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당신을 만나기 나흘 전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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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기다려 온 찰나의 순간

비록 핍박받아 꺼져 갔더라도

멈추지 않고 빛나던

이리의 목표물


발톱을 드러내기 직전

까만 땟국물이 빠졌는지 확인하고

목청을 다듬고 쑥대강이를 빗어대며

아무렇지 않은 척 기다리던 폭풍우


태풍의 눈 속에서 보이던

너의 웃음소리, 날아다니던 환영

닿고 싶어 손을 뻗어 본대도

맺어지는 것은 침묵의 깊은 이랑


이내 도착한 난쟁이의 마을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

만인의 환호와 기쁨의 노랫소리

과연 나는 그들의 안식처였나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다시 떠나는 여정길,

도와주는 이는 이따금 짐이 되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인지상정,

양귀비 꽃에 취해 아득해진 정신머리


그제야 일구어낸 것들이 보이고 비친다.

열망 같은 성취감이 끓어오른다.

번개처럼 달려들어 눈두덩이를 할퀴어댄다.

잡아내고 채어낸다. 마치 미래가 없듯이


두근대는 마음으로 승리를 외친다.

비록 공명 없는 메아리일지라도

스쳐 오는 것은 무한하다.

꿰뚫어 버리는 것은 아찔하게 날카롭다.


배꼽 밑으로 찬바람이 숭숭 불어온대도

평생 놓치지 않으리

뼈와 살이 다 분리되고 삭아 들더라도

영원토록 그것을 핥아대리


평생을 기다려 온 찰나의 순간

핍박받고 꺼져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빛나던

마음속 나의 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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