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넬(NELL) 정규 3집 Album 'Healing Process' 중 CD 2 5번 트랙 '한계'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넬(NELL)
2. 작사: 김종완 of NELL
3. 작곡: 넬(NELL), 정재원, 김종완 of NELL, 이재경, 이정훈
4. 편곡: 김종완 of NELL
5. 발매일: 2006. 9.21.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이 세상에 모든 것들은 필연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이 세상에 첫 숨을 내뱉는 순간부터 우리는 누군가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살아간다. 누군가가 낳았고, 먹였고, 또 재웠다.
석가모니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일곱 발자국을 걸었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외쳤지만, 이 세상에 그저 던져진 우리는 결코 혼자 독존할 수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누군가로부터 전해진 관심과 보살핌 속에 조금씩 자라난다. 우리 자신이 종속되어 있다는 것도 완전히 망각해 버린 채로 말이다.
모든 이가 그래왔듯 완전한 구속 안에 속박받고, 또다시 누군가를 속박하는 선순환이 우리 사회를 이룬다.
속박은 기대를 낳는다. 내가 이만큼 너에게 해주었으니, 너도 응당 이렇게 내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히 우리 안에서 피어난다. 모든 기대는 속박에서부터 나온다. 응당 베풀고, 또 기대치를 맞추어가며 점점 서로에게 바라는 선이 올라가는 치킨게임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영혼마저 말라버리는 일이 있다. 유물로 이 세상에 나타난 우리는 어느새인가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는 관념적인 존재로 이 세상에 남겨진 것이다.
그렇게 상대의 그대에 도저히 채울 수 없을 지경을 맞이한다.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앞에서 모든 인간들은 수많은 좌절을 겪었고, 그 고통 속에서 또 수없이 많은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작사가 김종완은 인간의 기대와 그 한계에 대해서 조망했다. 음반 속에 녹여낸 한계는 어떤 것이었고, 또 어떤 좌절을 녹여내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과
니가 필요로 하는
나의 모습이 같지가 않다는 것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요
미안할 일 아니지 않나요
2) VERSE_1-1 해석
-
우리 사회의 갈등은 모두 ‘생각의 차이’로부터 나온다. 그 이상, 또 그 이하도 없다. 모든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저주는 결코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무언가를 정성 들여 상대에게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기꺼이 나의 정성을 기쁨으로 받아들일지, 혹은 부담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절망으로 받아들일지 알 수가 없다. 결코 상대방의 마음을 동일시하듯이 알 수가 없다는 지점에서 모든 비극이 초래된다.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 그리고 나의 행동들이 당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날이 더욱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잘못도 아니고, 미안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원하는 만큼 자식이 학업 성적을 받아 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장이 원하는 만큼 꼭 직원들이 매출을 올려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원했던 선물을 남자친구가 건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은 결코 잘못된 것 혹은 미안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욕망만큼 금세 퍼져버리는 것도 없고, 언제나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그 마음 자체가 욕심이기 때문이다.
-
필자 역시도 정성 들여 무언가를 준비했음에도 상대의 기대에 맞추지 못하거나,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경험이 많다. 하다 못해 누군가와 교제를 할 때에 꽤 오래 고심하고 고민하여 고른 데이트 코스이건만, 예상보다 상대의 표정이 좋지 않았을 때 속상한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훌쩍이던 밤이 있었다. 왜 자신의 기대만큼 자신에게 자주 연락을 하지 않냐며 나를 쏘아붙이던 그녀의 실망 가득한 눈빛이 있었다. 그에 잔뜩 움츠러들어 아무 말도 못 한 채 한참이나 손톱만 바라보던 그날의 밤이 나에게도 분명히 있었다.
3) VERSE_1-2 가사
-
그런데 왜 또 그렇게 자꾸
날 몰아세우는 건데
도대체 뭐를 더 어떻게 해
4) VERSE_1-2 해석
-
비뚤어진 욕심은 분출되어 누군가를 속박하고 옥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어내는 것이 절대적인 선이라 생각하며 상대의 태도를 로봇 팔을 갈아 끼우듯 손쉽게 바꾸려 드는 것이 현대 사회의 공식이 되고 있다. 종속으로 비롯된 욕심은 꼭 강박의 부작용을 낳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지쳐가는 화자가 있다. 온 힘을 다해서 진을 빼고 있는 사람에게 드리워지는 것은 더욱 무거운 부담감뿐인 것만 같다.
