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ILLET - NOT CUTE ANYMORE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아일릿(ILLET) 싱글 1집 Album 'NOT CUTE ANYMORE' 중 1번 트랙 'NOT CUTE ANYMORE'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아일릿(ILLET)

2. 작사: Jasper Harris, Sasha Alex Sloan, 유라(youra)

3. 작곡: Jasper Harris, Sasha Alex Sloan, 유라(youra)

4. 발매일: 2025.11.14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다른 이에게 좀 더 멋져 보이고 싶은 모습, 혹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가장 먼저 외적 변화부터 도모한다.
하물며 일반인들도 이러한데, 늘 대중들에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아티스트들에겐 이미지 변화에 대한 압박감이 더욱 클 것이라 생각한다.

K-pop 아티스트들에겐 이미지 변신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전형적인 클리셰가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년에서 남자로, 혹은 소녀에서 여자로의 획기적인 변신을 흔히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이러한 변화는 개연성도 잘 맞다. 귀여운 티셔츠를 입은 채 화면에 비치던 어린 소녀는 어깨를 훤히 드러낸 채 사진을 찍고, 곱슬머리의 소년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잔뜩 커진 근육을 대중에게 자랑한다.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은근슬쩍 대중들에게 보여주면서 아티스트 본인의 이미지 변신을 각인시키는 것이 대부분의 방식이었다.
또 다른 경우로는 앨범 자체에 콘셉트를 잡아 활동 기간 동안 소속사의 방향에 맞추어 대양 선원이 되거나, 악마가 되거나, 뱀파이어가 되는 등 아티스트들은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늘 표현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결과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치지, 직접 ‘나는 어떤 콘셉트로 준비했다.’라고 아티스트 스스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 음반 제목이나 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해당 음반은 제목부터 내용까지 모두 ‘이미지 변신’ 그 자체에 대해 직접적으로 노래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아티스트 스스로가 귀여운 이미지로 인식했는지, 그의 입으로 ‘나는 더 이상 귀엽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K-pop 음반 시장에서 꽤 파격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


-

모두 치밀한 설계 끝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작사가의 입장에서 Hive ENT.의 의뢰는 늘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느낀다. 곡의 리드 사항에는 음반의 전반적인 방향부터 가사에 담고 싶은 문장까지 빼곡하고 장황하게 적어서 알려준다. 그렇기에 적어도 Hive ENT.의 가사를 쓸 때는 주어진 리드사항을 잘 해석하고, 이를 곡 안에 정교하게 설계해 넣는 일이 중요한 몫이 된다.

음반의 전체적인 방향은 그들 스스로가 귀엽지 않으며, ‘어른 같아 보이는’ 모습들을 부각한다. 더 이상 어리게만 보이기 싫다는 10대들의 발칙한 상상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작사가는 커다란 숙제를 떠안았을 것이다. 과연 10대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어른스러운’ 모습 혹은 행동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하고 설계해야 한다. 작사가가 그려 낸 ‘귀여움으로부터의 탈피'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

용감한 내 가방

No keyring, no hand mirror.

Oh, Rock will never die

린다 린다 자장가


한정판 콩국수

Matcha보다 고소해

I’m too shy for all these

데이트 내내 젤리슈즈


2) VERSE_1-1 해석

-

음반에서 가장 먼저 나온 소재는 ‘가방’이다. 키링손거울이 없는 가방을 무려 ‘용감하다’라는 수식어를 붙여 꾸며내었다. 그만큼 일상적인 물건들에 개성을 불어넣지 않는 그 자체가 반대로 10대들에게는 ‘용감한 행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겉모습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가지고 다니던 손거울도 치워버렸다.
귀여워 보이고 싶지 않기에 자장가도 의도적으로 록 음악을 골랐고, 또래 친구들에게 유행하는 말차보다 어른들이 찾는 콩국수를 찾아 먹는다. 그럼에도 아이 같은 모습을 숨길 수는 없나 보다. 나름 이성친구와 어른스러운 ‘데이트’를 하지만, 발에 꼭 맞는 젤리 슈즈를 신은 채 남자의 옆자리를 나란히 걷는다.

