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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Jan 05. 2024

#1. 미안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ㆍ 미안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요, 돌아보면 참 미안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살아가며 자질구레한 잘못과 실수를 수도 없이 저질러 왔지만, 가장 미안한 것은 확실히 나 때문에 다른 이가 아파하는 것을 볼 때인 것 같습니다.


ㆍ  고교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교내 방송부 활동을 했었지요. 방송부의 역할은 매일 수업 전 아침마다 학우들이 보내주는 사연을 읽어주거나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상쾌한 음악을 틀거나 하는 작은 일을 맡았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신문을 구독했었는데 의례 젊은이들이 그렇듯 각종 매체를 접하며 조금씩 사회 구조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깨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시기였습니다. 비단 그런 불만은 사회뿐만 아니라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존재했습니다. 비단 그런 불만은 사회에만 그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우리 학교에도 불평등은 분명 존재했었기에, 그때의 저에겐 학교라는 공간 역시도 참 불합리적인 것이 많게만 느껴졌나 봅니다.


ㆍ   가령 저는 기숙사에서 생활했었는데 기숙사 생도들에겐 어떠한 전자기기도 소지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때는 한참 대중문화와 음악을 좋아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특히 저는 뮤지컬 계열로의 진학을 꿈꾸었기에 마치 눈과 귀를 틀어막는듯한 학교 정책에 대해 참 불만이 많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가진 학우들이 더 있었나 봅니다. 전자기기 소지를 반대하는 학교 정책에 반대하는 글들이 이따금씩 방송실 사연함으로 투고되었고 저도 이에 공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선 마치 사회 불의에 적극적으로 맞서 진실을 폭로하는 한 정의로운 기자처럼 이 상황을 타개해 보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방송실로 들어온 사연 내용을 바탕으로 대본을 만들어 전교에 우리의 불만을 알아달라는 방송을 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유치하게도 우리 학생들이 전자기기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일방적인 요구였습니다. 평소 방송은 1학년과 2학년의 교실에만 방송하지만, 이 내용은 많은 사람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교장실에도 방송을 틀어버렸습니다. 교무 회의를 진행 중이던 선생님들은 이 사연을 듣고 난리가 났고, 방송 직후에 기획자와 담당자를 당장 데려오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작은 치리고 방송부와 관련된 선생님들과 선배들이 불려가 엄중한 문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고픈 작은 욕심과 무모한 용기가, 결국은 주변인들에게 참 미안한 감정으로만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문책을 받았던 모든 이들은 내게 괜찮다며 얘기해 주었지만, 새삼 고백합니다.

참으로, 미안했었습니다.


  ㆍ 한편으로는 다른 의미의 미안함도 있습니다.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심장병으로 세상에서 보내고 난 후, 나도 아버지처럼 갑자기 심장이 멈추어 버리지 않을까 하며 막연한 공포감이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잠시 찾아올 것 같았던 그 공포감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불안감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고, 어느 날 저는 심히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거리의 한복판에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네, 저는 그렇게 공황장애가 찾아왔던 것입니다.

  이후 무척이나 심장소리가 크고 무섭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처럼 건강하게 뛰던 내 심장이 아버지처럼 한순간에 멈춰서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참으로 고달픈 나날들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집 앞에 나가는 것도 참 힘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무한정 침대에 누워 심연 속으로 계속해서 잠들고만 싶었습니다. 그때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 어머니께서는 성심성의껏 정신 건강에 좋다는 약을 달여 주시거나 심장과 관련된 병원에 흔쾌히 동행해 주셨습니다. 제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젊고 어린 아들을 위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한참이나 많은 병원을 들락거리는 어머니를 보며 참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새삼 고백합니다.

참으로, 미안했었습니다.


 지나온 시절에도 미안한 일들이 많았고, 또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살갗에 생채기를 내가면서 살아가야 하겠지요. 앞으로 만날 많은 이들에게, 새삼 외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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