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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체리필터 - 달빛소년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체리필터(Cherryfilter) 정규 3집 Album 'Third Eye' 중 3번 트랙 '달빛소년'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체리필터(Cherryfilter)

2. 작사: 캡틴락

3. 작곡: 정우진

4. 편곡: 김영석

5. 발매일: 2003. 9. 4.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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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조명은 모든 것들을 신비하게 만들어 준다. 쨍한 태양 빛 아래 놓여 있는 소년과, 희멀건한 양초 빛으로 비추어낸 소년의 형태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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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존재라고 할지라도 햇볕에 비추어 보는지, 또 달빛에 비추어 보는지에 따라 분명히 조망이 다르다. 같은 기분이라도 낮의 마음과 밤의 마음이 다른 것처럼 우리는 두 개의 얼굴을 매일 갈아 끼우기에, 또 다른 얼굴을 한 채 밤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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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의 제목은 어둑어둑한 달빛 아래에 잘 보이지 않는 한 소년을 조망한다. 잘 보이지 않으므로 신비감이 들고, 잘 알지 못하므로 호기심이 흐른다. 사랑은 다른 이를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샘솟는다. 인간이라는 생물은 햇볕처럼 쨍하게 모든 속과 행동이 뻔히 보이는 것들에게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적당히 보여주고, 또 적당히 알아가고자 하는 행동이 사랑을 키워가기에는 아주 적절한 행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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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것을 잘하지 못해 늘 고통에 시달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사랑하는 상대를 달빛에 비추기는 이리도 어려운 일이다. 작사가 캡틴락은 어둡고 흐릿한 조도에 스산히 비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신비 속에 둘러 싸인 소년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내었는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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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에 담긴 나의 바다 파란 포도주

밤하늘 저 푸른 달빛 부서져 가는 나의 여름밤

파란 달나라로 나를 데려가 줘요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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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묘사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유리병 속에파란 포도주가 담겨 있고, 그 액체는 화자에게 푸르른 바다와도 같다.

바다는 수많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바닷속에는 온갖 생명들과 해조류, 다른 대륙으로의 희망, 그리고 세이렌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에 온갖 생명과 풍요, 그리고 죽음을 담고 있다는 뜻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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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온갖 것들을 대리하여 체험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땅굴을 탐험하거나, 영화 주인공을 따라 우주를 탐험하거나, 여행 유튜버를 통해 온갖 곳들을 여행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입거나 먹는 것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 옷을 입음으로써 옛 문화를 경험할 수 있듯이, 무언가를 먹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속의 수많은 것들을 바꾸어 낼 수 있다. 화자는 파란 포도주를 입에 대었다. 이는 바다와 같이 무한한 가능성과 생명의 변화를 목젖으로 받아낸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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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신비가 가득한 밤하늘, 푸른 달빛 아래에는 한 소녀의 청춘이 사르르 녹아들고 있다. 꿈 많던 소녀는 아주 닿지 못할 그곳으로 손을 내뻗는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바다, 파란 포도주와 함께라면 파란 달나라에 가지 못 할 이유도 없다. 혈관을 타고 올라오는 취기에 눈을 감으면 달나라로 인도해 줄 피터팬과 팅커벨이 꼭 그녀를 찾아갈 것이다.




3)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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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 내리는 거릴걷다

한 소년을 바라보다 벼락 맞았었지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 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 달만 쳐다보았네


