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지] #19. 1학년 2학기 일기

by 여행사 작가 류익

입학) D+1114 2017. 3.20. (월)


ㆍ 군대를 전역하고 입시 시험을 다 본 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내 근황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이게 전부이다. 군대 전역을 하고 다시 입시 시험을 보았는데, 경희ㆍ한양ㆍ인하ㆍ건국ㆍ한양대 ERICA 이렇게 다섯 대학에 입시 원서를 넣었는데 5개 학교 모두 1차 서류 평가도 통과 못하고 죄다 탈락했다. 전역하면 무엇이든 다 될 줄 알았는데, 바로 그 생각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ㆍ Icoos라는 단체를 통해 유럽도 다녀왔다. ‘유럽’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좋았지만, 조원 중 한 사람이 내게는 너무 나쁜 인상으로 다가와서 마냥 행복한 여행은 아니었다. 유럽여행 역시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정말 끝내줬고, 정말 별로였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든 그랬다. 너무 행복했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여행하는 중에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챙기려 노력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은 인연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ㆍ 그리고 결국 영남대학교로 복학했다. 아쉽긴 하지만 진짜 나의 실력이 여기인가 보다. 그래도 이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교환학생과 복수전공 정도가 되겠다. 어차피 여기서 하는 공부나, 새로 입학을 했더라도 거기서 할 공부나 양적인 면에서 차이점이 있을까 싶다. 어쨌든 결국 선택을 했으니 집중을 할 시기가 오는 듯하다.

학교 생활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까지 사귄 친구는 없다. 사실 사람 만날 계기가 없다. 지금은 딱히 소속되어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속되고 싶은 단체는 있다. 영남대학교 학생홍보대사 ‘영대사랑’과,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House Usher’가 그것이다, 일단 둘 다 지원했는데, 무엇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학교에 등교하고 싶은 욕구가 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게 없으니 너무나도 아쉽다.

복수 전공은 ‘새마을국제개발학과’로, 부전공은 ‘일어일문학과’로 신청할 예정이다. 다음 학기에는 ‘사회 체육’과 ‘사랑학개론’이라는 수업 말고는 모두 전공 수업을 수강할 예정이다. 힘내자.




입학) D+1121 2017. 3.27. (월)


ㆍ학교에 복학했고, 처음으로 자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학교 근처의 원룸을 하나 구했다. 그리고 누나가 대학 다닐 때 사용하던 노트북을 하나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학교 다니면서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교우 관계이다. 사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군대에 입대했기에, 그 짧은 기간 다른 이들과 깊은 교우 관계를 쌓을 시간도 없었고, 그나마 알고 지내던 남자 동기들은 지금 군복무를 하고 있다. 여자 동기들은 이미 고학번이 되어 지금은 다시 다가가기에는 너무나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버렸다.


ㆍ 유럽에서 우연히 만난 학교 후배를 제외하고는 학교에 아는 사람이란 없다. 캠퍼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지인이 하나도 없다니.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일단 소속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동아리 박람회도 가보고, 학교 공지사항에 올라오는 각종 공고도 유심하게 보는 편이다. 그중 지원하고자 마음을 먹은 단체는 3개이다. 첫 번째는 영어 회화 동아리이다. 유럽여행 당시 영어의 중요성을 많이 깨닫기도 했고, 두고두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지원하려고 한다. 두 번째로는 학생홍보대사이다. 학교의 일을 하면서 장학금도 받고, 멋진 사람이 모이는 단체일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는 학교 공연장인 ‘천마아트센터’의 House usher이다. 예술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했고, 활동을 하면서 소정의 활동비를 받으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멋진 활동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영어 회화 동아리의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 갔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무난했지만, 웬일인지 신입생 단체 채팅방에 초대되지 않았고, 한참 시간이 지난 이후 동아리 회장에게 연락이 왔는데 내 명단이 누락이 되었었다며 활동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사실 그 사이에 마음이 다 떠나버리고 없어서 영어 회화 동아리 활동은 그렇게 무산되었다.


