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아이유 (IU) 미니 4집 Album 'CHAT-SHIRE' 중 6번 트랙 '무릎'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아이유 (IU)
2. 작사: 아이유 (IU)
3. 작곡: 아이유 (IU)
4. 편곡: 이종훈
5. 발매일: 2015.10.23.
□ 분석
1. 앨범 프리뷰
- 그녀가 공기처럼 가벼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태어나는 건 언제나 어려운 법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죠? 새가 알껍데기 속에서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걸요”
: 의심은 사람을 잠들지 못 하게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곡. 의심이란 누군가 나에게 품는 의심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나에게 품는 의심일 수도, 내가 세상에게, 혹은 찜찜하게 흘려버린 오늘 하루에게 갖는 의심일 수도 있다. 커다란 어른의 손에 어딘가로 옮겨지는 줄도 모르고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자던 어린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자라고 자랄수록 조그만 기척에도 잠을 설치고 점점 더 많은 것을 경계하게 되는 것이 문득 슬퍼지는 밤에 나지막이 부르는 피아노 선율의 곡이다.
2.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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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잠과 관련된 기억이 많다. 크게 잠자리를 가리지 않아서 적당한 높이의 베개와 이불만 있다면 어디서든 잘 잘 수 있다. 현재도 이따금씩 열두 시간이 넘는 시간을 오롯이 통잠에 빠져버리는 날도 있다. 온 힘을 다해서 푹 자고 일어나면 그제야 ‘무언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게 되고,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와 전화를 하는 등 생산적인 활동에 앞서게 된다.
한편 잠은 나의 도피처이기도 하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연인과 다투었을 때,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나는 우선 잠부터 쏟아진다. 한잠 푹 자고 나더라도 고민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똑같겠지만, 그래도 더욱 명확하게 애로사항을 직시할 수 있다.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수면 후에 피어난다. 푹 자는 것도, 낮잠 자는 것도 너무나도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잠이 너무 좋고, 잘 자기 때문에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보면 너무나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참 안타깝게도 우리 어머니 역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매일 밤 유일한 충전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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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석 부자는 천 개의 고민이 있고, 만 석 부자는 만 개의 고민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그 모든 것들을 다 가진 듯 보이는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특히 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나도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위 격언처럼 만인에 대한 시선과 걱정이 늘 자신을 따라오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나 역시 언젠가 유명해진다 해도 잠은 푹 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작사가 ‘아이유’는 유독 ‘잠’에 대한 갈망으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알려져 있다. 이 음반을 통해 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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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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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잠드는 밤, 화자는 잠을 자지 못한 채 깨어 있다. 잠들기 전 많은 생각이 머리를 맴도는 것이다. 앞으로 만나야 할 사람, 해야 할 일, 그리고 돌아가고 싶은 지난날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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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심히 보내고서 눈을 감으면 그제야 오늘의 첫 명상이 시작된다. 마치 얼룩과도 같았던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결합되며 머릿속에서 상념을 만들어 낸다. 명상은 마음속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성찰이지만, 너무나도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 꾸준히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렇게 일하고, 공부하고, 밥 먹으며 떠올렸던 작은 고민들이 하루에 딱 한 번 한 밤에 눈을 감는 순간 소리를 내며 맞추어진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잠에 빠져들기 전 온갖 상상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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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똑같은 자리에 눕지만 그 매일의 마음가짐은 다르다. 업무에 지쳐 쓰러지듯 잠든 날, 내일 있을 데이트를 상상하며 두근대는 심장을 억지로 부여잡던 날, 술에 잔뜩 취해 울렁이던 속에 괴롭던 날, 회사에서 상을 받아 한껏 뿌듯했던 날 등 매일 같은 잠을 자면서도 마음은 달랐다. 단 10초라도 더 빨리 자고 싶던 날이 있었고, 소소한 생각을 오랫동안 마음껏 음미하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토록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면 눈을 감고서 전생과 현생을, 나의 조국과 전 세계를 유랑한다. 어린 날에 보았던, 외국인 친구와 겪었던, 혼자 고독했던 수많은 기억들을 별안간 떠올린 채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인가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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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상상을 다 해도 끝내 잠에 들지 못하는 날에는 누워 있는 그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진다. 왠지 시계를 본다면 더욱 각성될 것 같아 애써 시계를 보지 않고서 생각을 이어간다. 애정을 품고서 무심히 상상을 잇다 보면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3)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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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4)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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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어린 날 누군가의 따뜻한 체온과 손길을 받으며 깊은 잠을 잤던 날을 떠올린다. 아무런 고민과 걱정이 없었던 그날처럼, 모든 것을 다 잊고서 한 잠 푹 잘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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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잠을 잘 때 곁에서 누가 살을 부대껴 준다면 옥시토신(*oxytocin)이 분비되어 불안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욱 깊은 숙면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손길과 관심이 필요하고, 사랑 안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감싸 쥐는 등의 작은 살맞댐이 세상살이의 많은 고민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을 보니, 앞으로 살을 더 많이 맞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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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괴로운 순간은 깊은 잠에서 나를 현실로 일으키는 소리를 들을 때이다. 필자도 매일 아무 걱정 없는 깊은 잠을 자길 원한다. 화자의 말처럼, 별 일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손길에 깊은 휴식에 빠져든 나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잠을 잔다는 것은, 오롯이 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더라도, 그 시간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 그저, 나를 그대로 두기만을 바랄 뿐이다.
5)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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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두 눈을
다시 나에게 내리면
나 그때처럼 말갛게 웃어 보일 수 있을까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
6) VERS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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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화자는 ‘지친 것 같아.’라고 이야기한다. 고작 두 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이 작은 눈으로 보아야 하는 세상이 너무나도 넓고 광활하다. 작은 눈으로 너무 많은 것을 보아야 하고, 외워야 하기를 강요하는 우리의 세상이다. 그렇게 삶 위에 보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에 익숙해질수록 웃음기는 점점 말라든다. 대가를 받는 대신 우리는 완벽한 결과물을 내어 주어야 하는데, 무결한 결과물을 만들 때에는 웃음기를 넣으면 안 된다. 반면, 순수한 마음으로 말갛게 세상을 향해 웃어 보이던 그날들이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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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그 하루를 온전히 버텨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야 하는 일 속에, 돈벌이 속에, 명예와 건강 속에, 우리는 삶에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넘쳐난다. 그렇게 모두 하루를 살아가면서 하루를 버텨낸다.
이렇게 견뎌낸 하루 끝에는 따스한 체온과 손길을 건네어 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하루 끝에 사랑하는 상대가 있다면 지름길을 택하더라도 한 시라도 빨리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에 닿을 수 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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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 한 시도 쉬지 않고 집으로 매달리던 한 아버지를 보았다. 그토록 열심히 달리는 이유는 회사에서 집까지 거리가 꽤 멀기 때문이었는데, 자식이 잠들기 전 조금이라도 깨어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토록 애달프게 달렸던 것이다. 하루 끝에 매달려 있는 아무 소중한 행복의 길이 그에게는 존재했다. 지친 하루 끝에도 그러한 사랑이 남아 있다. 그 행복을 찾아 하루를 오롯이 버텨내었듯, 오늘의 끝에는 화자가 그토록 바랐던 웃음기를 되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7)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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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8)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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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 총평
- 일생은 잠들고 깨어남의 순환이다. 매일 찾아오는 그 휴식의 시간은 다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하다. 그렇게 중요한 나만의 시간이기에,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잠을 위한, 잠을 향하는 작사가의 마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음반이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잠을, 더욱 아끼고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