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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피노키오 - 사랑과 우정 사이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피노키오 정규 1 Album '다시 만난 너에게' 3 트랙 '사랑과 우정 사이'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피노키오

2. 작사: 오태호

3. 작곡: 오태호

4. 편곡: 안정훈, 김성호

5. 발매일: 1992.11.30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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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을 것이다. 평생을 믿어 왔었던 신념도 아주 사소한 균열로부터 산산이 깨어져버리고, 철석같이 여겼던 신뢰의 관계도 정말 작은 사건에서 모든 온도와 색깔이 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변화에 그다지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마치 서서히 사라지는 젊음을 눈치채지 못하듯이, 모든 변화들인 어느샌가 새치가 돋아 있듯 이미 진행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 ‘관계’처럼 유동적인 것은 없기에, 그 속의 변화도 그만큼이나 잦다. 싫었던 감정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친구 관계이건, 친척 관계이건, 동료의 관계이건 모두 변함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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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으로부터 새로움을 찾는 것은 당연히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가져온 감정선을, 또 갑작스럽게 바꾸어 내는 것은 어렵기만 하지만, 언제나 변화는 끊임없이 찾아온다. 부모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그리고 연인 사이에서도 수시로 찾아오는 뒤바뀜에 얼마나 기민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지가 관계의 성패를 결정짓는 커다란 실마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음반의 제목은 ‘사랑과 우정 사이’의 역학을 다루고 있다. 관계란 정말로 명확한 경계선이 없기에, 그리고 그 모든 정의들은 개인이 정하기 나름이기에 그 속에서의 변화는 아무런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올 때가 많다. 직접적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음반의 제목처럼, 작사가_가 그려낸 관계 역학의 번화를 어떻게 맞이하였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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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어디서부턴지 무엇 때문인지

작은 너의 손을 잡기도 나는 두려워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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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은 직접적인 상황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곡의 시작점에 시각적으로 장면이 그려지는 상황을 제시하는 것은 아주 구조적이면서 효과적인 작사법이다.

애써 고정한 머리가 다 말라갈 만큼 시간이 흐르는 사이, 화자는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소한 몸짓과 손 맞댐마저도, 현재는 무척이나 ‘두렵게’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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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 있고, 느끼고 싶지 않아도 기어코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 그 감각이 가장 강렬하게 찾아올 때는, 대개 별로 좋지 않은 예감일 경우가 많았다. 잘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생각했던 것만큼 상대로부터의 반응이 잘 돌아오지 않을 때, 핏 속에 새겨진 동물적인 감각이 위험 신호를 보낸다.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와 말이 가진 무게의 신호를 감지하고서, 그 행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감각을 가진 이의 숙제이다.

그 이후 화자가 느낌 감정은 결국 ‘두려움’이다. 친숙한 무언가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 그 이후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하여야 한다는 무서움이 화자의 마음속을 압도적으로 파고든다. 변화와 상실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들은 그저 그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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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겐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누구도 널 대신할 순 없지만

아닌 건 아닌 걸 미련일 뿐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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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자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결국 상대와의 관계에는 정해진 끝이 있다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느꼈던 자그마한 신호들이 화자를 이미 확신의 단계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처음 사랑의 감정이 화자의 마음속에서 피어났을 때에는 당연히 다양한 느낌들이 솟구쳤을 것이다. 두려움, 설렘, 긴장 등 온갖 다채로운 감정들이 피어났지만,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한 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모든 감정들을 찬찬히 끊어내는 것뿐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어차피 헤어짐’을 직시하는 것이다. 속에서 피어나는 마음을 자르고 또 잘라내면서 결국 미련의 씨앗까지 뽑아버린 듯하다. 사랑의 감정을 끊어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잔인하면서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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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미 온 마음이 상대방으로 가득 차, 이제는 다른 이로 대체할 수도 없는 지경까지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이미 혼자서 마음을 끊어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기에 상대방이 남을 수 있을만한 자그마한 공간마저 모두 벗겨내어 버린다. 이미 예전부터 ‘아닌 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5) Pre Chorus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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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 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6) Pre Chorus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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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그저 ‘친구 사이인’ 상대방을 만날 때에도 시간이 멈추기를 원했고, 그 모든 순간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모든 순간과 나날을 보내는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가져갈 수 있기를, 화자는 간절히 원하고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을 결국 스스로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상대가 ‘숨겨온 진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비추어 보아, 둘의 관계는 짧게나마 연인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끓어오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상대에게 그 뜨거운 감정을 전달했고, 상대 역시도 일순간 받아들였지만 결국 마음 깊은 곳까지 열기가 전달되지 못해 상대는 ‘솔직한 마음’인 이별을 이야기 한 상황이 그려진다.