ㆍ 다음으로는 영남대학교 홍보대사 ‘영대사랑’에 지원했다. 남학생이 영대사랑에 지원할 때는 군필의 1~2학년만 모집했었기에 홍보대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한 번 뿐이었다. 홍보대사에 지원할 때는 당연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홍보대사의 지원 동기, 그리고 영상/사진/디자인 중 특기가 있는지, Team play에서 성공 혹은 실패 사례가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고 아무래도 제일 관심이 가는 단체이기에 나름 며칠간 고민하며 성심성의껏 작성해서 제출했다. 군대에서 취득했던 사진기능사 자격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는구나, 생각했다. 뒤이어 면접 이후에 짧게 나 자신을 소개하는 ignite도 준비하라고 하였기에 성의껏 PPT를 만들고, 어떤 내용을 어떻게 어필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고 또 연습했다. 더해서, 천마아트센터 House usher의 지원기간 역시 서로 비슷했기에 두 개의 서류를 정성스레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썼다.

곧 면접일이 다가왔다. 학생 홍보대사 면접을 꽤나 길어질 예정이니 공인 출석을 받고 아예 하루를 빼놓으라고 공지를 받았다.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면접장에 도착했고, 꽤 많이 모여있는 지원자 속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아무래도 보이는 업무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학우의 지원자가 훨씬 많았고, 남자 지원자는 도합 20%도 채 되지 않을 만큼 적었다.


면접은 2단계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는 임의로 조를 나누고, 학교를 홍보할 수 있는 방향을 작성하여 발표하는 것이었다. 평가 요소는 사실 뻔했다. 우리가 Team play를 하는 동안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볼 것이다. 심지어 이런 형식이라면 정답도 정해져 있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 너무 자기주장만 펼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겠지. 출제자의 의도와 문제까지 파악했으니 이제 정답만 입력하면 되었다. 한 조에 6명씩 5개 조가 짜였으니 약 30명 정도의 지원자에 경쟁률은 3:1 정도로 보였다.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기 전 간단한 퀴즈를 통해 발표지를 꾸밀 학용품을 나누어 주었는데, 다행히도 내가 아는 문제가 나와 크레파스를 받았다. 주제는 학교를 교내외 구성원에게 홍보하는 방안이었는데, 당시 한창 pokemon GO가 유행하고 있었기에 ‘영남대 GO’를 만들자면서, 학교의 유명 명소를 해당 형식을 통해 한 바퀴 돌아보는 생각이 채택되어 합동해 발표를 준비했다.


역시나 회의를 하는 도중 선배 단원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모두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원 중 남자분 한 분이 회의 중간에 자꾸 맥을 끊는 소리를 하기에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 내심 저분은 합격권과 거리가 멀겠다는 생각을 했다. 곧이어 발표시간이 이어졌는데, 사실 급하게 나온 아이디어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어서 5개의 팀 중 우리 팀을 포함 3개 팀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더라. 같은 아이디어다 발표될 때마다 우리 팀원들은 매우 초조해 보였지만, 나는 그것이 평가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곧이어 면접이 이어졌고, 나는 2번째 조였다. 현장에서 급작스레 변경된 것은 미리 공지한 Ignite를 하지 않고 즉석에서 주는 질문지에 답변을 하는 것이었다. 면접 대기장에 들어갔는데 정말,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정말 내 이상형과 딱 부합하는 외모를 가진 선배가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떨리는 가슴이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면접 직전에 받은 질문지는 ‘인생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무엇인가 ‘였는데, 내가 준비했던 ignite와 질문의 결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내용은 타로 카드를 통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는 이야기였는데, 타로 카드를 통해서 소통했던 내용 중 특이한 사연을 들려주면 어떨까 싶었다.


