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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잔나비 - 사랑의이름으로!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잔나비 정규 4집 Album 'Sound of music pt.1' 중 4번 트랙 '사랑의이름으로!'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잔나비

2. 작사: 잔나비 최정훈

3. 작곡: 잔나비 최정훈, 잔나비 김도형

4. 편곡: 잔나비 최정훈, 잔나비 김도형

5. 피처링: 카리나(KARINA of aespa)

6. 발매일: 2006.09.21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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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름이라면, 이 세상에 못할 것은 없다. ‘사랑의 이름’ 아래서 누군가에게 무한한 행복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의 목숨을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던질 수도 있을 것이며,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누군가를 끊임없이 집착하고 가해하며 결국 파멸의 길까지 밀어 넣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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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은 ‘사랑’이라는 이름일지라도 그것이 발현되는 형태는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다양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행했던 사랑, 그리고 받았던 사랑의 형태 역시도 언제나 얼굴을 다르게 한 채 나타났었다. 언젠가는 봄 하늘 아래 정성으로 가득 찬 도시락을 내 품으로 내밀어 준 이도 있었고, 또 언젠가는 나의 잘못을 꾸짖기 위해 기꺼이 몽둥이를 들어 내 신체에 호되게 생채기를 입히는 이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 행동들에 어떤 저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지만, 훗날 모두들 ‘그건, 사랑이었다.’라며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진짜 사랑인지 알기에는 무척이나 벅찬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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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식과 관념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것들은 나를 둘러싼 채 감정의 개념들을 점점 더 모호하게 느껴지게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도대체 무엇이 사랑이었는지, 아니 나는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았던 것인지 조차 헷갈리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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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내용들을 짧은 문장 안에 축약해서 보여주어야 하는 가사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사랑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쩌면 그 공간이 너무 협소할지도 모른다. 가수 잔나비는 늘 유려한 문장으로 다양한 사랑을 노래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데, 이번 음반에서 작사가 최정훈은 어떠한 사랑의 미명을 지어내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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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라는 거 우린 알 수 있을까

사랑은 먼 별에서 온 복잡한 일들만 같고

이 시대는 내겐 아직 어지러워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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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갈수록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고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만 같다. 상대방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 아래에 어떤 의도와 목적이 깔려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의심부터 찾아온다. 필자 역시도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의도를 넣기도 하고 혹은 이미 담긴 그것들을 억지로 빼어내기도 한다.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점점 더 약해지고, 상처를 수신하고 또 표현하는 방식과 기술들이 나날이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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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거래의 도구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응당 그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우리네 상식이다. 이러한 자본의 색채는 어느 새부터 우리의 마음마저 모두 물들여 버렸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로부터 조금이라도 눈길과 관심을 받아내기 위해서 커다란 몫을 지불하거나 어떤 것이든 다 내어줘 버리는 일도 있다. 그 행동이 꼭 정당한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담담한 상대의 반응에 당황하고 또 스스로 실망하고서 결국 혼자 상처받게 된다.

한 편, 누군가를 축하하고 또 격려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더욱 복잡한 사고방식을 이어간다. 얼마 어치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고깃집 카운터에 신용카드를 내밀고, 언제 돌려받을 것인가를 계산하며 축의금 봉투 속으로 현금을 쏟는다. 철저한 계산 속에 우리는 어떤 것들을 내어놓고, 이렇게 점점 복잡해져만 가는 이 세계에서의 ‘단순함’이라는 것은 점점 더 멀리 떨어지는 것만 같다.


우리는 언젠가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호의를 베풀었었다. 또 아무런 연유 없이 누군가를 순수하고 단순하게 미워하기도 했었다. 정말 아무런 악의 없이, 악의를 품었던 그날의 감정과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옅어졌다.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 현대인들의 사랑 공식은 너무나도 멀고 또 복잡한 일로만 느껴지고, 화자는 이러한 행태가 모든 곳에서 펼쳐지는 지금의 이 시대는 어지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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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표현 방식들 앞에, 내가 보낸 문자를 상대방이 읽었는지 아닌지 마저 의미와 해석을 담아야 하고, 상대방이 내게 보내는 신호 또한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읽어내야 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자 일상 속의 숙제이다. 필자 역시도 문자를 수신하지 않음으로써 거절의 뜻을 내비친 적도 있었고, 일부러 연락의 빈도를 늦추면서 상대방과의 긴장의 끈을 당겨본 적도 있다. 상처 주기 싫고, 또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드러내지 않는 표현으로 늘 마음을 내비치거나 숨겨가며 정교하게 나의 의사를 송신하는 것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이렇게 단순한 이치를 나 역시도 날이 갈수록 점점 잃어버림을 느낀다.




3) 후렴_1-1 가사

-

(어디든) 사랑을 찾아서

(빛바래진) 그 의미를 찾아서

(이 밤도) 쏟아지는 사람들 사람들

이곳은 답을 쫓는 연인들의

밤하늘과 테라스

사랑의 이름으로-

To You


4)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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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랑은 우리에게 여전히 커다란 가치이다. 우선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강력한 행복과 안정감을 준다.

