴가, 2번의 포상 외박)


◦1,830끼의 짬밥을 먹었고 [하루 7.334원 기준, 4,473,740원의 가치]

총 4,136,850원의 월급을 받았으며 총 0원을 저축했고


◦31개의 군가를 배웠고 [해군 11개, 해병 2개, 공군 2개, 육군 14개, 국직 2개]

* 해군_ 1. 해군가 2. 바다로 가자 3. 군함 행진곡 4. 내 청춘은 파도다

5. 은빛 갈매기 6. 앵카송 7. 부라보 해군 8. 해양가

9. 바다의 용사 10. 바다에 산다 11. 기초 군사 교육단가

해병_ 12. 팔각모 사나이 13. 부라보 해병

공군_ 14. 공군가 15. 빨간 마후라

육군_ 16. 멋진 사나이 17. 사나이 한 목숨 18. 사랑하는 전우야 19. 아리랑 겨레

20. 용사의 다짐 21. 전선을 간다 22. 전우 23. 진군가

24. 진짜 사나이 25. 최후의 5분 26. 팔도 사나이 27. 푸른 소나무

28. 휘날리는 태극기 29. 멸공의 횃불

국직_ 30. 국군 화생방 방호 사령부가 31. 24화생방 특임대대가


◦2542바퀴의 연병장을 돌았고 (약 1,389km,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3번의 거리)


◦약 80km의 행군을 했고 (주간 20km, 야간 60km)


◦ * 중대 기준) 8명의 간부, 3명의 선임, 6명의 동기, 20명의 후임

* 대대 기준) 45명의 간부, 66명의 선임, 15명의 동기, 118명의 후임을 만났고


◦총 565번의 경계 근무를 섰고 _ 주간 349번 야간 216번


[ 훈련소 불침번 : 15번 - 17시간

→ 초번 2번 4시간

미들 ~ 말번 13번 13시간


후반기 불침번 : 2번 - 4시간

→ 갑판당직 2번 4시간


탄약고 : 주간 8번 - 12시간 야간 7번 - 10시간 30분

불침번 : 8번 – 14시간

위병소 : 주간 8번 – 12시간

CCTV : 주간 383번 – 766시간 ; 32일 2시간 야간 184번 – 368시간 ; 15일 9시간


Total _ 50일 11시간 30분 ]


◦총 4468시간 취침했으며 _ 167일 23시간 40분


◦4번의 진급을 했고, 0번의 징계를 받았고, 4번의 진술서 작성을 했고,

8번의 큰 훈련을 받았고 (유격, 혹한기, 동원, 전술 훈련)


◦11번의 사격을 했고 [ 사격 : 11번

사용한 총알 수 : 328발 (164000원)


영점 – 6번 108발 / 축소 – 6번 150발 /

방독면 – 6번 60발 / 약간 – 1번 10발 ]


◦8번의 숙영을 했고 (일수로 14일)


◦4번의 번개조 (5분 대기조) 임무를 수행했고 [ 정_ 3번, 부_ 1번 Total 3.5주 ]


◦2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자 3급 공인 자격증, 국가 기술 사진 기능사)


◦4편의 드라마를 보았고 (KBS – 연애의 발견, TVN – 응답하라 1988, 식샤를 합시다 1,2)