면접장에 들어가 준비한 내용의 발제를 시작했다. 정확하게 100초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을 지켜야 했다. 어찌어찌 준비한 발제를 마치고, 시간은 거의 100초를 딱 지켰다. ‘타로를 봐주면서 사람들과 소통한 이야기, 그 경험을 통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등 내 경험을 최대한 살려 장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칠곡군 SNS 홍보대사 활동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중간에 한 번 말문이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답변을 잘 해내었다.


ㆍ 그리고 며칠 후 공연 홍보대사 House usher의 면접도 있었다. 아무래도 공연이란 시간 약속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그런지 면접을 할 때부터 각 지원자가 몇 시에 도착하는지 모두 확인하여 기록해 놓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면접을 짧은 대기 시간을 가지고선 바로 이어졌다. 면접장에서는 미리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공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상 깊은 공연이 있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나는 서류를 쓸 때 주로 1학년 때 했었던 연극 동아리 활동 이력을 제출했다. 주로 음향, 조명 경험에 관련된 경력이었는데, 면접관님이 그 경력을 보시더니 House usher보다는 기술적으로 더 배워보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보셔서 나는 기회만 닿는다면 무엇이든 좋다고 답변드렸다. 이 대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 기대가 된다.




입학) D+1125 2017. 3.31. (금)


ㆍ 영남대학교 학생홍보대사 ‘영대사랑’에 최종 합격했다. 사실 합격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있었다. 면접도 나름 잘 보았다고 생각했고, 면접자리에서 홍보대사로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서 합격에는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복학 전 겨울 방학에 참가했었던 Icoos의 해단식이 서울에서 열려서 수업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 영대사랑의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대학 생활의 새로운 문이 열리는구나 싶었다. 영대사랑의 정기 회의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후 7시 즈음 진행된다고 했고, 다가오는 주 목요일 첫 회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부푼 가슴을 안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참 모순적이었다. 며칠 전까지 학교를 옮겨보려 다른 학교에 원서를 넣던 내가, 학교 생활을 하며 맨 앞에서 학교를 홍보하는 장본인이 되었다니. 이런 상황도, 이런 마음을 가진 나 자신도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홍보대사가 되기를 바랐고, 또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ㆍ Icoos의 해단식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지만 안타깝게도 행사가 끝나고서야 서울에 닿을 수 있었다. 아쉬운 대로 2차 자리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근황 이야기를 나누며 당일 학교 홍보대사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니 다들 축하해 주었다. 마침 혜민이의 생일이라 축하 파티를 하고, 남은 사람들끼리 뒤풀이를 이어갔다. 나와 지훈이 형은 지방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따로 묵을 곳이 없었는데, 윤지 누나가 본인 집이 하루 빈다고 해서 하루 신세 지게 되었다. 수연이도 나와 지훈이 형이 하루를 같이 보내는 게 부러웠는지 함께 합류하여 4명이서 오붓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간 김에 윤지 누나가 롯데월드에 가자고 했다. 사실 나는 롯데월드는 가본 적 없고 실내에 놀이기구가 있다는 것이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즉흥적으로 놀이공원으로 향했고, 하루를 재미있게 놀았다. 특히 실내에 놀이기구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VR(가상현실)을 이용한 놀이기구가 많이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덕분에 서울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날 밤은 윤지 누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누나의 애완견인 토토와 산택을 했다. 이튿날 다시 대구로 내려왔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입학) D+1146 2017. 4.21. (금)


ㆍ 학교 생활을 한 지 50일이 지났다. 학기 초 처음부터 끝까지 쭉 혼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친구들을 꽤 많이 사귀었다. 수강 중인 과목 중 ‘글로벌 경영’이라는 과목에서 만난 조원들, 천마 극단의 소현이, 영대사랑 22기, 천마아트센터 홍승백 감독님 등 양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어디에서 인사할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다.