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조기에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 것처럼 비참하고 허탈한 것은 없다. 더욱 깊어지기 이전이라 참 다행이라도 생각하면서도 끝내 달성하지 못한 목표가 눈앞에서 계속하여 아른거릴 것이다. 미련이란 버릴래도, 버릴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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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것을, 억지로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완전히 대비되는 상황을 제시하여 화자를 더욱 안타까워 보이게 만든 작사법이 돋보인다.




7)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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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8)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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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매하게만 남아버리는 그 관계를 망각하는 방법으로는 완전히 그 상황에서 떠나버리는 것을 선택한다. 그 환경에서 벗어난 후에야 그 속 쓰린 마음을 조금씩 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잊는 방법으로는 결국 상대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보다, 저 자신을 미워하는 것을 택한다. 그렇게나 사랑했던 상대를 결코 미워할 자신이 없는 마음이 물씬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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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의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모두 본인의 탓을 해버리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미 일어난 결과를 모두 본인의 잘못과 욕심으로 인정해 버리고 받아들인 다음 그 고된 인내의 시간을 거치면서 정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필자도 무언가로부터 필히 멀어져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의례 나의 탓을 하고서 동굴에 들어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수 없이 곱씹고 깨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 온전히 내면으로 소화시킨다. 반대로, 스스로 깨어내는 과정 중에서 회복과 치유도 같이 진행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시간은 정말 많은 것들을 해결해 주었다.

떠난 곳에서도 결국 별다름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 역시도 혼란 앞에서는 언제나 또 떠날 채비를 한다.


자기감정을 인정하고자 하는 남자는, 늘 곱씹어 내기 위한 여행을 준비하게 되는 듯하다.




9) Pre Chorus_2-1 가사(*Pre Chorus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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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 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10) 후렴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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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

우연보다도 짧았던 우리의 인연

그 안에서 나는 널 떠나네


11) 후렴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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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관계로 남을 바에는 차라리 선택지에서 없어지는 것을 택한다. 결국 언젠가 또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쉬운 다짐일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현재 본인의 감정 앞에 우뚝 서서 당당히 다짐한다.

무엇보다도 짧게 끝나버린 듯한 인연이지만, 그 속에 담긴 모든 감정들을 오롯이 받아내려 한다. 그것이, 한 남자가 감당할 수 있었던 최선의 책임감이었던 것이다.




12) Refrain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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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

우연보다도 짧았던 우리의 인연

그 안에서 나는 널 떠나네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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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내 감정이 변하는 것이 나 조차도 두려울 때가 있다. 감정의 얼굴이 뒤바뀌는 것은 점점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소름처럼 돋아보리듯 변모하기 때문이다. 한 번 표정을 바꾼 감정은, 순식간에 불어난다. 기쁨도, 설렘도, 우울도, 불안도 모두 똑같은 발걸음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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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인간은 그 앞에 의연한 척해도 결국 어쩔 수 없다. 마치 신탁을 받은 것처럼, 온몸을 감싸 안은 그 감정에 지배당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사람이고, 또 그렇기에 세상에 많은 작품들이 탄생하였다. 필자 역시도 쉬이 정의할 수 없는 관계와 감정의 경계선에 심취하여 앞으로도 글을 써내려 나갈 것이다.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그 오묘한 감정에 표류하는 것은 작가에게는 언제나 작가에게 큰 영감이 되어준다. 겉보기에 ‘사랑과 우정 사이’ 같은 애매한 경계선이 복잡해 보일 때도 있지만, 나로서는 그런 감정들도 썩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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