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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를 망치처럼 다루어 주소서.
한낮에 달구어진 못머리 위로
무거운 압력을 실을 수 있도록
무참히도 저를 휘둘러 주소서.
주님, 저를 붓처럼 다루어 주소서.
어지러운 곳간을 환하게 밝히고
획이 갈라진 곳에 이음을 주는
유한한 빛깔로 칠해 주소서.
주님, 저를 자루처럼 다루어 주소서.
뾰족한 것들도 거뜬히 담아 내고
아무쪼록 다치지 않게 휘휘 감아 버린 채
뭉텅이 사이로 던져 넣어 주소서.
주님, 저를 잔처럼 다루어 주소서.
온냉의 구분 없이 꾸준히, 인내하며
본질을 지킬 줄 아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재 속에 그저 담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