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중식이 디지털 싱글 Album '나는 반딧불' 중 1번 트랙 '나는 반딧불'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중식이
2. 작사: 정중식
3. 작곡: 정중식
4. 편곡: 우주비
5. 발매일: 2020. 4.23
□ 분석
1. 앨범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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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는
목표를 정하고 결심을 하고 행한다는 게 참 어려웠다.
관계적으로 물질적으로 시도하고 도전하고
뱉어놓은 말들 만으로는 이룰 수 없던 야망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이의 입에서 나온 이상들 때문인지
너무 부끄러워 스스로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버린 순간이었다.
모든 일에 비난하고 불평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실패할 때마다 남을 탓하며
그렇게 패배에 익숙해져만 갔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나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또 욕을 하겠지
누군가는 또 시기하겠지
누군가의 칭찬마저도
비꼬듯이 들리는
꼬인 사람이 되었을 무렵..
나는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 포기하는 것마저 익숙해진 어느 날
며칠을 씻지도 않고 누워만 있던 어느 날
스스로 혼자 라면 끓여먹는 일에 성공하고
깍두기 만들기에 성공하고
아르바이트 구하기를 성공하고
그 돈으로 컴퓨터를 사는 것에 성공하기까지
성공의 기준을 낮추고 세상을 바라보니
비록 작지만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월세를 못 내서 친구 집에 쫓겨났을 때도
'괜찮아 괜찮아.. 나는 될 놈이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그래도 괜찮아 나는 눈부시니까
2.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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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첫 울음을 뱉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삶의 주인공은 계속해서 나였다. 여느 영화 주인공처럼 멋지게 살고 싶었다. 다양한 모습의 미래의 나를 꿈꾸며, 매일 주어진 오늘을 살았다.
어린 날의 나도 많은 꿈을 꾸었듯, 지금의 나도 그렇다. 다만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린 시절에는 막연히 ‘사람들의 환호를 많이 받는’ 등의 뜬구름 잡듯이 추상적인 꿈을 꾸었고 지금은 꽤나 현실적인 목표를 바라는 것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일 것이다. 막연히도 별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대단한 재능이 어디에선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는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을 꽤나 즐겼던 나는,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나만의 장기를 대중 앞에서 내보일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이가 환호하며 손뼉을 쳐주는 상상을 많이 했다. 그 장기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디선가 빛나고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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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나는 빛났다. 하지만 나만 빛나는 것이 아닌 모두가 빛났다. 그러나 그 모두가 환히 빛날 수는 없었다. 더 밝고 화려한 이 앞에서는 나의 빛이 바래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절망이라는 단어는 꽤 어린 나이부터 실감하게 되었다. 난생처음으로 전했던 사랑 고백에서의 나의 감정은 무참히 짓밟히게 되었고, ‘드라마 PD’라는 꿈을 품었던 학생 시절에는 학생 PD가 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모집에서 보기 좋게 떨어지게 되었다. 경쟁자들에게 밀려 원하던 대학 합격의 고지를 넘지 못했으며, 대학 시절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의 교환학생 선발에서 탈락했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분명히 나도 빛났겠지만 왠지 다른 이는 더욱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빛이 있기는 한 걸까, 의심이 드는 날도 많았다.
나는 인삼인가 고구마인가, 별빛인가 아니면 반딧불이 밖에 되지 못하는가를 고민하며 세상 존재들의 등급을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음악계에서, 공학계에서, 교육계에서 빛나는 사람들의 존재들에 기웃거리기 바빴고, 더 빛나는 별들로부터 하나하나 따지며 순위를 매겼다. 그리고 가장 빛나는 것만 같은 저곳으로 어떻게 하면 빨리 올라갈 수 있을까 골몰했다. 나는 이미 빛난다고 믿었지만, 남들보다 더 환히 빛나길 원했고 더 빨리 빛날 날을 기대했던 것이다.
모두 헛된 바람이라는 것을 알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각계각층에서는 나름의 별들이 빛나고 있었지만, 그들 스스로는 빛이 바래지 않도록 상상도 못 할만큼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쉽게 얻으려 했지만 늘 녹록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한 발길질은 언제나 필요했으며, 또 유효했다. 내가 상상하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을 향해 달려갈수록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너른 달빛 아래서 나는 손톱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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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아마추어이자 무명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상과 떨어진 현실에서 느껴야 하는 괴리감은 그 무엇보다도 괴롭다. 자신의 존재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 그리고 진정으로 발가벗은 본모습을 마주한 순간 느껴지는 자괴감은 엄청나다. 그래도 죽을 수는 없다. 계속 살아가야 한다.
작사가 정중식은 빛나는 자신의 모습을 ‘벌레’에 비유하였다. 하지만 벌레라고 할지라도, 반딧불이는 그 특유의 빛을 내는 특별한 존재이다. 작사가 정중식이 그려낸 빛의 모양은 과연 어떤 형태를 가졌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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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2) 후렴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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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3) 후렴_1-3 가사 (*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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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4) 후렴_1-1, 1-2, 1-3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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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가능성’이라는 환상 하나라면 세상을 호령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세상은 젊은이의 가능성을 예쁘게만 바라봐 준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을 때, 아무것도 모를 때 용기와 자신감이 넘친다. 무의 세계, 광야, '실패'인가 '성공'인가 알지 못할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곳, 그곳에서는 분명한 근거가 없는 자신감만이 흘러넘친다.