-

원집합에서 교집합을 제외하듯, 현재의 모습에서 아이스러운 행동을 빼면 어른스러워 보일 수 있겠다고 화자는 생각했다. 소재들이 아티스트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른스러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소재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10대의 아이돌 가수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한 소재 선택이 아주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성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방에 키링을 달지 않는 행동이 ‘용감하다’고 떠올리기가 힘들 것이고, 숙면을 위해 자장가를 듣는 것도 아주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자장가를 위한 음악을 선곡하는 행위 자체가 반대로 어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무리 그게 록 음악이라도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소재의 활용으로 해당 곡의 감정선이 확실히 드러나며, 작사가의 고심이 물씬 느껴졌다.



3) VERSE_1-2 가사

-

I got Suede on my vinyl

나의 동화책




4) 후렴_1-1 가사

-

I’m not cute anymore

I’m not cute anymore

안돼 no more

강아지보단 난 느슨한 해파리가 좋아

Cuz I’m not cute anymore


5) 후렴_1-1 해석

-

화자는 더 이상 본인이 귀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며, 흔히 또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강아지’ 같은 귀여운 생물보다는 ‘해파리’가 더 좋다며 자신의 독특함을 이야기한다. 이 역시도 아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화자의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

ILLET이 지난 음반인 ‘Magnetic’에서 ‘슈퍼 이끌림’이라는 완전히 생소한 단어의 조합으로 각광을 받았듯, 이번 음반 역시도 ‘느슨한 해파리’라는 아주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서 화자의 특별한 모습을 부각할 수 있었다. 배짱이, 해파리 등의 여자 아이돌이 흔히 사용하지 않을 듯한 소재들을 용감히 사용함으로써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색깔을 확실히 표현했다.



6) VERSE_2-1 가사

-

5분 컷 완벽한

My makeup tutorial

When I get super stressed

공포영화 좀 볼까?


근데 넌 멀었어

Oh I don’t like cherry coke

난 외계인이 아냐

그냥 털털한 편인 거야


7) VERSE_2-1 해석

-

서툴렀던 화장 역시도 5분이면 기초를 다질 수 있을 만큼 능숙해졌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오히려 공포 영화를 보며 해소한다고 말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단순한 해소법이 아니라, 교감 신경의 아드레날린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 농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화자의 눈에는 상대방이 아직까지 어리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Cherry Coke’는 약 18%의 도수의 칵테일이지만 왠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아이 같은 느낌’에 화자는 본능적으로 이를 거부한다. 화자의 이러한 모습은 아주 별나라의 외계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본인의 모습임을 강조한다. 자신이 하는 어른스러운 행동들이 마치 일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말이다. ‘털털한 편’이라는 말 자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심취해 있는 듯하다.

-

필자 역시도 성장 과정 속에서 난생처음 겪는 경험을 할 때에는 마치 별나라에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겪은 몰랐던 감정들은 나 스스로를 고양시키기 충분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한 발짝 넓힐 때면 나는 아주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졌고, 부쩍 어른스러워졌다고 자만하기도 했다. 모두가 똑같은 감정과 과정을 다 겪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진실을 아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다들,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8) VERSE_2-2 가사(*VERSE 반복)

-

I got Suede on my vinyl

나의 동화책




9)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

I’m not cute anymore

I’m not cute anymore

안돼 no more

강아지보단 난 느슨한 해파리가 좋아

Cuz I’m not cute anymore




□ 총평

-

적당한 소재를 이용해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의 선을 아주 정확하고 유려하게 읽어낼 수 있어서 아주 유쾌하면서도 적절한 작사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이해되지 않는 가사일수도 있겠으나, 10대가 생각한 어른스러움의 정확한 선을 지키면서 작사가의 의도가 정확히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엉뚱하게 느껴지는 발칙한 감정을 아주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통통 튀고 발랄한 느낌의 음악에 어린 가수들이 ‘나는 더 이상 귀엽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는 그 모습조차 커다란 귀여운 요소로 느껴지는, 역설적이면서 기발한 콘셉트를 기획사가 잘 의도했다고 평한다.

매거진의 이전글#50. 데이브레이크 - 들었다 놨다 / 작사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