4)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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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렸던 날, 바다 그리고 포도주에 취해 어둑어둑한 파란 밤 달빛이 비치는 거리를 따라 걷다가 이내 한 소년을 조우한다. 달나라를 향해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던 소녀는 한 사람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멈추어버리듯, 마치 벼락을 맞아버린 듯 신체의 모든 것들이 진동하며 찌릿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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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온몸에 퍼졌던 그 전류를 사람들은 ‘사랑’이라 부르던데, 그 사랑을 처음 경험한 소녀는 그 자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그 낯선 감정을 외면해 보려 멀리 있는 이상향만 바라보았다. 낯설지만 닿지 못할 곳, 가능성만이 있는 그곳만을 향한다면 당장 화자의 눈앞에 펼쳐질 두려움을 애써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늘 그랬던 대로 얼굴의 홍조와 재빨리 흐르는 혈압을 기까이 낮춰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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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여전히 사랑에 서투르고, 솔직하지 못하다.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손바닥에 땀만 뻘뻘 흘리다가 애써 막대사탕 하나만 쑥 내밀고서 그 자리를 도망가던 날이 있었다. 사랑을 통해 상처받는 것이 그렇게나 싫고 두려웠다. 기어코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거절’을 당한다면, 내가 품어왔던 그 모든 애정들이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져 나를 끝없이 괴롭힐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사랑을 눈앞에 두고 애꿎은 파란 달만 바라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5)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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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추억들은 파도에 밀려 바람에 실려

슬픈 지난 일은 모두 데려가 줘요


6)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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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 소녀는 한순간 벼락을 맞아버린 듯 눈에 들어온 그 소년과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지는 못했나 보다. 한 소년을 보았고, 그를 끝없이 사모했던 그날의 기억들은 모두 ‘슬픈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그 기억과 추억들은 모두 파도에 밀고, 바람에 실어 모두 날려버리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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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결코 아름답게 기억되기 어렵다. 끝을 보고 싶었던 어린 날의 호승심, 결코 열어보지 못한 상대의 다이어리, 어떤 결과가 펼쳐졌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저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괘념이 오랫동안 한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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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열린 결말을 보았던 사랑의 여운이 생애 좀 더 짙게 남는다. 여태껏 살아오며 많은 것들을 이루어 왔대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닿지 못한 꿈, 가보지 못한 장소, 만나지 못한 사람 등 결국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지독한 미련이 늘 가슴을 저민다. 결국 시간이 흘렀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파도와 바람에 모든 것을 보내고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프지만 그저 모르는 채 두고 있는 것 밖에 없다.




7)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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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 내리는 거릴걷다

한 소년을 바라보다 벼락 맞았었지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 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 달만 쳐다보았네




8) Bridge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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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을 하던 소년 넌, 어디로 숨어버렸나

저기 저 파란 달님만 조용히 웃고 있네요


9) Bridge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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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역시도 본인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저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 마음이 좋은 감정이던 싫은 감정이던 상대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잘 모르기에 그저 숨어버리는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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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겨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침묵은 거절’이라는 의미이다. 부끄러워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겠으나, 결국은 그것 역시도 그의 거절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린 소녀는 그날의 그의 행동, 그 마음을 잊으려 하나, 결국 그 좋았던 감정마저도 모두 ‘슬픈 지난 일’로 바꾸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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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성장하고, 또 그러면서 서로를 더 잘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첫눈에 벼락이 튈 만큼 사랑에 빠졌더라도, 결국 그것을 틔어낸다는 것은 한 여름날에 눈이 내리는 것(씨야_결혼할까요)만큼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 세상 모든 소년 소녀들은 모두 이렇게 사랑을 배운다.




10) 후렴_3-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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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 내리는 거릴걷다

한 소년을 바라보다 벼락 맞았었지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 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 달만 쳐다보았네


그건 아마 어린 나에겐 사랑인 줄도 모르고

가슴만 저려오며 파란 달만 쳐다보았네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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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들으면서 난생처음 사랑을 조우했던 먼 옛날의 그때 생각이 어렴풋이 났다. 순간 벼락을 맞아버린 듯한 표정, 그녀에게서 비치던 환한 후광, 그의 생각으로 매일을 보냈었던 나날, 둘만의 첫 식사,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했던 지나간 날들.


콩알 같은 사랑에 아파했던 옛날, 그 시절이 필자에게 당장 떠올랐다. 발매 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꾸준히 이 음반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모든 청취자들에게 모종의 추억과 아픔을 꺼내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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