‘가능성’은 젊은이를 빛나게 한다. 그가 세상에 빛을 가져올지, 파멸을 불러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기에 스스로 빛이 난다. 탄생 이전에 수많은 선구자들이 있었지만 선대보다 더욱 진보한 세상을 두 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모든 이의 마음에 자리 잡은채 우리는 태어난다. 마치 하늘로부터 칙령을 가지고 지상에 내려온 정의의 사자처럼, 모든 젊은이는 자기 자신을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것으로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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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젊은이에게는 절망이 깃든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필자도 그러하고, 나의 부모님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철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서던 새파랗게 어린 검병이 그러하였을 것이고, 평생을 하느님만 바라며 살아온 수사 역시 언젠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을 것이다. 절망의 늪은 그렇게나 깊지만,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자신 밖에 없다. 검으로 찔러 죽이거나, 검에 찔려 죽거나 하는 죽음의 양자택일 상태에서도 젊은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지 밖에 없다. 행하고 천명을 기다린다. 그저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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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청년’이라 일컬어지는 필자 역시 주기적으로 실패감과 좌절감이 몰려온다. 나에게도 이상은 저 멀리 별만큼 떨어져 있지만, 내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과 손에 쥐고 있는 것들과 매일 하는 일들은 너무나도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혹은 벌레와 같은 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라고 생각하며 초라한 행동을 계속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매일을 살아가는 오늘 중 하루가 화려하게 포장되어 남들에게 알려지겠지,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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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렴에서는 ‘알았어요’와 ‘몰랐어요’라는 단어의 절대적인 대비를 통해 이상향과 현실의 괴리를 극적으로 표현한 작사법이 돋보인다.
5)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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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
6)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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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은 불안과 강박의 표지이다.
필자에게도 하나의 습관이 있다. 긴장을 할 때면 늘 손톱을 바라보고, 손끝의 정갈하지 못한 부분을 뜯어 버린다. 입시 면접을 보거나, 고해성사를 하고 난 이후에는 드러난 흰 부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손톱을 부러뜨린다. 긴장할 일은 방방곡곡에서 일어났고, 세상 곳곳에 수없이 많은 손톱을 흩뿌리며 살아왔다.
긴장을 잊기 위한 방어 기제로 손톱을 물어뜯었는데, 그것들이 언젠가 하나로 뭉쳐 초승달이 되었고, 세상을 옅게 비추고 있었다. 아직 차오르지 않은 초승달은 ‘성장’과 ‘가능성’을 상징하는데, 큰 무대에 서면서 만인의 이목을 끌며 아주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는 것을 화자는 뒤늦게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날들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모두 저 멀리로 날아가 희미하게 자신을 반추할 뿐이다. 손을 쓸 수도 없을 만큼 오래된 기억들은 지금의 나를 괴롭게 만들면서 한편으로 옅은 미소를 띠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한 눈물이 있었던 지난날을 굳이 자신의 탓으로 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화자는 ‘누가 저기 걸어놨어?’라는 말을 되뇔 수밖에 없을 것이다.
7)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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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8)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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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정중식은 한 인터뷰에서 해당 곡이 ‘무주 반딧불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무주’라는 단어를 가사에 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본디 실제적인 의미는 대한민국의 지명인 ‘무주읍’이 되겠지만, 위 사실을 모르는 청취자들은 해당 단어를 ‘무주(無主)’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서 유영하던 수많은 고민과 절망들이 뭉쳐져서 옅게 빛나다가, 아무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인 이 땅에 내려왔다. 각자의 아픔을 안고 있는 우리가 서로 만났고, 드디어 서로라는 주인을 찾으며 다시 삶을 알게 되는 이야기로 읽힌다.
혼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결국 서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이는 각자의 지옥과 절망을 겪으며 살아온 존재였을 것이다. 아주 미세한 빛만을 내뿜는 반딧불이와 같은 존재일지라도, 서로 뭉치면 별과도 같이, 혹은 별보다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으리라고 작사가는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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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삶은 서로 만나기 위함에 맺혀 있다. 우리의 만남은 마치 약속과도 같이, 누군가 감히 끊을 수가 없는 사실이자 존재일 것이다.
9)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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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10) 후렴_2-2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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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 총평
- 두 손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맨 주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젊은이에겐 뜨거운 피가 흐르고, 눈빛에서 쏟아지는 별이 있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장 잡아채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금전의 이유, 명예의 이유, 건강의 이유는 계속해서 젊은이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때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는 그저 벌레와 다름없는 미물이라는 것을. 빛을 발할 수 있지만, 아주 미미한 광채만을 뻗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래도 빛을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늘 상기하며 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만났듯, 서로의 삶에 맺혀 있다면 언젠가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빛나는 우리가 만난다면 결핍의 초승달에서, 망향의 보름달을 향해 점점 차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