5) 후렴_1-1 가사
-
난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에
또 몇 개의 표정과 흐르는 마음에
울고 웃는 그런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대체 내게서 뭐를 더 바라나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줄 수 없음에
미안해 해야 하는 건 이제 그만 둘래요
6) 후렴_1-1 해석
-
참 부수어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가 우리이다. 철옹성같이 굳혔던 생각과 신념들은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에도 모두 짓이겨져 버린다. 그런 존재에 무한히, 그리고 끝없이 짐을 덧씌운다는 것은 결국 파괴를 자초한다. 기대와 바람 속에 그렇게나 사랑하고 애정하는 존재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한계’에 다다른 화자는 ‘포기’를 선언한다. 더 이상의 기쁨도, 성과도, 느껴지지 않을 때 비로소 포기를 외쳤다.
하룻밤을 지낸다는 것은 꼭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루를 더 살았다는 이유로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부모와 배우자, 자식과 건강, 돈과 명예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은 우리가 하루를 살아갈수록 그 무게만큼 어깨를 짓누른다. 해가 뜨고, 다시 지는 사이 짊어지는 무게 값이 모두 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 누군가가 나에게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바란다는 것은 마치 젠가 게임에서 기둥을 빼어 머리 위로 올리는 행위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결국 우리가 쌓을 수 있는 정도를 스스로가 잘 알면서도 무리해서 쌓고, 또 쌓기를 반복한다. 절망과 포기는 높이 쌓아진 탑 위에서 나온다. 가만히 있으면 자연히 솟아오를 수 있는 잎사귀 앞에서 굳이 나의 욕심을 채우겠다며 자꾸만 잎사귀를 위로 당기는 것이다. 그런 못된 태도를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행하고, 누군가를 구속하며 속박한다.
-
필자에게도 본인의 태도를 무한히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친구가 있었다. 정말 그는 제멋대로 행동했다. 가끔은 내게 무례할 정도로 배려 없이 행동했다. 연락을 할 때도 본인이 내킬 때 연락했으나, 내가 내킬 때 연락하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처음에는 그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참아내 볼까 했지만 결국엔 나 역시도 나를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는 이와의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결국 그렇게나 극진한 호감으로 다가왔던 이를 내 손으로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나에겐, 그 역시도 한계였다.
7) VERSE_2-1 가사
-
달라졌구나 참 많이도 변했구나
난 여전히 그대론데 넌 달라져버렸어
근데 혹시 한번 쯤 반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나요
8) VERSE_2-1 해석
-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볼 수 없기에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떻게 변화했는지 눈치채거나 알아내기 힘들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의 모습이다. 내 모습과 몰골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다른 이의 변화는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 때문에 그렇게나 쉽게 상대방이 변했다는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겠다.
-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나의 모든 것 역시도 하루가 다르게, 그리고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켜왔던 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나 꺾지 않았던 고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들 역시도 서서히 변화한다.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변화하고, 어느새인가 모든 것이 변해있다. 늘 바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대로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것은 언제나 깊은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반성과 성찰은 귀하면서도 중하다. 의식하지 않으면 전혀 알아챌 수가 없다. 나 역시도, 이렇게나 변했고 또 이렇게나 늙었다는 것을.
9)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
난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에
또 몇 개의 표정과 흐르는 마음에
울고 웃는 그런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대체 내게서 뭐를 더 바라나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줄 수 없음에
미안해 해야 하는 건 이제 그만 둘래요
10) Bridge 가사
-
빼곡히 들어선 의미라 했지만
나에겐 공허하기만 한
일방성의 무의미함
방랑과 방황의 차이
11) Bridge 해석
-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것은 분명히 많은 의미를 가진다. 서로를 생각하고 상대방의 시쁨은 생각하며 괴롭더라도 겨우내 손짓을 한 번 더 내미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임계치를 넘어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워진다. 뼈를 깎고 피를 흘리며 무작정 상대방의 기대를 맞추려 한다면 그 순간 모든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은 나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 충족의 대상조차 나에게 맺혀있어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
목적의식이 상대방에게 맺혀 있다면 결국은 공허함만 남는다. 내 영혼이 없는 행위는 의미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방적인 요구는 무의미하고, 그를 무작정 충족시켜 주는 행위조차 의미가 없다고 작사가는 서술했다. 목적성이 없는 행동들은, 방랑이자 방황이다. 차이는 없다.
12) 후렴_3-1 가사(*후렴 반복)
-
난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에
또 몇 개의 표정과 흐르는 마음에
울고 웃는 그런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대체 내게서 뭐를 더 바라나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줄 수 없음에
미안해 해야 하는 건 이제 그만 둘래요
□ 총평
-
모든 것은 있다가도 없다.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고자 하는 태도와 마음은 그 자체로도 어여쁘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우리는 그 기쁨의 목적성을 항상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혹여 일방적인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상과 피를 깎으면서 누군가에게 바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채야 한다.
최종적으로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끝을 맞이할 필요가 없다. 한계에 다다를 만큼 타인에게 모두 쏟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결국 사랑해야 하는 나라는 존재를 일깨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