ㆍ 일전에 지원했던 ‘영대사랑’과 ‘천마아트센터’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Icoos 유럽 드리머즈 해단식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영대사랑 합격 소식을 들었다. 동기들과 겨우 안면을 트고, 선배들과도 겨우 안면을 터서 서로 인사하고 다니는, 딱 그 정도 관계인 듯하다. 살펴보니 이런저런 혜택이 꽤나 많아서 일단은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ㆍ 영대사랑 회의는 매주 화, 목 19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첫 회의는 4월 첫째 주부터 진행되었다. 회의장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수업을 18시에 수업을 마치자마자 바로 학교 본관에 있는 학생홍보대사실로 향했다. 좀 일찍 도착했더니,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며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덩그러니 남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동기들의 모습이 보였고, 어색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면접장에서 만났었던, 내심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남자 동기의 모습도 보이기에 약간 의아했다.

곧이어 첫 회의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무척이나 엄숙하고 무거웠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시작되었고, 첫날은 우리 단체의 공식인사법을 배우는데 하루를 다 썼다. 우리의 공식 인사법은 이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남대학교 학생 홍보대사. 영대사랑 제00기, 현재 00 학과에 재학 중인 000입니다.’

이 인사법을 마치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오는 기계처럼, 계속해서 반복 연습했다. 그리고 수습기간 동안 선배들과 돌아가며 Mentor/Mentee 제도를 운영한다고 했다. 회의시간 내내 인사말 연습을 하다가 잠시 Mentor 시간에 잠시 선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남자 선배님이 슬며시 나를 부르더니 초반에는 일부러 엄숙한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오빠들의 역할은 여자 동기들을 이탈하지 않게 잘 다독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여차저차 첫 회의가 끝났다. 정말 진이 다 빠지는 하루였다. 다른 동기들은 합격을 축하한다며 과자 파티라도 할 줄 알았다는데, 기대했던 장면과 너무 달라서 많이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다음 회의부터 학교에 있는 모든 학과의 정보를 공부하고, 외워서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까.

첫 회의가 끝나고 그래도 선배들이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사주셨는데, 정말 축하의 의미가 맞는지 조금은 헷갈렸다.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흘러갈까.


ㆍ 천마아트센터 역시도 ‘음향’ 쪽으로 길이 터졌다. 원래는 음향이 아니라 ‘House Usher’에 지원했었다. 참 특이하게도 지원자들이 면접장에 언제 도착했는지도 다 기록을 했었다. 면접장에서는 말도 똑바로 못 하고 어버버 하다가 나왔다. 면접을 되게 못 봤다.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는데, 면접을 봤을 때 운영 매니저님이 음향을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여쭤보신 것이 생각나서, 매니저님께 나중에 인력 필요하시면 연락을 달라고 문자 드렸다. 다음날 음향 감독님께 연락이 왔고, 그렇게 첫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겨우내 천마아트센터에 들어간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단다. 사실 매니저님이 되게 예쁘게 봐주셔서 면접 점수가 높았는데, House Usher 매니저님과 음향 감독님 사이에 조금 조율을 한 끝에 결국 나는 음향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음향 감독님과 같이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믿고 따라가도 되겠구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교육해 주시는 것을 열심히 습득해야겠다. 예쁘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게 무슨 복인지, 낮은 자세로 항상 정진해야지.

경력도 쌓고 일당도 받으며 일을 배워나가고 싶다. 학교 생활하면서 학생 홍보대사와 음향 경험 이 두 개를 선택했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나아가야겠다.


ㆍ 난 정말 의지박약인 듯싶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잠이 오면 자고, 전화기 만지고 싶으면 계속 전화기만 바라보고만 있다. 평소에는 열심히 살다가 왜 끝에 와서 이런가 싶다.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항상 뒷심이 부족했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그런가, 결과에 아쉬움이 남았던 적이 많이 있었다. 뒷심을 키워야겠다.


