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으리.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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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겠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수백 번 되뇌었던
나의 작은 다짐

소중하고도 헛된 애정들을
만인의 밑 빠진 독 사이로 쏟아버리길
끝없이 반복한 끝에

비로소 옅어지는 안개
드러나는 갈림길
고속도로인 줄 알았던 길마저
알고 보니 완행열차 철도길

다시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돌아가는 객차에 굳이 몸을 싣지만
마음은 저 멀리
발걸음은 이미 동경 땅에

뒤따르는 나귀의 발굽소리가
선명하게 두렵기도 하더라도
붙잡을 수 있는 건 그저 옷 매무새뿐
단정히 빗어내린 마음가짐뿐

스쳐가는 쌀알들 사이
빛이 나는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저 흘려 보내는 것이 상책
구태여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 묘책

언젠가 맑은 빗방울이
미간 사이로 똑 떨어지겠지
기대하고 상상하며
하늘을 향해 쏘아보는 시선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겠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말 없이 되뇌었던
나의 커다란 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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