◦33편의 영화를 보았고


1.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_ 정기훈 作

2. 미쓰 와이프 _ 강효진 作

3. 러브 로지 (Love Losie) _ 크리스티안 디터 作

4. 프란시스 하 (Fransis Ha) _ 노아 바움백 作

5. 경주 _ 장률 作

6. 왓 이프 (What IF) _ 마이큰 도즈 作

7. 원스 (Once) _ 존 카니 作

8,9.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1,2 _ 필로드 作

10.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_ 라이언 버피 作


11. 주먹왕 랄프 _ 리치 무어 作

12. 말죽거리 잔혹사 _ 유하 作

13. 살인의 추억 _ 봉준호 作

14. 결혼 전야 _ 홍지영 作

15. 작전 _ 이호재 作

16,17. 금발이 너무해 1,2 _ 로버트 루케틱 作

18. 남자 사용 설명서 _ 이원석 作

19. 라스트 베가스 (Last Vegas) _ 존 터틀타움 作

20. 수상한 고객들 _ 조진모 作


21. 라붐 (La Boum) _ 클로드 피노트 作

22.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 _ 블레이크 에드워즈 作

23. 허삼관 _ 하정우 作

24. 핸콕 (Hancock) _ 피터 버그 作

25. 스팅 (The Sting) _ 조지 로이 힐 作

26. 국경의 남쪽 _ 안판석 作

27. 터치 바이 터치 (Touch By Touch) _ 김호준 作

28. 로맨틱 홀리데이 (Romantic Holiday) _ 낸시 마이어스 作

29. 해어화 _ 박흥식 作


30. 퓨리 (Fury) _ 데이비드 에이어 作

31. 연평해전 _ 김학순 作

32. 부산행 _ 연상호 作

33. 덕혜옹주 _ 허진호 作


◦34편의 책을 읽었고


1. 심플하게 산다 _도미니크 로로 作

2. 목소리를 높여 High _ 악동 뮤지션 (이찬혁, 이수현) 作

3,4.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ㆍ2 _ 정은궐 作

5,6.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ㆍ2 _ 정은궐 作

7. 배를 엮다 _ 미우라 시온 作

8,9. 웃음 1ㆍ2 _ 베르나르 베르베르 作

10. 한 글자 _ 정철 作


11. Me Before You _ 조조 모예스 作

12. 높고 푸른 사다리 _ 공지영 作

13. 꾸뻬씨의 행복 여행 _ 프랑수아 를로르 作

14. 그건, 사랑이었네 _ 한비야 作

15. 7년후… _ 기욤 뮈소

16. 혼창통 (魂創通) _이지훈 作

17. 똑똑하게 사랑하라 (Love, Smart) _ 픽 맥그로 作

18. 파이프라인 우화 _ 버크 헤지스 作

19. 사랑의 기술 _ 에리히 프롬 作

20. 설득의 논리학 _ 김용규 作


21. 정통 타로카드 배우기 _ 정홍경 作

22. 징비록 _ 유성룡 作

23. 역사 e Season2 _ EBS 역사체널 e

24. 중국 읽어주는 남자 _ 박근형 作

25,26. 역사 평설 [병자호란] 1ㆍ2 _ 한명기 作

27. 만화 김정은 _ 하태경 / 최명선 作

28. 만약 고등학교 야구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_ 이와사키 나쓰미 作

29. 두 바퀴로 유럽 일주 _ 오민재 作

30.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 _ 이기주 作


31. SNS의 모든 것 _ 김대중 作

32. 서울시 2 _ 하상욱 作

33. 시밤 _ 하상욱 作

34. 고백 _ 인디 053 作


◦10권의 책 선물을 받았고


1. 엘리야와 함께 걷는 40일 _ 안드레아 슈바르츠 作

2.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_ 윤동주 作

3.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_ 유용주 作

4. 릴케 시집 _ R.M. 릴케

5.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_ 이기주 作

6. 뇌가 섹시해지는 책 _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作

7. 프랑스 문화와 성 _ 문화콘텐츠연구회 作

8. 한 권에 읽는 한국사 _ 오정윤 作

9. 운전 면허 교본 _ 전국 자동자 운전 전문 연합회 作

10. 지혜의 소금 창고 _ 김태광 作


◦6개의 취미를 가졌고


1. 타로카드

2. 국악 – 열두발

3. 바둑

4. 테니스

5. 탁구

6. 캘리그라피


◦21편의 편지를 썼고, 21편의 편지를 받았으며, 11번의 택배(선물)을 받았고


◦5번의 면회를 했고, 5번의 TMO (Transportation Military Office) 이용을 했고


◦휴가때 51명의 지인을 만났고, 3번의 군병원 외진을 했고, 3일간의 군병원 입원을 했으며


(해군 해양 의료원)


◦230시간의 사이버 지식정보지식방 이용을 했고 _ 9일 14시간


◦321편의 일기를 썼으며 6번의 조국기도문 낭독을 했고 632번의 애국가를 제창했다.



◦수 백번 꾸중 들었고 (욕을 먹었고), 수 백번 혼이 났으며


◦수 백번 나 자신과 내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했고


◦수 십번 남자 생각, 수 백번 여자 생각을 했고


◦수 만번 힘들고 괴롭고 미워하고 증오했으며


◦또 수 만번 생각하고 성장하고 감사하고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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