ㆍ 중간고사 시간이다. 상기했다시피 평소 실력으로 시험을 쳐서 그런지 잘 치지도, 못 치지도 않은 딱 그럭저럭의 성적이 나온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뒷심을 발휘해서 성적 상위권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




입학) D+1151 2017. 4.26. (수)


ㆍ 2017년도 1학기 중간고사 마지막 날 새벽 3시이다. 오늘 오전 9시에 시험 하나, 오후 7시 30분에 시험 하나로 이번 시험은 끝이다. 그냥 평소 공부했던 실력으로 시험을 쳤다. 평소에 꼬박꼬박 공부를 열심히 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ㆍ 매주 화요일마다 동연이 형이 우리 학교로 놀러 온다. Icoos에서 만난 유진이를 보러 오는데, 드디어 이번에 유진이랑 사귀기로 했단다. 너무나도 좋아한다. 너무 부럽다. 그러더니 대뜸 나 보고 지금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잘해 보란다. 나도 정말 누군가와 잘해보고 싶다. 사실 복학 후 기대했던 연애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았어도, 그 사람과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학) D+1158 2017. 5. 3. (수)


ㆍ천마아트센터에서 첫 행사를 마쳤다. 가수 이승철 씨의 Concert와 태교 음악회였는데, 하루가 정말 대기하다 끝이 나버렸다. 정말 하릴없고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공연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참이나 구경만 했다. 공연장 일은 기대와 달리 정말 지루했지만, 앞으로 이런 류의 일이라면 꾸준히 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재밌다.


ㆍ 매주 학생 홍보대사 회의가 끝나고 나면 선배들이 과제를 내어주신다. 우리가 받은 첫 번째 과제는 우리 학교에 무슨 학과들이 있는지 전부 조사를 하고, 모두 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회의 시간에는 돌아가며 한 학과에 대해서 발표를 시키고, 그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선배님이 ‘기윤 씨, 무역학과 발표 해보세요.’라고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의 공식 인사를 하고, 학과 발표를 시작한다. 무역학과는 어떤 단과에 소속이고, 어떤 건물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그 건물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 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특성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고, 유명한 교수님 혹은 졸업생은 누가 있는지 등의 발표를 진행하면 된다. 그러면 선배들이 그 발표를 듣고선 발표 중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신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 존재하는 학과가 무려 80개가 넘기 때문에 단기간에 그 많은 학과를 완벽하게 숙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회의 마치고 집에 가자마자 학교, 학과에 대한 자료를 찾고, 취합해서 암기하기 시작한다. 학교 수업 시간 이후는 물론, 틈이 나면 동기들끼리 만나 자료를 취합하고, 서로 발표 연습을 도울 때도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단기간에 완벽히 숙지하기엔 너무 벅차고, 주어진 발표를 잘하지 못한 날에는 회의 중에 울어버린 동기도 몇 있다. 당황스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휴지를 건네는 것 밖에 없었다. 12명이 시작한 우리 기수는 벌써 2명이 나가 10명이 되었다. 아무래도 회의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것도 큰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입학) D+1205 2017. 6.19. (수)


ㆍ 영남대학교에 복학한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정말 순식간에,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덧 기말고사를 치고 있다. 5월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다. 영대사랑 과제와 회의에, 멘토 멘티라는 명목으로 선배들과의 만남에, 1주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무색하게 쏜살같이 지나갔다. 개중에 '학과 탐방'이라는 과제가 있었다. 이 것이 뭐냐면, 우리 학교에 있는 모든 건물과 중요한 공간을 찍어오는 것이었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릴 일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나름 일치감치 5월 초부터 과제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결국 5월의 끝을 바라보면서 이 학과탐방을 끝낼 수 있었다. 게다가 회의와 과제는 계속해서 주어졌고, 과제와 암기에 하루하루가 정말 만만치 않았다. 비교적 최근이 되어서야 영대사랑 22기의 마지막 수습 회의가 끝났다.


