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W.H.I.T.E - 네모의 꿈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W.H.I.T.E 정규 3집 Album 'Dream Come True' 중 2번 트랙 '네모의 꿈'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W.H.I.T.E

2. 작사: 유영석

3. 작곡: 유영석

4. 편곡: 유영석, 김기형

5. 발매일: 1996.12.12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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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참 재미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살지만, 결국 다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점이다. 어떤 국가의 사람이건 모두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종이 위에 까맣게 칠해진 글씨를 읽으며, 저마다의 사랑 앞에서 울고 웃는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아름답다고 느끼고, 오물이 쌓인 공간을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인간이라는 개체 자체가 이미 이렇게 모든 회로가 설계된 채로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네모난 종이 위에 써진 것들로 지식을 얻고, TV 화면 속에서 떠드는 사람의 말을 들으며 깨달음을 얻는다. 숫자를 손으로 써보면서 수학을 익히고, 평면에 그려진 그림을 토대로 원과 구의 형태를 깨닫는다. 누구나 그러하고,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정말 큰 틀에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게 자란다. 다만 각자 조금씩 다른 것을 숙련하며 살아갈 뿐이다. 본질은 똑같다. 나 역시도 누군가가 보여준 대로, 학습시켜 준 대로 생각하고 있고, 또 창작이라는 것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무리 특별한 척, 독창적인 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세상은 세상을 인지하는 시선을 거시적인 관점에도 모두 똑같고, 결국은 나 조차도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그저 답습하고 있을 뿐임을 깨달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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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치 운명처럼 정해진 듯, 혹은 누군가가 이미 설계하였듯 생을 살아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누구의 뜻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곡은 '네모'가 꾸며낸 짓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의문점을 던진다. 이렇게 독특한 사고를 한 작사가 '유영석'의 생각을 어떤 것이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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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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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네모난 것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문득 느끼는 때가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네모난 종이 위에 글자를 써내리고 있고, 어느 정도 초고가 만들어지면 네모난 키보드를 통해 네모난 화면 속으로 네모 반듯하게 활자를 옮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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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Idea(이데아), 즉 '이상'의 개념을 고안하였다. 세상은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로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들은 형이상에 있는 존재를 모방한 것에 불과하고, 모든 형태의 완벽한 본질은 하늘 위에 있다고 믿었다. 가령, 동그라미를 그릴 때 우리 지구는 동그랗게 생겼기에, 아무리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린다고 해도 아주 조금은 원형으로 휘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무결한 동그라미는 저기 하늘 위에 있을 것이며, 그것을 이상(Idea)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우리는 삶 속에서 무한히 네모를 마주한다. 지금 필자의 책상 위에도 정말 많은 네모들이 있다. 공책, 화장품, 향수, 메모지, 그리고 휴대전화까지 모두 다 네모난 모양이다. 플라톤이 살았던 고대 그리스 시절에도 이렇게 네모들이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현대 사화는 형이상의 네모가 온 세상에 다 흩뿌려져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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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우리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렇게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나라를 겪을 수 있었는데, 세계를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어느 나라나 존재할 것은 다 존재하였고 심지어 형태마저도 거의 비슷했다는 점이다. 어떤 나라의 책상이던 모두 비슷한 높이와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침대도, 벤치도, 물컵도 거의 비슷한 생김새였다. 사용하는 물건과 주거의 환경이 거의 비슷해서 그런가, 우리의 생각도 점점 비슷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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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걸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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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물론, 화자의 또래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의 건물로 들어가 똑같은 것을 학습한다. 선택권은 없다. 이미 정해진 것들 뿐이다. 그것에 대한 성적을 얼마큼 받느냐가 그들을 구분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벗어나고 싶다면 완전한 궤도 이탈을 해야겠지만, 그러한 추진력은 범인(凡人)들에게 부족하다.

그렇게 의식도 못한 채로 하루를 형이상의 계획대로 살아간다. 모두가 다른 부모에서 태어났지만, 모두가 똑같은 물건을 사용하며 똑같은 행동을 하고, 똑같은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의식하는 것이 더욱더 괴로울 것이다. 동굴 밖의 횃불을 보고서 다시 동굴로 돌아온대도 바뀌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5)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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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다 온통 네모난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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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 모든 것을 정한 어른들은 반대로 '둥글게 살 것'을 주문한다. 반대로 말하면 각지지 않거나 모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각을 세워 뾰족이 누군가를 찌르는 것보다는 온유하고 수긍하며 얌전하게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모습을 '멋진 것'으로 인식하고 조망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자랐고 또 답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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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땅은 획일적이지 않다. 어느 공간과 완벽히 일치한 곳은 없다. 하지만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획일화된 채 살아간다. 아무런 의심 혹은 문제의식도 없는 채로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둥글게 살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를 감싼 것들이 모두 각진 세상에서 표출되는 성격마저 각져버린다면 이 세상살이가 너무나도 각박해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랑의 표식에는 직선이 없듯, 사람의 관계 역시도 곡선이 가득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굳게 믿는다.




7) VERS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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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아버지의 지갑엔 네모난 지폐

네모난 팜플렛에 그려진 네모난 학원

네모난 마루에 걸려 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의 이름들


네모난 SPEAKER 위에 놓인 네모난 테잎

네모난 책장에 꽂혀있는 네모난 사전

네모난 서랍속에 쌓여있는 네모난 편지

이젠 네모같은 추억들




8) VERSE_2-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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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태극기 하늘 높이 펄럭이고

네모난 잡지에 그려진 이달의 운수는

희망없는 나에게 그나마의 기쁨인가 봐


9) VERSE_2-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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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획일화된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모든 이가 다른 것은 '오늘의 운수'일 것이다. 사실 이 운수라는 것도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에 '나 자신의 상황'만 대입하는 연역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수라는 것은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구별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화자는 이를 '그마다의 기쁨'으로 칭한다.


나를 나로서, 또 나만의 자아로서 독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본질적인 다름을 인정할 수 없더라도 현상적인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만으로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솟아나듯, 네모의 세상에서 별이 될 수 있는 것도 결국 마음먹기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0)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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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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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의 입장에서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노랫말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커다란 주제인 '네모'는 정해져 있지만, 곡 속에서는 정말 수많은 오브제들이 많이 등장한다. 침대, 창문, 버스, 지폐 등 일상적인 단어가 다수 등장하면서 곡의 상황 설명만으로도 작사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결국 획일화된 사회를 비판하는 시선으로 볼 수 있겠다. 둥글게 살아가며 모나기는 싫어하지만, 한편으로는 통통 튀어야 잘 살아남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설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상학의 관점에서 가장 완벽한 본질은 '네모'의 형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결국 가장 쓰기 좋고 편한 것으로 '네모'를 선택하였고, 우리는 이를 사랑하며 살기 때문이다. 색다른 형태의 무언가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으나 결국은 익숙하고 편한 형태로 뒤돌아오게 될 것을 잘 안다.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필자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한다.

핒라 역시도 이렇게 많은 네모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줄 몰랐다. 그런 인식을 한 자체가,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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