필자 역시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그렇게나 좋았다. 나의 외로움을 감싸주고, 또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나를 생각해 주며, 가끔은 진한 살 맞댐으로 나의 욕구들이 풀어지곤 했었으니까. 그렇게 좋은 사랑을 찾아 어디든 쏘아 다녔다. 인연을 찾아 바다로 향했고, 또 새로운 사랑을 찾아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클럽으로 발길을 향했던 적도 있었다. 나를 감싸 안아주는 그 감정을 느끼는 모든 순간들이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게 ‘사랑’이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보내는 것보다, 나의 욕망과 욕구를 우선적으로 채워주는 것들에 점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베푸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훨씬 더 좋아진 것이다. 비록 나는 콩알만큼의 애정을 뿌리면서 상대방은 사과만큼의, 또 수박만큼의 애정을 내게 부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콩알만큼의 애정밖에 쏟지 못하는 나에게는 똑같이 팥알만큼의 관심만 보이는 사람들만 다가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순간 빛은 바랐고, 길은 잃었고, 또 답은 없어졌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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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하루를 살기도 부족하고 빠듯하다. 그래서 모두들 진정한 본인의 일상 안에서 의지와 사랑을 찾아내기는 너무나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조금의 자유시간이라도 허락한다면 모두들 빛바라진 의미라도 찾으러 그 어디라도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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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되더라도 답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공식은 날로 더욱더 복잡해지고, 사랑의 역학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저주에 걸린 우리들에게 ‘서로’를 향하는 정답을 찾아내기에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은 마치 테라스의 한 발치에 서서 밤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 잠자리채를 휘적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도 이런 모습조차,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의 미명 아래 뻗어보는 아름다운 몸짓이라 생각한다.




5)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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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라는 건

진리의 가장 앳된 얼굴

굴하지 않는 미소는 우리의 자랑이니까

다정함이 깃들기를


6)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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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찾는 단순함이라는 것은 어쩌면 가장 청순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맞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순수하게 애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일희일비하지 않고서 세상이 내어주는 조건 앞에서 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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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을 추구했었던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상대방에게 애정을 드러내고, 나 역시도 상대방의 사랑을 느껴보기 위해 바람이 많았었던 그 많은 나날들. 그리고 최대한 예쁜 표정과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행동들에 애써 다정함을 담아냈던 그날들.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안고 있는 나의 모습을 자랑처럼 느꼈었던 그날들. 무엇도 바라지 않고, 심지어 퍼준다고 해도 아깝지가 않았고, 오직 내 영혼의 끌림에만 집중했던 그날의 순간들. 밤 중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는 소식에 무작정 택시를 잡아 타고서 그녀의 손을 잡으려 달려가던 그날의 밤. 사랑의 이름 아래, 다정함을 무한히 쏟아냈었던 그날의 우리가 있었다.




7)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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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사랑을 찾아서

(빛바래진) 그 의미를 찾아서

(이 밤도) 쏟아지는 사람들 사람들

이곳은 답을 쫓는 연인들의

밤하늘과 테라스

사랑의 이름으로-




8) 후렴_2-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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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찾아온 사랑과

(눈 감으면) 그를 둘러싼 어둠과

(그 위로) 발재간을 부리던 작은 춤

그러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하는

"이 시절을 기억해! 그리 길진 못할 거야!"

사랑의 이름으로! To You


9) 후렴_2-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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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우리는 ‘받는 사랑’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찾아 오는사랑에 무뎌지고 또 쉽게 망각해 버리는 경향이 생겼다. 마음의 무게를 준다는 ‘부담’의 이름으로 쉽게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고, 또 먼 곳에서 쏟아지는 애정을 애써 무시하는 일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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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쏟아지는 빛 바라진 애정들의 장막을 싹 거두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순수함과 단순함의 감정이 발재간을 부리며 마음속에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날의 순수함으로, 우리는 다시 ‘사랑이라는 것’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유효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우리 조차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화자는 ‘현재에 충실할 것’을 일러준다. 마음에서 타고 있는 애정의 발화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기에, 그리고 그 꽃망울이 그리 길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결국 사랑의 이름 아래 우리는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많은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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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름이라면, 지금 행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정말 빠르게 변하기 십상이라, 그 과거형은 달랐고 또 앞으로의 기약도 분명히 불투명하다. 나 역시도 이렇게 단순한 진리를 등 돌리고서 멀리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음 사랑에는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과 다짐 속에 현재 행하는 사랑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리 길지 못했던 사랑의 유통기한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날들이 많았다. 사랑의 이름이라며, 이것도 사랑의 한 형태 중 하나라며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온갖 기행을 일삼던 나에게, 이 음반은 ‘이 시절을 기억해’라며 따끔한 주사를 마음속에 한 방 놓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사랑의 이름’이라면, 정말 순수한 그 이름의 아래라면 그에 걸맞은 애정 섞인 행동들을 잘 곁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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