ㆍ그 사이, 홍보대사 활동 중 하나로 성년의 날 이벤트를 진행했다. 올해 성년이 된 재학생들에게 성년이 된 기념으로 빨간 장미꽃 혹은 파란 장미꽃을 나누어주는 행사를 했다. 작은 행사였지만, 꽃을 받고 좋아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기분이 좋았다.


ㆍ 최근에는 '무대예술 전문인'이라는 자격증 시험이 있었다. 그 시험을 치겠다고 틈틈이 음향 공부를 하고, 시험 전날에는 밤을 새 가면서 문제를 풀어보고 그랬다. 시험은 서울 광운공고에서 실시되어 시험을 응시하러 서울까지 갔다 왔다. 올라가서 고등학교 선배 호원이 형과 윤지 누나를 만났는데,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특히 호원이 형은 신앙을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내게 항상 영향력을 끼친다.

시험이 끝나고 가채점을 해 보았는데, 100문제 중 절반 정도를 맞춘 듯하다. 생각보다 호락호락한 시험이 아니구나 싶었다. 1년에 1번 있는 시험이기에,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ㆍ 친구 소현이에게 흉흉한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수업 중에 소현이가 갑자기 문자로 타로를 봐 달라면서 나를 강의실 밖으로 불러내었다. 처음에는 수업 끝나고 봐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봐달라기에 무슨 일이 있나 잠시 나갔다. 소현이를 만났는데, 소현이는 뜬금없이 경찰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사람이 최근에 소현이를 스토킹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멘토링을 하다가 만난 사이라는데, 처음부터 소현이에게 만나달라고 문자로 애원하다가 소현이가 무시하자 폭언과 욕설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협박까지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가볍게 타로 점을 봐주러 갔는데, 생각보다 꽤나 심각한 사항이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일단 지금 법 관련 수업을 해주시는 교수님께 전화로 조언을 구했다. 교수님께서는 관할 경찰서로 갈 것을 권유하셨고, 우리는 일단 경찰서에 찾아가기로 했다. 경찰서로 가는 길, 소현이 핸드폰이 정말 계속해서 울렸다. 계속 무시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이 전화를 했다. 일단 경찰을 찾아가서 진정을 넣었다. 상황 접수는 되었고, 담당 형사님이 배정되었다. 경찰서에 진정을 넣었다고 문자를 보내도 정말 끊임없이 전화가 오길래 내가 대신 핸드폰을 받아 욕설을 해주었더니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한참 있다가 다시 전화가 걸려왔는데, 여대생 범죄에 관한 다큐멘터리 소리가 핸드폰 스피커를 타고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구나, 정말 충격적이었다.

결국에는 그 사람을 고소를 하고, 법적 절차는 밟아가고 있는데 그때 그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한동안은 잠도 잘 자지 못하고 그랬다. 알 수 없는 공포심에 나는 무척이나 불안했는데, 그래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도 조금 지나니 조금은 낫는 것 같다.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겪어본다고 생각했다.




입학) D+1210 2017. 6.24. (토)


ㆍ 학생 홍보대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를 홍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학 때가 되면 입학처 입학사정관 선생님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우리 학교를 알리는 일을 한다. 처음에는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인생을 너무 쉽게 재단하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 나의 홍보를 보고 우리 학교에 진학한다면, 타인의 대소사를 너무 무책인하게 결정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민에 대해서 우리 홍보대사 회장님과 상담을 나누었고, 회장님은 거기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며, 아무리 학생이어도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ㆍ 입시 기간이 점점 다가오며, 본격적으로 입시 설명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입시 설명회는 크게 두 개로 나누어진다. 1부는 입학사정관 선생님이 전반적인 입시 정보를 전달하고, 2부는 PPT를 통해 캠퍼스의 명물을 소개하는 캠퍼스 투어를 진행한다. 우리의 역할은 2부의 캠퍼스 투어를 원활히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호기심이나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이 시작되며 본적적으로 입시 설명회 준비를 시작했다. 상기했듯 우리는 입시 정보가 아니라 학교 자체의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이었기에 학교의 명소나, 영화 촬영지, 유명한 졸업생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고, 외우고, 연습하느라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겨우 20분 정도의 발표일 지라도 우리 학교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연습 또 연습을 했다. 그리고선 동기들과의 상호 평가, 선배들의 평가, 마지막으로는 입학 사정관 선생님의 평가로 준비를 마무리했다. 이제 진짜 실전이다.
다만 아직은 수습기간이라, 단복이 나오지 않았기에 사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ㆍ 수업 중 ‘글로벌 경영학’이라는 강의를 이수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강의는 과제가 좀 특이했다. 수업 첫날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무리를 막 나누더니, 최종적으로는 6명이 한 조가 되어 한 학기 동안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같이 했다. 그 활동이란 조원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것을 사진 찍고, 전시회장에서 미술 작품을 같이 감상하는 사진을 찍는 등 다른 사람과 함께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그 덕분에, 학기 내내 영대사랑 대본을 외우랴, 다른 수업의 과제를 수행하랴, 조원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하랴, 아주 정신없는 한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ㆍ가끔씩 천마아트센터의 일도 진행한다. 학교의 개교 기념식이나, 합창단 공연, 교내 무용제 공연 등 다양한 무대에서 음향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다. 7만 원 정도의 소정의 일당도 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입학) D+1232 2017. 7.16. (일)


ㆍ 이번 방학은 입시 설명회를 다니느라 시간을 다 쓰고 있다. 입시 설명회는 거의 매일 있다. 경상권에 있는 거의 웬만한 고등학교는 다 행사가 잡혀있는 것 같다. 대구 시내에 있는 학교에 가는 날에는 거의 대부분 2개 이상의 일정이 잡혀, 입시 설명회에 거의 하루를 다 써버리고 만다. 거의 매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다 보니, 발표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설명회가 아침 일찍 있는 날도 있고, 반대로 밤늦게 시작되는 날도 있기에 일정이 매일매일 천차만별이다. 다른 의미로 아주 정신없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


ㆍ 요즘에는 학교 근처의 성당도 나가고 있다. 자취방 근처에 성당이 있어서 한 번 나가보았다. 성당 이름은 ‘대학생 거점 성당’이었기에, 큰 부담감이 없었다. 미사를 처음 나간 날, 수녀님께서 반겨주시며 곧바로 청년회에 넣어주신 덕에 성담 사람들과도 빠르게 친해지고 있다.

성당에서는 여름 연수를 무려 2박이나 다녀왔다. 각종 행사를 재미있게 준비해 주셔서 즐거운 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다. 성당에 나오는 친구 중에 또래인 ‘서연’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밥을 먹다가 노래를 시켜도 부끄럼 없이 당차게 노래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입학) D+1262 2017. 8.15. (화)


ㆍ 거의 매일 입시 설명회에 다녀오고 있다. 영남 지역에 있는 웬만한 학교는 다 다니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기회가 되어 서울 지역에서 진행되는 입시 박람회에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내심 서울에 있는 수험생들이 지방 학교에 관심을 갖긴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우리 학교의 특화 학과인 ‘공군 조종 장학생’, ‘의예과’ 등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꽤 많았다. 저녁에 주어진 자유 시간에는 교직원 선생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동규와 함께 재즈클럽에 다녀왔다. 처음 가 본 재즈클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ㆍ홍보대사가 지금 입학팀의 업무를 많이 도와드리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서 홍보팀’의 소속이라 학교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 주 활동이다. 우리 팀은 크게 회장단, 사진팀, 디자인팀, 영상팀 4개로 나뉘어 활동한다. 나는 ‘사진’ 팀으로 우리의 활동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수십 기간의 마지막 관문으로는 앞으로 어떤 홍보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팀장님께 어떤 활동을 할 것이라 소신 있게 발표하고, 수습 기간을 정식으로 마쳤다. 이제 정말 정단원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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